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김어준 한식당’ 개업날 가보니... 김씨 팬들로 빼곡, 김씨 옆에는 경호원

파리/원선우 특파원 2026. 7. 1. 11: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송인 김어준(58)씨가 지난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한식당 ‘방드르디 구르망(Vendredi Gourmand·금요 미식회)’ 개업식에서 손님들과 대화하고 있다./원선우 특파원

지난 30일 오후 7시 15분(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5구 라틴 지구 안쪽 뤽상부르 공원 인근의 한 식당. 30여 좌석이 가득 차 떠들썩했다. 방송인 김어준(58)씨의 한식당 ‘방드르디 구르망(Vendredi Gourmand·금요 미식회)’의 개업일이었다. 왁자지껄한 식당을 지나는 현지인들이 ‘도대체 뭐지’라는 눈빛으로 건물 내부를 둘러봤다.

이 지역은 수백 년 된 고풍스러운 오스만 양식 건물들이 보존돼 있어 젊은층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파리 시민이 가장 좋아하는 녹지로 꼽히는 뤽상부르 공원과 프랑스 위인이 안장된 팡테옹 등 핵심 관광지 주변으로, 임대료도 그만큼 비싸다.

본지 기자가 입구에 다가가자 남녀 관계자가 다가와 “예약을 하셨느냐”고 물었다. “오늘 개업이라는 말을 듣고 그냥 왔다”고 하자 여성 관계자는 “예약하신 분이 많지만, 혼자 오셨으니 ‘노쇼’ 자리가 있을 수 있다”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이 관계자의 손에 들린 종이에 예약 목록이 빼곡했다.

방송인 김어준(58)씨가 지난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한식당 ‘방드르디 구르망(Vendredi Gourmand·금요 미식회)’ 개업식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원선우 특파원

식당 관계자 30대 남성이 “파리에 온 지 얼마나 되셨느냐”고 물었다. “몇 달 되지 않았다”고 답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를 둘러보며 “김어준씨는 안 계시느냐”고 묻자 “저기 계시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가 창가 손님들에게 다가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남성은 자신을 ‘(딴지일보) 총수님의 경호원’이라고 소개하며, “제가 있으면 총수님이 계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어준 경호원’의 체구는 호리호리했지만 구릿빛 피부에 눈빛이 날카로웠다.

10여 분 기다리자 식당 여성 관계자가 다가와 “7시 30분 손님이 노쇼하셨으니 들어오시라”고 했다. 인파로 가득 찬 식당 입구에서 김어준씨가 막 팬들과 사진을 찍은 참이었다. 그는 기자와도 기념 촬영을 했다.

직원이 내민 메뉴판엔 유자 간장 관자 스테이크(19유로·약 3만3500원), 전라도식 고추장 육회(18유로), 수란채(22유로), 조선스테이크(34유로), 뤽상부르의 정원(12.5유로) 등 음식이 있었다. 음식 가격은 파리 한식당 기준 높은 편이었다. 유명 정치인, 고위 공무원, 기업 회장 등 상류층이 주로 찾는 파리 부촌 16구의 유명 한식당의 메인 메뉴 가격이 30유로대 초반, 디저트 가격이 10유로 안팎에 형성돼 있다.

김어준씨는 최근 자신의 방송에서 ‘파리에 이미 한식당이 많다’는 질문에는 “한국에서 공수한 명인(名人)들의 소스를 가지고 현지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며 “(현지) 수퍼에서 살 수 없는,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전통 소스와 현지 요리 재료를 완전히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했다. “파인 다이닝의 고급스러움처럼 보이는데, 먹으면 조선간장 맛이 난다. 그래서 엄청나게 묘하게 조화가 이뤄지면서 감탄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스테이크’를 두고 “먹고 다들 깜짝 놀란다. 너무 맛있어서”라고 했다.

‘조선 스테이크’와 디저트 ‘뤽상부르의 정원’을 주문했다. 얼마 되지 않아 김어준씨가 다가와 등을 두드리며 ‘무엇을 시켰느냐’고 묻기도 했다. 몇 분 기다리고 있으니 그가 또 와서 “아직도 음식이 나오지 않았느냐”고 했다. 김씨는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오늘은 제가 주문을 받습니다”라며 직접 접객을 했다. 프랑스 현지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 딸을 대동한 가족 손님들에게 ‘조선 스테이크’를 소개하며 “우리 식당 대표 메뉴”라며 “한번 드셔보는 것이 좋다”고 하는 말이 들렸다.

