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버리 "韓메모리 숏"…대규모 투자계획 겨냥 "끝의 시작"

신기림 기자 2026. 7. 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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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및 반도체종목 공매도 포지션 공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닷컴버블 수준 과열"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을 통해 코스피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송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1.83포인트(0.97%) 오른 8476.48로 마감한 반면 코스닥은 4.39포인트(0.48%) 내린 916.18로 장을 마쳤다. 중동 긴장 완화와 뉴욕증시 회복에 하락 출발했던 원·달러 환율은 한때 155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2026.6.30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월가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한국 반도체 업계의 투자 확대를 계기로 인공지능(AI) 랠리가 정점에 가까워졌다며 엔비디아와 반도체주에 대한 공매도(숏) 포지션을 공개했다.

30일(현지시간) CNBC방송,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버리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브스택(Substack) 글에서 엔비디아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테슬라, 아이셰어즈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SOXX), 캐터필러를 공매도했다고 밝혔다.

버리는 특히 지난 29일 발표된 한국 메모리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AI 투자 사이클의 정점 신호로 해석했다. 그는 "오늘 랠리의 직접적인 계기는 한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투자 계획"이라며 "하지만 나는 이것이 '끝의 시작(beginning of the end)'이라고 본다.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광주 등 서남권에 800조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공장 4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장비주가 급등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실제 이에 힘입어 이날 뉴욕 증시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3.92% 급등했다. AMD는 6.86%, 인텔은 7.23%,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6.00%, KLA는 5.29%, ASML의 미국예탁증서(ADR)는 5.93%, 엔비디아도 1.27% 상승했다.

버리는 AI 투자 열풍의 대표적 수혜주인 캐터필러도 처음으로 공매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캐터필러는 과거에는 롱(매수) 포지션으로 좋은 수익을 안겨준 종목이지만 이번에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며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평가했다. 버리는 캐터필러의 주가매출비율(PSR)이 최근 3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건설·광산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는 반도체 기업은 아니지만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의 대표적인 인프라 수혜주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토목공사와 부지 조성, 전력 인프라 구축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굴착기와 불도저, 발전기 등을 생산하는 캐터필러의 실적 기대도 크게 높아졌다.

시장에서 캐터필러를 'AI 인프라 구축(AI infrastructure)'의 대표 수혜주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며 올해 상반기에만 주가가 86% 급등했다. S&P500 편입 종목 가운데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는 반도체 업종의 밸류에이션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현재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약 65%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이 같은 괴리는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버리는 이날 공개한 글에서 분기 말 시장 특유의 '윈도드레싱(window dressing)' 현상도 언급했다. 그는 "펀드들은 분기 말이 되면 많이 오른 종목을 보유한 것처럼 포트폴리오를 꾸미고 부진했던 종목은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6월 말은 연말 자금 유치를 앞둔 중요한 시점이라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6월 말은 다르다. 이제는 윈도드레싱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라며 "나는 오늘 시장의 주요 추세를 거스르는 거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윈도드레싱은 펀드매니저들이 분기 말 운용 성과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상승한 종목을 매수하고 부진한 종목은 줄여 포트폴리오를 꾸미는 관행을 말한다.

버리의 공매도 공개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올해 상반기에만 101%, 2분기에만 88% 급등하며 사상 최고 분기 수익률을 기록한 직후 나왔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가 반도체주를 끌어올렸지만, 버리는 이를 오히려 과열의 신호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버리는 최근에도 AI 관련 자산의 과도한 밸류에이션과 투자 쏠림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다만 버리의 공매도가 항상 적중한 것은 아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하며 '빅쇼트'의 전설이 됐지만, 이후 테슬라 공매도와 2023년 미국 증시 전체를 겨냥한 대규모 풋옵션 베팅은 시장 반등으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등 AI 관련주 공매도는 AI 조정 국면에서 단기적으로 적중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2008년 이후에는 시장의 과열을 비교적 이른 시점에 포착해 공매도에 나서는 경향을 보여 방향성은 맞더라도 타이밍이 빨라 손실을 보거나 포지션을 조기에 청산하는 경우가 반복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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