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스닥, 부실기업 퇴출·세그먼트 도입"…30년 만에 시장 대수술 나선다

남영재 기자 2026. 7. 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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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코스닥 전체 디스카운트 해소해야"
KRX, 우량기업 육성·부실기업 퇴출 병행
1일 서울 여의도 콘레드 호텔에서 열린 코스닥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코스닥 시장이 개설 30주년을 맞아 시장 신뢰 회복과 저평가 해소를 위한 대대적인 개혁에 나선다. 부실기업 퇴출을 강화하는 동시에 우량기업 중심의 새로운 시장 구간(세그먼트)을 도입해 '한국형 나스닥'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거래소는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30주년 기념식'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스닥 시장 성과 및 미래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그동안 누적된 한계기업이 코스닥 시장 전체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며 "우량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한계기업은 신속히 정리해 투자자에게 신뢰받는 시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로 이전하지 않아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혁신기업 자금조달 지원과 세그먼트 체계 도입, 부실기업 퇴출 강화를 통해 코스닥이 우수기업이 머무르는 혁신기업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소액공모 확대와 2조원 규모 세컨더리 펀드 조성, 동전주 집중관리, 저PBR 기업 밸류업 지원 등을 통해 시장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30년간 양적 성장 성공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은 1996년 시가총액 7조원 규모로 출범해 올해 1월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600조원을 돌파했다. 상장기업 수도 341개사에서 지난해 말 1827개사로 증가했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전체 매출액은 297조원, 영업이익은 11조70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8.8%, 21.9% 증가했다. 기관·외국인 투자자 거래 비중도 2020년 17.6%에서 올해 5월 기준 30.2%까지 확대됐다.  

산업 구조도 변화했다. 과거 제조업 중심 시장에서 AI, 바이오, 반도체, 방산·우주항공 등 첨단산업 중심 시장으로 재편됐다. 첨단산업 기업의 신규 상장 비중은 2023년 34%에서 지난해 50% 수준까지 확대됐다.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30주년 기념식'에서 코스닥 시장 성과 및 미래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남영재 기자]

◆신뢰·저평가 문제 정조준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이 여전히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시장 신뢰'와 '저평가' 문제를 꼽았다.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부실기업 퇴출이 지연되면서 시장에 장기간 잔존해 왔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사례도 반복됐다"며 "코스닥은 믿고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인식이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부실기업과 우량기업이 한 시장에 혼재돼 있어 투자자들이 옥석을 가리기 어렵고 일부 기업의 저평가가 시장 전체 저평가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상장폐지 제도를 대폭 강화한다.

동전주와 저시가총액 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기준을 신설하고 시가총액·매출액 요건을 단계적으로 높인다. 또 불성실공시 누적 기준도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상장폐지 결정 기업 수는 2021년 8개사에서 지난해 38개사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80개사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거래소는 전망했다.  

◆'코스닥 셀렉트 세그먼트' 도입 검토

거래소가 이번 로드맵의 핵심으로 제시한 것은 '세그먼트(Segment) 체계' 도입이다.

현재 코스닥 시장은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이 동일 시장 안에 혼재돼 있어 투자자들이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1800개가 넘는 상장사 가운데 투자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을 선별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코스닥 투자 확대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시장 신뢰도 문제도 지적된다. 최근 불공정거래 혐의 통보 건수나 투자자 보호 지표 등을 살펴보면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부실기업이나 불공정거래 이슈가 시장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확산되면서 우량기업까지 저평가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거래소는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춘 대표 기업을 별도로 묶은 가칭 '코스닥 셀렉트(KOSDAQ Select)' 세그먼트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코스닥 셀렉트에는 실적과 시가총액, 지배구조, 공시 신뢰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우량기업이 편입될 예정이다.

거래소는 이를 통해 기관투자자들에게 명확한 투자 기준을 제공하고, 우량기업에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부여해 기업가치 재평가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코스닥 대표기업이 굳이 코스피로 이전상장하지 않더라도 시장 내에서 충분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세그먼트는 한 번 편입되면 고정되는 방식이 아니라 정기적인 재평가를 통해 편입과 퇴출이 이뤄지는 '승강제'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우수기업은 상위 세그먼트로 이동하고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하위 구간으로 내려가는 구조를 통해 시장의 역동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상무는 "세그먼트 체계의 목적은 단순한 시장 구분이 아니라 혁신기업은 제대로 평가받고 투자자는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코스닥 내부에서도 우량기업이 충분히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 혁신기업 허브로"…다음 30년 준비

거래소는 향후 코스닥 발전 전략으로 △시장 신뢰 회복 △장기투자 기반 확충 △혁신기업 성장 생태계 구축 △아시아 신시장 허브 도약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AI·반도체·로봇·사이버보안 등 첨단산업 중심의 기술특례상장 심사체계를 고도화하고, 해외 기업 유치와 글로벌 IR 확대를 통해 아시아 대표 성장기업 시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최 상무는 "지난 30년이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원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30년은 보다 신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시장으로 발전시켜야 할 시기"라며 "정부와 국회, 금융당국, 시장 참여자들과 함께 코스닥의 새로운 도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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