[단독] 작전 보고서 치면 심해 전장이 눈 앞에…한화오션-LIG D&A, ‘AI 잠수함 훈련 체계’ 확보

박규빈 kevinpark@ekn.kr 2026. 7. 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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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환경 변수 수동 입력 한계, 국방 딥러닝·실측 DB로 해결
AI, 일상 언어로 조건 부여 시 문맥 파악해 3D 훈련 코드 변환
작전 복귀 후 텍스트 입력, 교전 상황 복원…‘인간-AI 협업 설계’
최첨단 HW-지능형 SW 융합, 수십조 글로벌 수주전 초격차 무기
▲거제 조선소 내 설치된 잠수함 모형(위)과 한화오션·LIG그룹 CI. 사진=박규빈 기자

해군 교관이 채팅하듯 대화창에 텍스트만 몇 줄 치면 즉시 복잡한 해저 전술 시나리오가 3차원(3D) 전장 시뮬레이션으로 구축되는 첨단 국방 인공지능(AI) 기술이 국내 기술진에 의해 독자 개발됐다. 이로써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무기 수출 외에도 K-방산이 대규모 데이터와 AI 기반의 '소프트웨어 중심전(SDW)' 생태계를 주도할 역량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본지 취재 결과, 함정 플랫폼 건조를 선도하는 한화오션과 국방 전투·훈련 소프트웨어(SW) 명가인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는 '사전 정보 기반 잠수함 훈련 시나리오 생성 장치 및 방법' 등 지능형 훈련 체계의 공동 특허를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스템은 해군 전술 기획의 오랜 난제를 해결해 나아가 초대형 글로벌 방산 수출전의 판도를 바꿀 '비대칭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해 훈련, 동해로 바꾸려면 밤을 새웠다"…지독한 수작업의 늪

기존 잠수함 전술 훈련장의 시나리오 작성기는 훈련 교관에게 수작업을 요한다. 잠수함 작전의 눈과 귀가 되는 수중 음파는 수온·염분·해류 등 해양 환경에 따라 탐지 거리가 천차만별이다. 과거에는 교관이 해역의 상태·자함(우리 잠수함)의 무장·적 선단 구성 등 수백 개의 변수를 컴퓨터 시스템에 일일이 수동으로 입력해야 했다. 만약 '서해에서 작전하던 적 선단을 동해로 옮겨 훈련한다'는 조건을 부여하면 해양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찾아 세팅해야만 했다. 전문 지식이 없는 초급 장교는 현실적인 훈련 시나리오 구성 자체가 불가능했다.

종래에도 시나리오 일부 모듈을 자동 생성하는 '기계-인간 상호 작용' 기반 기술이 존재하긴 했지만 이는 결국 인간 운용자가 수많은 선택 분기점을 일일이 검토하고 선택해야 하는 '반쪽짜리 자동화'에 불과했다. 한화오션과와 LIG D&A는 '비전문가인 경우에도 일상적인 언어(자연어)로 작성된 훈련 개요를 바탕으로 잠수함 시나리오를 자동으로 용이하게 생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인지 컴퓨팅 모델 개발을 완성했다.

자연어가 기계어로…환각 원천 차단한 '4단계 딥러닝 설계도'

겉보기엔 채팅창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전문가의 일상 언어를 정밀한 시나리오 코드로 탈바꿈시키는 4단계 딥러닝 파이프라인을 구동한다.

우선 교관이 복잡한 다이얼 조작 대신 대화창에 '10월 중순 독도 서부 3km 지점에서 270도로 기동하는 북한 호위함 2척 출현. 자함은 심도 50m에서 5노트 기동, 중어뢰 2발 장착'이라고 평문의 시나리오를 텍스트를 치면 시스템 내부의 '전처리부'가 조사나 문장 부호를 걷어내고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숫자(벡터) 형태로 변환(토큰화)한다. 이어 복잡한 패턴과 문맥 파악에 탁월한 딥러닝 알고리즘인 '합성곱 신경망(CNN)'이 투입된다. CNN은 전체 문장을 분석해 ▲선단(적 함정 구성) ▲해역(바다 환경) ▲자함 조건(아군 초기 상태)이라는 3대 핵심 의미 단위로 정밀하게 해부한다.

