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인데 완전히 딴 세상”…현대百은 북적, 빅마켓은 잡초만 무성 [르포]

방영덕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byd@mk.co.kr), 변덕호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ddoku120@mk.co.kr) 2026. 7. 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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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북서지역 상권 가보니...
‘가격’ 아닌 ‘체류 경험’이 상권 운명 갈라
일산 현백·스타필드 마켓 매출 늘고
빅마켓 폐점 후 부지 수년째 방치돼
지난달 30일 오후 방문한 일산 롯데 빅마켓 부지. 관리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변덕호 기자]
“현대백화점 쪽은 사람도 많고 식당도 북적이는데, 빅마켓 쪽은 사실상 상권이 없다고 봐야죠.”

지난달 30일 오후 찾은 경기 고양시 킨텍스 일대. 불과 도보 1~2분 남짓한 거리였지만 상권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지하 식품관과 푸드코트는 점심시간을 맞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식당마다 대기 줄이 이어졌고 카페에도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장을 보는 주민들과 외식을 즐기려는 가족 단위 고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달 30일 오후 방문한 일산 롯데 빅마켓 부지. 관리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변덕호 기자]
반면 지하 통로로 연결된 홈플러스는 한산했다. 상당수 점포가 철수한 매장은 휑한 분위기였고 일부 리빙용품 매장만 드문드문 손님이 보였다.

현대백화점을 지나 과거 롯데 빅마켓이 있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자 상권은 더욱 급격히 식어갔다. 현대백화점 주변에는 식당과 카페를 중심으로 생활형 상권이 형성된 반면 빅마켓 방향은 아파트 단지만 이어질 뿐 상업시설이 크게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의 발걸음도 함께 끊겼다.

특히 폐점한 지 수년이 지난 빅마켓 부지는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빅마켓은 롯데마트가 운영하던 창고형 할인매장 브랜드다. 부진이 이어지자 폐점·매각이 이어진 후 현재는 전 점포가 ‘맥스(MAX)’ 브랜드로 전환된 상태다.

빅마켓 킨텍스점은 2020년 영업 종료 이후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로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

건물 주변에는 무성하게 자란 잡초와 녹슨 벤치, 작동하지 않는 횡단보도 신호등만이 남아 있었다. 주말마다 차량으로 가득했던 대형마트의 흔적은 이제 찾아보기 어려웠다.

빅마켓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빅마켓 부지를 가리키며 “흉물이라는 표현이 맞는다”며 “예전에는 장을 보러 자주 왔지만 지금은 이쪽으로 올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방문한 홈플러스 킨텍스점. [변덕호 기자]
같은 생활권 안에서 상권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은 소비 방식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주말마다 대형마트를 찾아 한꺼번에 장을 보는 소비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되고, 외식과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이나 집 가까운 생활밀착형 상권으로 소비가 분산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화되면서 대형마트의 집객력은 예전만 못하다”며 “창고형 할인점 간 경쟁이 심화된 데다 소비 패턴까지 바뀌면서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만으로는 고객을 붙잡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변화는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온라인 유통의 성장과 유통시장 정책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전국 읍·면·동 단위 신한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 1인당 온라인 결제액이 1% 증가할 때 대형마트 매출은 0.264% 감소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방문한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내부 모습. [변덕호 기자]
반면 기업형슈퍼마켓(SSM) 매출은 0.221%, 편의점은 0.324%, 기타 전문유통업은 0.356% 증가했다. 전체 오프라인 매출도 0.186%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소비 확대가 오프라인 유통 전체를 잠식했다기보다 대형마트 중심 소비를 집 가까운 생활상권과 다른 오프라인 업태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킨텍스 상권은 이러한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백화점 킨텍스점은 쇼핑뿐 아니라 외식과 식품 콘텐츠를 강화하며 집객력을 높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리빙과 식품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증가했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식사와 여가를 함께 즐기는 ‘목적형 방문지’로 자리매김하면서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 대형마트였던 이마트 킨텍스점도 최근 ‘스타필드 마켓’으로 새 단장하며 쇼핑 공간의 성격 자체를 바꿨다. 체험형 콘텐츠와 휴식 공간을 대폭 강화한 결과 스타필드 마켓 일산점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1% 증가했고 방문객 수는 104.3% 늘었다.

스타필드 마켓 킨텍스점. [이마트]
단순히 장을 보러 들르는 공간이 아니라 머물고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고객 체류 시간이 늘었고, 이는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창고형 할인점이었던 빅마켓 부지는 폐점 이후 수년째 새로운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같은 생활권에서도 공간이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상권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킨텍스 상권의 희비가 개별 점포의 성패를 넘어 소비 방식과 지역 구조가 동시에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대백화점은 차별화된 콘셉트를 꾸준히 구축하면서 사람들이 찾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면서도 “경기 북서부는 기업 유치가 정체되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소비 여력이 약해지고 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선 개별 점포 경쟁력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산업과 일자리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일산처럼 외곽 상권은 소비자가 일부러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며 “스타필드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이나 성수동처럼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가 상권을 이끌어야 한다. 단순한 쇼핑시설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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