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이기자 거리로 나와…모로코 팬들, 네덜란드 경찰과 충돌[이런일이]

모로코가 승부차기 혈투 끝에 네덜란드를 꺾고 16강에 진출하자,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모로코계 이민자들이 거리에 나와 자축하면서 현지 경찰과 충돌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지난달 30일(한국 시각)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32강전. 모로코와 네덜란드는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1-1로 팽팽히 맞섰다.
승부차기 끝에 웃은 팀은 모로코였다. 마지막 키커 이스마일 사이바리가 네덜란드 골문으로 공을 꽂아 넣으며 3-2 승리를 확정 지었다.

경기 종료 직후 네덜란드 내 모로코계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경기 종료 후 약 1시간 뒤부터 헤이그 시내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는 "경찰이 병과 폭죽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역 방송사 '옴루프 베스트'는 "경찰을 공격한 혐의로 최소 10명이 체포됐다"며 "이들은 모두 모로코 팬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일간지 '알헤메인 다흐블라트'도 "로테르담에서 모로코 팬 4명이 체포됐다"고 알렸다.
실제로 SNS에는 일부 모로코 팬들과 경찰이 충돌하는 장면이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모로코 팬들은 경찰을 향해 돌과 폭죽을 던지고, 경찰은 해산을 목적으로 물대포를 동원했다. 또 진압 곤봉을 사용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해당 장면을 본 해외 누리꾼들도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덜란드 누리꾼은 "모로코 팬들은 월드컵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공공재산을 파괴했다"며 "이건 통합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왜 축구에서 이겼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사는 나라를 파괴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현재 네덜란드에는 약 44만 명의 모로코계 주민이 살고 있다. 과거 1969년 네덜란드와 모로코가 '노동 이주 협정'을 체결한 이후 형성된 공동체다. 현재 네덜란드 전체 인구 중 2.4%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갈등이 단순히 축구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네덜란드 극우 정치인의 발언이 모로코계 공동체를 자극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디언은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오랫동안 모로코계 공동체와 무슬림을 겨냥한 발언으로 갈등을 부추겼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주 전에는 경기장에서 기도하는 모로코 선수들의 사진에 반이슬람적 모욕을 담은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고 덧붙였다. 빌더르스는 '네덜란드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반면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된 곳도 있다. 가디언은 "모로코계 주민이 많은 암스테르담에서는 모로코 팬과 네덜란드 팬이 함께 경기를 관람했다"며 "네덜란드 팬들이 모로코 국가가 나올 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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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woosubwaysandwiche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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