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20년 싸워 지킨 '미르'…결국 中이 가장 비싸게 샀다

김정현 기자 2026. 7. 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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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3.6배 웃돈 얹은 9200억 빅딜…中서 여전한 '미르 IP' 가치
20년 IP 분쟁 끝 확보한 자산…중국 자본이 가장 높게 평가
미르M: 모광쌍용(위메이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6년 역사의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중국계 자본에 인수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단순한 경영권 매각보다 중국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르' 지식재산권(IP)의 가치를 인정받은 빅딜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경영 환경 악화 속에서 박관호 창업자가 기업가치를 가장 높게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엑싯'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지난달 30일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박관호 의장이 보유한 지분 39.33%를 9200억 원에 홍콩 소재 투자사 네오펄스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종가 기준 위메이드 시가총액은 6562억 원이다. 박 의장 보유 지분 가치는 약 2580억 원이지만 실제 거래가는 9200억 원으로, 약 3.56배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인수 주체인 네오펄스는 홍콩 소재 쉔송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인 회사다. 두 회사 대표인 첸웨이(Chen Wei)는 알리바바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중국 자본이 위메이드 핵심 IP를 확보한 거래라는 해석도 나온다.

시총보다 비싼 이유…중국선 아직도 '미르'가 통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의 핵심을 '미르 IP'에서 찾는다.

박관호 의장은 액토즈소프트가 1998년 출시한 1세대 온라인 MMORPG '미르의 전설' 개발을 총괄한 인물이다. 이후 2000년 위메이드를 창업해 2001년 '미르의 전설2'를 '열혈전기(热血传奇)'라는 이름으로 중국 시장에 선보였고, 이는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흥행작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는 미르 시리즈의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지만 중국에서는 수많은 후속작과 파생 게임이 등장하며 지금도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자본이 위메이드에 시가총액을 크게 웃도는 가격을 제시한 것도 결국 중국 시장에서 검증된 미르 IP의 사업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르 IP를 둘러싼 오랜 분쟁도 이번 거래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다.

샨다게임즈(현 셩취게임즈)가 2004년 공동 저작권자인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이후 위메이드는 중국 게임사들과 미르 IP 권리를 둘러싸고 20년 가까이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관련 국제중재와 소송에서 사실상 승기를 굳혔다. 당시 청구 금액만 2조6000억 원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과 오랜 분쟁 끝에 IP 권리를 상당 부분 정리한 것이 이번 대형 거래의 전제 조건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 위메이드 본사 2022.12.7 ⓒ 뉴스1 김영운 기자

경영 복귀했지만 돌파구 못 찾았다…박관호의 '엑싯'

박 의장이 지난해 대표이사로 복귀한 이후에도 위메이드의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블록체인 사업 '위믹스'는 2023년 정계 입법 로비 의혹에 이어 지난해 대규모 해킹 사태와 국내 거래소 상장폐지까지 겪으며 타격을 입었다.

본업인 게임 사업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인칭 슈팅(FPS) 프로젝트 '블랙 벌처스'는 긴축 경영 과정에서 개발이 중단됐고, 핵심 기대작으로 꼽히던 '미르5'도 최근 개발이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르 IP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중국 시장에서 IP 가치가 가장 높게 평가받는 시점에 박 의장이 경영권 매각을 선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박 의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한국 시장만으로 회사의 미래를 그리던 시대는 지났다"며 "이번 결정은 위메이드가 새로운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메이드는 제게 자식과 같은 회사"라며 "머지않아 위메이드는 저로부터 독립해 더 크고 넓은 시장에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호 위메이드 창업주(위메이드 제공) /뉴스1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로 위메이드의 중국 사업 환경이 이전보다 개선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일본 라인야후 산하로 편입된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위메이드까지 해외 자본 품에 안기면서 국내 게임업계의 상징적인 기업들이 잇따라 해외 자본으로 넘어갔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20년 넘게 IP 침해를 놓고 싸워온 기업이 결국 중국 자본에 인수됐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며 "반면 중국 자본이 최대주주가 된 만큼 외자판호 발급이나 현지 사업 전개에는 이전보다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네오펄스는 중국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신작 개발을 추진하고 알리바바 등 중국 주요 IT 기업 및 게임사들과 협력을 확대해 미르 IP 기반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위메이드가 전면 폐기한 1인칭 FPS 게임 '블랙 벌처스' 프로젝트(위메이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5.7.14/뉴스1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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