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 막힌 인도, 쓰레기장 된 골목…무질서가 점령한 ‘야장 성지’ [르포]

남소정 기자 2026. 7. 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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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장 성지’ 종로3가 가보니
쓰레기 민원 끊이지 않아
일부 업소에선 보행로 점유
주민 “방뇨·악취 스트레스”
“상권·주민 공존 대책 필요”
서울 종로3가 야장 거리. 남소정 기자

“2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잡은 자리인데 옆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어요.”

6월 28일 오후 10시 서울 종로3가 인근 야장거리. 주말이 끝나가는 일요일 밤이었지만 골목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야외 테이블은 손님들로 가득 찼고 자리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골목을 오갔다. 한쪽에는 음식물과 일회용 컵, 술병이 담긴 쓰레기봉투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바닥에는 담배꽁초와 토사물 등 오물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악취에 얼굴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빈자리를 찾아 한참을 돌아다니던 조 모(26) 씨는 “겨우 남은 한 자리를 찾았는데 쓰레기 버리는 곳 바로 옆이라 앉고 싶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차도에 테이블이 붙어 있어 차량이 지날 때마다 매연이 들어오고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까지 있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3가 야장 거리. 남소정 기자
서울 종로3가 야장 거리의 금연 안내판 앞에서 시민들이 흡연하는 모습. 남소정 기자

2030세대 사이에서 ‘야장 성지’로 떠오른 종로3가가 쓰레기 무단 투기와 소음, 보행 불편 등 각종 생활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 야장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운 명소가 됐지만, 방문객이 늘수록 주민 불편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불편은 실제 민원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종로구에 따르면 지난해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구 전체에 접수된 쓰레기 무단 투기 민원은 974건에 달했다. 올해도 지난달부터 6월 26일까지 340건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5~6건꼴이다.

주민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더 크다. 돈화문로9가길에서 12년째 살고 있는 김규철(62) 씨는 “관광객이 늘면서 상권이 활기를 띠는 건 반갑지만 그만큼 주민들의 생활환경은 악화됐다”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쓰레기 악취는 물론 길거리 흡연과 담배꽁초, 노상방뇨, 소음 때문에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돈화문로11길 상생거리 조성사업’에 따라 인도에는 테이블 1열 배치가 원칙이지만, 이날 일부 점포는 테이블을 2열로 운영하고 있었다. 남소정 기자
서울 종로3가 야장 거리. 남소정 기자

앞서 종로구는 지난해 ‘돈화문로11길 상생거리 조성사업’을 통해 야장 질서 세우기에 나섰다. 기존 양방향 2차선 도로를 일방통행 1차선으로 전환해 보행 공간을 확보하고, 업소별 옥외 테이블은 1열까지만 설치하도록 했다. 도로점용 허가와 옥외영업 신고도 의무화하며 거리 운영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취재 현장에서 만난 모습은 제도와는 거리가 있었다. 일부 업소는 허용 구역을 넘어 보행로까지 테이블을 설치해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인도를 피해 차도로 내려와 이동해야 했다. 좁은 일방통행 도로에서는 차량이 보행자 옆을 가까스로 지나가는 상황도 반복됐다. 인근 횡단보도에서는 보행 신호가 켜진 상황에서도 차량이 지나가면서 보행자들이 이동을 주저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때문에 단순히 쓰레기나 소음 문제가 아니라 야장 운영 방식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권이 커질수록 보행 안전과 교통, 위생 문제까지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종로3가 야장 거리. 남소정 기자
서울 종로3가 야장 거리에서 시민들이 금연 현수막이 걸린 곳 앞에서 흡연하고 있다. 남소정 기자

종로구는 관광 성수기인 4~6월과 9~11월에는 주 2회 이상 현장 점검과 계도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방문객이 집중되는 시간대에는 모든 업소를 상시 관리하기 어려워 제도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방문객이 몰리는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일부 업소에서 허용 범위를 넘는 영업이 이뤄지는 사례가 있다”며 “현장 모니터링과 점검을 지속하면서 운영 기준이 지켜질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단속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무질서한 영업을 방치하면 단기적으로는 손님이 늘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거리의 이미지가 훼손돼 방문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인회와 지자체가 함께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서를 지키는 것이 규제가 아니라 상권을 키우는 투자라는 인식이 상인들 사이에 자리 잡아야 한다”며 “위생과 보행 안전, 교통 질서를 꾸준히 관리해야 결국 지역 상권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소정 기자 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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