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수수료·운임·배차방식은 교섭 대상에 해당한다고 본 판정

1. 사건의 개요
대리기사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고객의 차량을 목적지까지 대신 운전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때 고객의 요청을 이른바 '콜'이라 일컫는다. 대리기사는 하나 또는 여러 대리운전업체에 소속돼 대리운전업체에서 직접 배정받거나, 대형플랫폼사(카카오·티맵·로지 등)를 통해 배정받은 콜을 수행한다. 이렇게 배정받은 콜을 수행한 대리기사는 업체에 고객이 지급한 운임에서 수수료 등을 제외한 금액을 대가로 지급받는다.
㈜핸들포유는 전국대리운전노조 조합원인 대리기사들이 소속돼 있는 대리운전업체 중 하나다. 특징적인 점은 독자적으로 배차시스템 앱을 개발·운영하면서 자사 앱과 대형플랫폼사를 통해 콜을 배정해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전국대리운전노조는 ㈜핸들포유를 상대로 대리기사의 수입과 직결되는 수수료와 운임은 물론, 배차방식에 대한 실질적인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핸들포유는 해당 사항들이 모두 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교섭을 일률적으로 거부했다. 수수료·운임·배차방식은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며, 그중에서도 운임 및 수수료의 경우 대리운전업계 내 시장가격이 정해져 있어 결정권한이 없는 사항이라는 것이 ㈜핸들포유의 주장이었다. 교섭은 계속됐지만 핵심 교섭의제에 대한 논의의 진전은 전혀 이루어질 수 없었다. 결국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핸들포유를 상대로 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경기지노위는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대리운전 업무의 특성상 수수료·운임·배차방식은 대리기사의 수입과 직결되는 중요한 근로조건으로서 교섭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핸들포유의 행위는 정당한 이유 없는 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핸들포유는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2. 판정의 요지
재심에서도 ㈜핸들포유는 초심과 동일하게 수수료·운임·배차방식의 경우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장가격, 대형 플랫폼사의 정책 등에 의해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서 독자적·임의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다만, 단체교섭 전 과정에서 성실교섭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것이 초심과는 다른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사건의 쟁점은 ① 수수료·운임·배차방식이 그 자체로 대리기사의 중요한 근로조건으로서 교섭 대상에 해당하는지와 ② ㈜핸들포유가 교섭에 성실히 임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있었다.
◇가. 수수료·운임·배차방식이 교섭 대상에 해당하는가=중노위는 초심과 동일하게 수수료·운임·배차방식은 대리기사들의 주된 근로조건으로서 교섭 대상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기본적으로 중노위는 대리기사들의 경우 고객이 지급한 운임에서 대리운전업체가 수수료 등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을 지급받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핸들포유가 수수료 및 운임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대리기사들의 수입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아울러 대리기사들의 수입은 어떠한 기준으로 얼마나 자주 배차를 받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되므로 업무 특성상 수수료·운임·배차방식은 인사·경영권 등 기업의 본질적인 의사결정 사안이 아닌 근로조건과 직접 관련된 사항으로 노사교섭을 통해 논의할 수 있는 정당한 교섭의제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한 중노위는 수수료·운임·배차방식이라는 교섭의제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지 않아 실제적 결정권이 없다거나 사업 규모가 작아 교섭의 실효성이 없다는 ㈜핸들포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섭 대상을 정함에 있어 회사가 시장에서 어떠한 위치인지 또는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있는지 등이 기준이 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리운전업체인 ㈜핸들포유는 고객에게 최초로 제안하는 기본운임의 범위를 정할 수 있고, 수수료에 시장가격이 있다고는 하더라도 대리운전 기사에게 제시할 수수료는 형식적으로라도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핸들포유의 경우 단독 앱을 운영하면서 콜을 배차하고 있으므로 배차방식에도 결정권한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나. 교섭에 성실히 임했다고 볼 수 있나=중노위는 ㈜핸들포유의 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실질적으로 해당 사항들을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성실히 교섭에 임하지 않은 것으로서, 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중노위는 ㈜핸들포유가 단체교섭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고, 일부 의제에 대해 당사자 간 논의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나, 운임 및 수수료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노조의 단협안에 따르면 해당 사항들에 대해 명시적으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핸들포유가 독자적 결정권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에 교섭 과정에서 주요 교섭의제로 논의되지 못했던 점, ㈜핸들포유는 독자적 결정권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뿐 주장 근거를 설명하거나 제시하며 설득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사측의 단협안에 따르면 해당 사항들을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노조로서는 사용자가 교섭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교섭 거부·해태로 인식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점 등의 사정 역시 고려됐다.
무엇보다 중노위는 사용자의 주관적 인식이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핸들포유가 해당 사항들을 경영권 사항으로 인식했다는 사정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록 구제신청 전까지 당사자 간 의견이 일치하거나 이견이 좁혀진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중 상당 부분은 애초에 의견 대립이 극심하지 않았던 부분으로 ㈜핸들포유가 단체교섭의 핵심 쟁점에 관해 진지한 협의의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상 일부 의견 일치가 이뤄진 조항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3. 판정의 의의
플랫폼노동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알고리즘은 플랫폼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휘·통제하는 수단이 됐다. 업무지시는 물론 감시와 평가, 나아가 불이익을 부과하는 결정까지 알고리즘은 기존 관리자의 역할을 완벽히 대체하는 새로운 통제체계로 자리 잡았다.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사람의 자리를 기술이 대신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알고리즘의 불투명성에 있다. 대부분 플랫폼기업이 영업비밀 내지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임을 이유로 철저히 공개를 거부한다. 알고리즘이 곧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결정짓는 핵심 기제인데도 정작 노동자들은 자신을 옭아매는 알고리즘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 어떠한 기준으로 업무가 배정되고 평가되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불이익으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는 구조 속에서 플랫폼 노동자는 철저히 정보에서 소외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중노위의 판정은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중노위는 수수료·운임·배차방식이 대리기사의 실질적인 수입과 직결되는 근로조건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배차방식은 곧 알고리즘을 의미하는바, 이는 단순히 알고리즘에 대한 플랫폼 노동자의 알 권리를 재확인한 수준이 아니라 그 역시도 플랫폼 노동자가 직접 교섭할 수 있는 대상임을 명백히 선언한 것이다.
결국 이번 판정은 경영권이라는 명목으로 교섭을 회피하거나 해태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알고리즘이 노동조건을 결정짓는 핵심 기제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를 넘어 그 설계와 운용에 노동자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섭권을 확보했다는 데 깊은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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