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800조 반도체 5년내 조성?…용인 보니 '물·전기' 계획만 최소 2년

김승준 기자 2026. 7.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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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권 청사진엔 인프라 방향만…용인은 발표 후 2년 만에야 물·전기 계획 윤곽
용인은 송전탑 갈등·미완 로드맵, 서남권은 재생에너지·원전 간헐성 극복이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29 ⓒ 뉴스1 허경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정부가 광주·전남 등 서남권에 800조 원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팹(FAB) 4기를 5년 내 신설하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핵심 인프라인 전력과 용수 확보 방안은 아직 '방향성'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구상은 초대형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인 만큼, 초기 단계부터 실현 가능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2023년 발표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도 동일하게 제기됐던 쟁점으로,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용인 클러스터의 경우 발표 이후 약 2년이 지나서야 용수 공급 사업이 설계 단계에 들어갔고, 전력 공급 역시 단계별 계획이 뒤늦게 구체화되는 과정을 거쳤다.

서남권 팹 역시 전력 6.3기가와트(GW), 하루 65만 톤의 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제시되며, 인프라 구축 속도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800조 규모 반도체 산단 추진…'전력·용수'는 방향성만

1일 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서남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성환 기후환경에너지부 장관은 국민보고회에서 "서남권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6.3기가와트(GW)의 전력과 하루 65만 톤(t)의 용수를 적기에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약 15GW의 전력과 하루 150만t의 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일일 65만 톤의 용수 공급 방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동복댐 30만 톤, 주암·장흥댐 여유량 15만 톤, 보성강댐 10만 톤, 나주댐 10만 톤을 댐 증설, 용수 조정을 통해 공급한다.

다만 댐 증설과 용수 공급을 위한 공사 계획 등 세부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로 추후 부지가 확정되면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또한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증설 계획과 송전망을 얼마나 증설할지 등 세부 수단·일정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정부 공개 자료에 따르면 적기 공급을 위한 △전력망 접속선로 신속 구축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원전 활용 △용수 수송을 위한 도수관로 신속 건설 △다목적댐 및 대체 수자원 활용 등 방향성만 제시된 상태다.

정부는 부지 선정, 인허가 지원을 통해 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통상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전력·용수 확보 속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용인 클러스터, 발표 후 2년 동안 용수 방안 구체화

용인 클러스터 사례를 보면, 대규모 반도체 프로젝트는 발표 당시엔 '규모와 방향'만 제시된 채 물·전기 인프라가 미완의 상태로 출발하고, 이후 2년가량에 걸쳐 용수·전력 방안이 뒤늦게 구체화하는 패턴을 보였다.

먼저 SK하이닉스가 들어서는 일반산단에 하루 26만 5000톤을 공급하는 관로 사업이 추진됐고, 이어 삼성전자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을 묶는 '통합용수공급 사업'이 발표·협약을 통해 윤곽을 갖췄다.

통합용수공급 사업은 클러스터 발표 이후 약 2년이 지난 뒤에야 기본·실시설계에 착수했고, 그제야 어느 댐과 하수처리수, 하천수를 어떻게 조합해 하루 100만 톤 안팎의 물을 확보할지에 대한 세부 계획이 공개됐다.

물 부족 우려가 제기되던 시기에는 "대략 100만 톤 이상이 필요하다"는 수요 추산만 있을 뿐, 수원·관로·공사 일정은 비어 있었던 셈이다.

이번 서남권 투자의 경우 용수는 최대한 댐, 광주제1하수처리장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용인에 비해 유리한 점이 일부 있지만, 산단까지 물을 끌어오는 관로 경로 설계와 토지 보상 등은 앞으로 수년간에 걸쳐 논쟁과 보완을 거치며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2026.6.29 ⓒ 뉴스1 김영운 기자

용인 클러스터 전력은 여전히 '미완'…서남권 전력 공급은 12차 전기본서 윤곽

용인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 계획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발표 당시엔 "원전 10기 안팎에 해당하는 전력이 필요하다"는 수요 추산과 LNG 발전소 신·증설과 송전망 확충을 통한 대응 방향만 제시됐다.

실제 협의는 2024년 2월부터 '국가 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 전력공급 유관기관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되며 시작됐다. 이후 같은 해 11월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 사업 협약'을 통해 전력 공급 계획이 모습을 드러냈다.

협약에 따르면 삼성전자 팹이 들어서는 국가 산단의 전력 공급 계획은 총 3단계로 구성됐다. 1단계는 2030년 초기 수요의 대응을 위한 동서·남부·서부발전 각 1GW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이다. 2단계에서는 '호남 지역-용인'을 연결하는 송전선로 건설로 약 6GW의 전력을 공급한다. 3단계로는 2044년 이후 전력 수요·기술 등 종합 고려한 후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SK하이닉스가 들어서는 일반산단의 경우, 1단계로 2027년 팹 1기 가동을 위해 '신안성 변전소-동용인 변전소' 연결 송전선로를 구축해 2.8GW 규모의 전력을 공급하며, 2단계로 추가 전력공급을 위해 동해안-용인 송전선로를 건설하고, 산단 내에 변전소를 신설한다.

발표 시점에 미완이었던 인프라 구상은 지금도 여전히 완결된 청사진이라기보다는 '중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서남권 투자의 경우, 전력 공급 역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활용한다는 방향성 이외에는 없는 단계다.

이같은 세부 계획은 추후 발표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 계획'(전기본) 을 통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앞서 용인 클러스터 역시 11차 전기본에 필요 수요가 반영되며 전체 전력 수급 계획의 틀에서 다뤄졌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9일 정부가 발표한 서남권 반도체 전력공급과 관련해 "12차 전기본에 원전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원전뿐 아니라 LNG나 수소, 모든 다양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내용도 전기본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력 공급 논란은 용인과 서남권 사례에서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용인 산단의 전력 공급은 '송전탑 갈등'이 두드려졌다. 용인 산단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송전 경로에 있는 호남·충청·강원 등이 송전탑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서남권의 경우에는 정부가 호남권의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활용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러한 송전탑 논란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과제가 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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