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터 하나 바꿨을 뿐인데…클라크·유해란이 증명한 ‘퍼트는 돈’[양준호의 골프투어 인사이드]
유해란은 대회 중 스코티카메론OC 말렛으로 바꿔
퍼터만 후원사 제품 안 쓰고 ‘자율’ 조건, 30억 잭팟

퍼터 하나 바꿨을 뿐인데 그린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요즘 가장 무서운 선수가 된 윈덤 클라크(미국) 얘기다.
클라크는 29일(현지 시간)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의 연장 우승으로 끝난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자와 3타 차의 공동 5위를 했다.
한 달여 전 더 CJ컵 바이런 넬슨부터 이번 대회까지 성적이 1위-3위-공동 11위-1위-공동 5위다. 이 기간 번 돈만 873만 2050 달러(약 135억 1000만 원)다.
‘퍼트는 돈’이란 얘기처럼 클라크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주고 있는 건 바로 퍼트다. 퍼터를 바꾼 이후 CJ컵과 US 오픈을 우승했고 총상금 2000만 달러의 시즌 마지막 시그니처 대회 트래블러스 또한 톱5에 들었다.
클라크에게 요술방망이가 된 퍼터는 ‘핑 스코츠데일 텍 앨리 블루 온셋(Scottsdale TEC Ally Blue Onset)’이다. 샤프트가 무게중심보다 앞쪽에 배치된 온셋 샤프트 형태라 페이스 컨트롤의 극대화와 백스핀의 최소화를 동시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제로 토크 퍼터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밸런스에서 추구하는 바가 좀 다르다는 차이가 있다.
클라크는 퍼터 솔(바닥)에 납 테이프를 직접 붙여 미세하게 무게를 추가했다. 무게도 무게지만 솔을 두껍게 만들어 퍼터가 지면에 완전히 밀착되도록 ‘튜닝’하는 목적이 더 크다고 한다.
클라크는 이 퍼터로 트래블러스 마지막 날 퍼트 수를 20개로 막았다. 대회 사상 한 라운드 최소 퍼트 신기록이다. 이날 성공한 퍼트의 거리를 모두 더하면 약 32m.
없던 힘과 정신을 모두 짜낼 수밖에 없는 ‘코스와의 전쟁’인 US 오픈에서 우승하고 난 직후인데도 후유증은 전혀 없었다. 컴퓨터 퍼트 덕분이다. PGA 투어에서 평균 이하 퍼트 실력으로 고생하던 클라크는 이제 퍼트 도사가 돼 유럽으로 건너간다.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과 시즌 마지막 메이저 디 오픈으로 요술의 무대를 옮겨간다.
28일(현지 시간)엔 유해란이 역시 퍼터 교체 효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우승했다. 1라운드에 선두와 10타 차로 컷 탈락 위기에 몰리자 퍼터 교체 승부수를 띄웠고, 급반등한 우승으로 데뷔 첫 메이저 제패와 함께 상금 30억 원을 거머쥐었다.

재미있는 것은 테일러메이드 후원 선수인데 타이틀리스트의 스코티카메론 퍼터로 우승했다는 것이다. 유해란은 드라이버와 미니 드라이버, 하이브리드, 아이언, 웨지, 그리고 볼까지 테일러메이드 제품을 쓰는데 퍼터만 스코티카메론이다.
테일러메이드 풀라인 선수지만 계약 조건에 14개 클럽 중 1개 클럽 선택에 있어 자율성이 있었고 유해란은 그 선택권을 퍼터에 쓰고 있다.

지난해 테일러메이드의 제로 토크 퍼터로 우승하기도 했던 유해란은 그해 중순 ‘스코티카메론 팬텀 11R OC’로 바꿨고 올해 초 테일러메이드 퍼터로 돌아갔다가 다시 스코티카메론으로 갈아탔다. 여자 PGA 챔피언십 1라운드에 컴팩트 말렛 형태인 ‘패스트백 OC’를 쓴 유해란은 2라운드부터 말렛 형태의 팬텀 11R OC를 들고 나가 버디 잔치를 벌였다. ‘OC’는 온셋 센터를 뜻한다. 클라크의 핑 스코츠데일과 비슷한 원리의 퍼터가 또 큰 우승을 일군 셈이다.
투어 선수들은 이렇게 단 몇 g짜리 납 테이프를 퍼터 솔의 어느 부분에 어떻게 붙일 것인지를 고심하는가 하면 대회 중에 퍼터를 바꿔 드는 모험을 걸기도 한다. ‘퍼터 하나 바꿨을 뿐인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투어 선수들은 그 퍼터 하나를 골프의 절반 이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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