여기서 국방 AI의 생명인 '안전 장치'가 작동한다.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가 가짜 전장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AI가 임의로 창작하게 두지 않고 추출된 키워드를 군이 축적한 '기밀 실측 데이터 베이스(DB)'에 1대 1로 매핑한다. '10월 독도'로 실제 동해의 그 시기 수온 실측 데이터를, 'O국 호위함'으로 실제 적함의 엔진 소음 제원을 끌어오는 식이다.

취합된 팩트 기반의 방대한 실측 데이터들은 시뮬레이터 시스템이 즉각 읽고 구동할 수 있는 기계어 표준 규격(XML)으로 자동 변환돼 단 수 초 만에 하나의 3D 전장 시나리오 파일로 최종 합성된다.

작전 보고서가 3D 전장으로 부활…사후 강평 패러다임 전환

이 기술의 특기할만한 요소는 훈련 준비의 편의성 외에도 사후 전술 복기(디브리핑) 기능이다.

한화오션과 LIG D&A 관계자들은 문서로 작성된 기존 실제 작전의 개요에 대해서도 “사람에 의한 별도의 해석 없이 시나리오로써 재현이 가능해 작전 이전 작전 브리핑 혹은 작전 이후의 디브리핑 용도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했다.

함장은 칠흑 같은 심해 해상 임무에서 귀환한 뒤 사령부에 제출하기 위해 텍스트로 작성한 '작전 보고서'를 시뮬레이터 창에 복사해서 붙여넣기만 하면 된다. 불과 수 시간 전 벌어졌던 대잠전 교전 궤적이 사이버-물리 시스템(CPS) 기반의 '디지털 트윈'으로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다. 인간의 희미한 기억이나 평면적인 종이 해도에 의존하던 전술 복기가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3차원 워게임으로 진화해 즉각적이고 과학적인 대안 전술 검증을 가능케 한다.

이는 서구권 군사 학계가 훈련 시뮬레이션의 미래 트렌드로 주창하는 '인간-AI 협업 시나리오 설계(Collaborative Scenario Development)' 방법론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이는 AI가 훈련 통제관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방대한 해양 데이터 검색과 지루한 스크립트 코드 변환을 전담하는 '공동 설계자(Co-designer)'로 대우하는 개념이다. 덕분에 인간 교관은 시스템 입력 작업에 얽매일 필요 없이 오직 훈련생의 성취 목표 달성과 교리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본질적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나토 차세대 표준과 발맞춘 글로벌 수주전 '초격차 무기'

교관의 비정형적인 일상 언어를 인지 컴퓨팅을 통해 구조화된 기계어 코드(XML)로 번역해 내는 기술적 궤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최신 동향·첨단 자율 주행 산업의 메가 트렌드와도 평행하게 진화하고 있다.

현재 나토 워킹 그룹은 기존의 분리되고 경직된 MSDL·C-BML 등의 훈련 통신 규격을 하나로 통합한 차세대 상호 운용성 군사 언어인 'C2SIM'을 도입하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지휘관의 일상적 전술 지시를 기계어 코드로 자동 변환하는 체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가 실측 데이터를 참조해 코드를 짜내는 한화오션과 LIG D&A의 독자적인 AI 훈련 체계 메커니즘은 글로벌 기술 학계가 환각 방지를 위해 연구 중인 '검색 증강 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철학과 보조를 맞춰가는 셈이다.

방산업계는 이 지능형 훈련 솔루션이 한화오션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초대형 글로벌 잠수함 수출전에서 가장 치명적인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총 수명 비용까지 8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차기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와 같은 초대형 수출전에서는 잠수함 선체의 철강 스펙만큼이나 육상 훈련 시설 패키지의 수준이 수주의 향방을 절대적으로 좌우한다. 신규 도입국들은 당장 첨단 잠수함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전문 교관과 숙련된 해군 인력이 고질적으로 부족한 현상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양 지식이 얕은 초급 장교라도 자국어로 텍스트만 치면 인공지능이 현지 앞바다의 해양 환경을 불러와 실전 훈련 조건을 자동 세팅해 주는 K-지능형 시뮬레이터는 독일·노르웨이 등 유럽의 경쟁국들 대비 세일즈 포인트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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