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사는 세상] 불편한 진실 앞에 당당…“병든 사회 고치려 기자됐죠”
매일 오전 5시 하루 일과 시작
기자·앵커로 걸어온 16년 여정
약자 목소리 담아낸 현장취재
신문 8종 읽으며 균형감 키워
품격있는 생각 전하는 첫 저서
“시청자·독자 삶에 도움 되고파”


매일 오전 5시, 모두가 잠든 시간 회사 불을 켜며 하루를 시작하는 이가 있다. 2013년부터 채널A 아침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김진 앵커(40)다. 그는 최근 교양서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지식 브리핑’을 출간하며 스튜디오를 넘어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2010년 스물넷 나이로 동아일보 기자직에 합격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이라 회사는 그가 업무를 하지 않고 계절학기를 듣게끔 배려해줬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듬해 채널A가 개국하며 그는 방송 기자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간다. 어려서부터 앵커를 꿈꿔왔기 때문이다.
2년 뒤 ‘신문이야기 돌직구 쇼+’를 진행하며 오랜 바람을 이뤘다. 본업인 취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국방부에 출입하며 임신 중 최전방 부대에서 복무하다 숨진 여성 중위를 ‘일반 사망’으로 처리한 사건을 고발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과로와 업무가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며 순직 처리를 권고했지만 육군은 재심의만 예고한 상태였다. 뉴스가 나간 다음 날 육군은 입장을 바꿔 순직을 인정했다. 이 보도를 계기로 국방부는 최전방지역 산부인과 진료체계를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의사가 아픈 사람을 낫게 하는 것처럼 기자가 돼 병든 사회를 고치고 싶었어요. 특히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언론이 아니면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니까요. 만삭 여군 사망 사건 취재는 내가 왜 기자가 되려고 했는지에 떳떳하게 답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2018년엔 단독 진행자로 ‘김진의 돌직구 쇼’를 맡았다. 자신의 이름을 단 프로그램은 큰 영광인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었다. 그는 오전 5시 회의를 시작으로 조간신문 8종을 읽은 후 8시5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생방송을 한다. 일주일에 두번은 모교인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강의 연단에 선다. 한번 늘어지게 자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면서도 시청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1분1초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분망한 일정 속에서도 그는 저술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렇게 나온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지식 브리핑’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뉴스에서 다루지 못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며 독자가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마련해준 책이다. 한 20대 독자는 김씨에게 ‘책을 읽고 답답했던 마음이 뚫렸다.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며 살지 알게 됐다’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이 ‘품격’의 실종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품격은 사람을 단순하게 판단하지 말고, 상황을 한 방향으로만 바라보지 않으며, 말 뒤에 숨은 맥락을 읽어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렇게 하려면 다양한 논조의 뉴스를 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다보면 편향에 빠질 수밖에 없어서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뜻이다. 그 역시 16년간 매일 보수지와 진보지·경제지를 두루 읽으며 균형 잡힌 시각을 키웠고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담아 책으로 엮었다.
“제 책과 방송이 영화 ‘매트릭스’ 속 빨간약처럼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어요. 특히나 종이 책은 페이지를 넘기다 잠시 멈춰 스스로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만큼 현대인에겐 필수라고 생각해요.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지식 브리핑’ 전자책을 따로 내지 않은 이유랍니다.”
앵커와 교수, 베스트셀러 작가까지 꿈꾸던 것을 모두 이뤄 행복하다는 김씨. 이제는 시청자와 독자에게 받은 사랑을 그들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로 갚겠단다. 새로운 목표를 품고 그는 오늘도 누구보다 먼저 방송국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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