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잃어버린 코스닥 정체성 찾기…"하나의 잣대 버리고 유인책 필요"

최수진 기자 2026. 7. 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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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자산운용·증권사·기업 등 최일선 전문가 머리 맞대
맞춤형 인프라·구주매출 등 현실적 상장 매력도 제고 시급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30주년 기념식 '코스닥 시장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부실한 기업과 우량 선도 기업을 하나의 잣대로 규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시장을 세분화해 맞춤형 지원과 퇴출 제도의 필요성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30주년 기념식에서 '코스닥 시장 발전 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번 패널 토론에는 자본시장연구원, 코스닥협회, 자산운용사, 증권사, 한국거래소 등 자본시장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시장의 신뢰 회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열띤 논의를 펼쳤다.

◆코스닥 시장 하나의 잣대로 규율 불가…세그먼트화 필수

토론의 포문을 연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 재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강 실장은 "코스닥 시장은 1800여 개 기업이 담긴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혁신을 이끄는 우량 기업과 한계에 다다른 부실기업이 혼재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처럼 특성이 극명히 다른 기업들을 하나의 제도로 규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시장을 나누어 우량 기업에는 지배구조 강화와 같은 유인을 제공하고, 한계 기업에는 빠른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맞춤형 제도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본부장은 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대변했다. 진 본부장은 "코스닥 상장사의 90%가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들은 코스피의 대기업들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과도한 규제와 행정적 부담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오, 제약 등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가 필요한 혁신 섹터가 성장(스케일업)하기 위해서는 모험 자본과 성장 자본의 대규모 유입이 필수적"이라며 "중소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인프라 구축과 규제 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제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필수적"이라며 "기업의 미래 가치를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소통하며, 회사의 비전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증명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30주년 기념식 '코스닥 시장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투자 매력 있으면 기관은 투자한다…코스닥에 상장하는 장점 부각해야

투자자 시각에서의 쓴소리와 제언도 이어졌다. 김지운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본부장은 코스닥 시장이 개인 투자자 위주로 편중돼 있는 점을 짚으며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위한 매력도 제고를 주문했다.

김 본부장은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하면 기관투자자들은 투자하게 돼 있다"며 "코스닥 기업 스스로 이익 체질 개선과 지배구조 강화에 나서야 하며,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서 코스닥이 소외되지 않도록 기관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특화 지수나 ETF 상품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공개(IPO) 현장 최일선에 있는 성주완 미래에셋증권 부사장은 우량 혁신 기업을 코스닥으로 유인하기 위한 '상장 유인책'과 '수요 기반 확충'을 역설했다.

성 부사장은 "기업들이 최종적으로 상장을 결정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세일즈(Sales) 부분"이라며 "상장 이후 대규모 패시브 자금을 운용하는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주식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수 개발과 시장 세그먼트 분리 등의 고민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성 부사장은 상장 심사 시 '구주매출'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통해 코스닥 상장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PO의 주목적이 신주 자금 유입을 통한 회사의 발전인 것은 분명하지만,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엑시트나 최대주주의 자본 이득 등 다양한 '플러스 알파' 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이어 "우량 혁신 기업들은 상장 전 투자를 많이 받아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며 "이러한 기업들이 구주매출을 통해 FI 엑시트와 최대주주 니즈를 선제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유가증권시장 등 타 시장보다 코스닥이 구주매출의 허용 폭을 더 넓게 가져간다면 훨씬 더 많은 우량 기업의 수요 기반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력히 제언했다.

이외에 성 부사장은 우량 기업에 대해서는 상장 심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등 심사 기관 간의 유연한 조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와 다르다"

그동안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시장의 매력도를 제고하기 위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코스닥 우량기업들을 중심으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만들어 패시브 자금 유입 제고 등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렇다 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사례와 같이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는 "과거에는 단순히 시가총액 위주의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기준에 머물렀던 것이 한계였다"고 인정했다.

이어 "새롭게 추진될 세그먼트(가칭 글로벌 세그먼트)는 재무 건전성, 성장성, 지배구조 등 복합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최상위 우량 기업군을 능동적으로 선별할 것"이라며 "이들에게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 글로벌 자금을 끌어모으겠다"고 답변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연구원에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8~9월 경 용역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늦어도 다음달에는 공청회를 여러차례 진행해 공감대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코스닥 세그먼트 운영 방향 및 도입 시기 등을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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