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차 가능대수 ‘0대’…2·5부제 끝나자 주차장 꽉 찼다 [세상&]
시민들 “끝자리 신경 안 써도 돼” 반겨

[헤럴드경제=전새날·김도윤 기자, 이우중 수습기자] “오늘부터는 끝자리 신경 안 써도 되니까 마음이 편하네요.”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와 공영주차장 승용차 5부제가 전면 해제된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청 앞 공영주차장. 전날까지만 해도 차량 5부제를 알리던 노란 입간판과 ‘차량 5부제 시행 동참 바랍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은 출근 시간이 되자 하나둘 철거됐다.
입간판을 정리하던 교통안전요원 엄모(74) 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끝자리가 제한되는 차량이 무심코 들어오는 경우가 20대 중 2대는 있었다”며 “하루에도 여러 대를 돌려보냈는데 이제 그런 안내를 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보가 잘 안돼서 정책이 100% 정착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며 “안내방송으로 5부제를 홍보하는가 싶더니 시간이 지나니 그것마저 없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날짜와 차량 번호 끝자리를 확인하던 시민들은 “이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반겼다. 서대문보건소를 찾은 정모(72) 씨는 “차량 번호 끝자리가 7이라 화요일에는 공영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했다”며 “가끔 날짜를 깜빡하고 왔다가 다른 주차장을 찾아다닌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돼 좋다”고 말했다.
이날 검은색 세단을 몰고 구청을 찾은 김모(57) 씨는 “오늘 해제된 줄 몰랐는데 그대로 시행됐다면 더운 날씨에 멀리 차를 세우고 걸어왔을 것”이라며 “구청장 취임식 등 행사도 많은 날인데 여러 사람이 불편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청에서도 해제 첫날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전 6시 구청 입구에는 ‘공공기관 임직원 차량 공공 2부제 준수’, ‘일반 방문 차량 공공 5부제 준수’ 안내문이 그대로 붙어 있었지만 오전 8시께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안내문은 철거됐다.
구청 수영장을 이용하고 나온 김모(35) 씨는 “금요일마다 5부제 때문에 차를 가져오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게 가장 편하다”고 말했다. 민원인 정모(45) 씨도 “차량 끝자리가 8이라 수요일에는 차를 잘 안 탔는데 오늘부터는 마음 편히 가져왔다”고 했다.
다만 주차장 관리 직원은 “2부제 시행 이후에는 주차장에 여유가 생겼는데 오늘부터는 다시 예전처럼 꽉 찰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 이날 오전 9시10분께 마포구청 주차장은 주차 가능 대수가 ‘0대’를 기록했고 지하 주차장도 대부분 차량으로 채워졌다.
서울 영등포구 공영주차장을 찾은 시민들도 5부제 해제를 반겼다. 영등포구청을 찾은 민원인 김모(40) 씨는 “집에서 차로는 5분 거리지만 버스를 타면 25분 정도 걸린다”며 “날씨도 더운데 5부제 날짜를 신경 쓰지 않고 차를 가져올 수 있게 돼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의회 옆 당산 노외 공영주차장에도 해제 첫날부터 5부제 적용 대상이던 끝자리 3·8 차량들이 잇따라 들어왔다. 이모(42) 씨는 “5부제가 처음 시행됐을 때는 모르고 왔다가 차를 돌린 적이 있어 불편했다”며 “정작 대중교통 이용이 크게 늘었다고는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지역에 따라 다소 엇갈렸다. 대중교통 이용이 상대적으로 편리한 수도권에서는 “날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편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대중교통이 취약한 군 단위 지역 공무원들은 “애초에 지역 여건과 맞지 않는 제도였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충남 금산군의 한 공무원은 “현장 민원이 많은 부서는 차량을 이용하지 못해 민원 처리 일정이 미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폭염과 장마를 앞두고 해제돼 현장 대응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 교육지원청 직원은 “출장 일정과 차량 제한일이 겹치면 버스를 타거나 다른 곳에 차를 세워야 했다”며 “초반에는 기름 절약 효과를 체감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효성에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원도 군 단위 공무원들도 “대중교통이 취약한 지역에 수도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았다”, “결국 청사 밖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와야 했을 뿐”이라며 제도 운용 방식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부는 국제 석유 수급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하향 조정하면서 이날 0시를 기해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와 공영주차장 승용차 5부제를 전면 해제했다. 앞서 정부는 중동발 고유가 여파로 지난 3월 25일 공공부문 차량 5부제를 도입한 데 이어 4월 8일부터는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로 규제를 강화했다. 같은 날 공영주차장에도 승용차 5부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에는 지역별 교통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실제 공공기관의 차량 2부제 준수율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기후부와 산하기관에서만 899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25개 부처와 전체 공공기관으로 범위를 넓히면 적발 건수는 모두 2만7000여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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