방송인 김어준(58)씨가 지난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개업한 한식당 ‘방드르디 구르망(Vendredi Gourmand·금요 미식회)’의 대표 메뉴 '조선 스테이크'/원선우 특파원

대부분 손님은 김씨의 팬으로 보였다. 오른쪽에 앉은 30대 여성은 불쑥 말을 걸더니 “혼자 오셨느냐”며 자신을 파리의 한 국제기구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김어준씨 팬인데, 꼭 먹어보라고 신신당부를 하셔서 오게 됐다”고 했다. 왼쪽에 앉은 60대 여성은 ‘김어준 팬이라서 오셨느냐’고 묻자 “여기 안 그런 사람이 누가 있어요?”라고 했다. 김어준씨와 반가운 표정으로 악수를 하거나 기념 촬영을 하려는 사람들로 식당은 분주했다. 그가 한 여자아이에게 “나 유명한 사람이야”라고 하자 아이는 이렇게 대꾸했다. “알아요.”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고, 얘가 사춘기라서요”라고 김씨에게 말했다.

식당 직원은 10명가량이었고 주방은 오픈돼 있었다. 한 직원이 다가와 “(스테이크가)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 와인을 서비스로 드리겠다”고 했다. 쇠고기 안심에 ‘포항 수녀님 조선간장’을 버무렸다는 ‘조선 스테이크’의 맛은 익숙한 한국식 양념의 스테이크였다. 양은 성인 남성 기준으로 많지 않았고, 일반 접시가 아닌 한국식 대접에 플레이팅돼 나이프와 포크로 자르기가 다소 어색했다.

방송인 김어준(58)씨가 지난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한식당 ‘방드르디 구르망(Vendredi Gourmand·금요 미식회)’ 개업식에서 손님들과 대화하고 있다./원선우 특파원

함께 제공된 무생채밥은 ‘경주 감포 액젓’을 썼다고 했는데 흔한 맛이었다. 밥알이 다소 익지 않은 촉감도 느껴졌다. 같은 메뉴를 주문한 왼쪽 손님은 “조금 짠 것 같다”고 했다. 직원이 스테이크 주문을 받을 때 따로 굽기를 물어보진 않았다.

디저트 ‘뤽상부르의 정원’ 주문이 들어가지 않았음을 뒤늦게 확인했다. 김어준씨는 “그건 꼭 먹어봐야 해”라며 등을 두드리고 지나갔다. 한 직원이 다가와 “아이스크림이 떨어져 준비가 조금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이 식당의 구글 평점은 현재 5점 만점에 4.7점, 정식 오픈 첫날에도 리뷰는 이미 100개를 넘긴 상황이다. 김어준씨가 식당을 시범 운영할 때 들렀던 사람들이 남긴 리뷰가 보였다. “한국에서도 맛보기 귀한 전통 방식로 만들어진 소스로 현지인의 입맛까지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특별하고 정성 가득한 파리의 추천 맛집” “할머니가 직접 담근 것 같은 된장과 간장의 맛”같은 표현이 눈에 띄었다.

방송인 김어준(58)씨가 지난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개업한 한식당 ‘방드르디 구르망(Vendredi Gourmand·금요 미식회)’의 디저트 메뉴 '뤽상부르의 정원'/원선우 특파원

‘바질 그라니타’ ‘생강 마스카포네’ ‘남해유자 젤라토’를 썼다는 이 디저트는 식용 꽃으로 뤽상부르 공원의 풍경을 묘사했다고 한다. 김어준씨 측은 과거 청년 시절 배낭여행을 하며 이 공원에서 노숙을 하며 바라본 중국 식당을 인수해 이 식당을 만들었다는 ‘스토리텔링’을 내세우고 있다.

김어준씨의 이 식당 홈페이지엔 ‘프랑스식 주문 예절’을 설명하는 문답 코너가 있다. 직원을 부를 때 “저기요”라고 말하지 말고, 눈빛을 마주치라거나, 계산할 때는 테이블에서 ‘라디시옹 실부플레(L’addition, s’il vous plaît·계산서 주세요)’라고 말한 뒤 자리에 앉은 채 계산하라는 식이다. 하지만 테이블에서 “계산을 하겠다”고 하자 직원은 한국식 계산대로 안내했다.

방송인 김어준(58)씨가 지난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한식당 ‘방드르디 구르망(Vendredi Gourmand·금요 미식회)’의 개업식에서 본지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원선우 특파원

계산을 한 뒤 김어준씨에게 “잘 먹었다”라고 인사를 하자 “우리 사진을 찍었었나?”라고 했다. “아까 찍었다”고 하고 기자 신분을 밝히며 명함을 건네자 김어준씨는 ‘파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인터뷰 요청에는 “욕하는 기사 쓸 거잖아. 인터뷰는 안 해”라고 했다. 김어준씨가 눈짓으로 호출한 듯한 경호원이 그새 다가와 더는 인터뷰를 요청할 수 없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