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스포츠는 생물학적 여성만”… 美대법원, 트랜스젠더 출전 금지 ‘합헌’ 판결

권순욱 2026. 7. 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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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원, “여성 안전과 공정성 침해” 하급심 뒤집어
텍사스·플로리다 등 27개 주 규제 탄력… 美 전역 확산 기로
트럼프 “말도 안 되는 상황 종결, 큰 승리”… 전국 금지 추진
여성 수영종목에 출전한 트랜스젠더 선수.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랜스젠더 학생 선수의 여성 스포츠팀 참여를 금지한 주(州)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보수 우위 구도의 대법원이 성소수자 관련 권리 제한에 연이어 손을 들어준 것으로, 미국 전역의 스포츠계와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방대법원은 30일(현지시간) 트랜스젠더 고등학생 베키 페퍼-잭슨(16)과 대학생 린제이 히콕스(25)가 각각 웨스트버지니아주와 아이다호주의 법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는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은 결과다.

소송의 발단이 된 법률들은 성별의 기준을 철저히 ‘생물학적 조건’에 두고 있다. 2021년 제정된 웨스트버지니아주 법률은 성별이 “오직 개인의 출생 당시 생식 생물학 및 유전학에 근거한다”고 규정했다. 2020년 제정된 아이다호주 법률 역시 “여성을 위해 지정된 스포츠는 남성 성별을 지닌 학생들에게 개방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대법관 다수 의견은 이러한 주 법률들이 모든 사람에게 법을 동등하게 적용하도록 한 헌법 14조나, 교육 내 성차별을 금지하는 1972년 교육개정법 9편(Title Ⅸ)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경기 출전이 ‘여성 안전’과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보수 진영의 논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고들은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페퍼-잭슨은 사춘기 억제제와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며 크로스컨트리, 투포환, 원반던지기 등 여성 경기에 출전해왔으며, 히콕스 또한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여자 육상팀 입단을 시도했으나 가로막혔다.

이번 판결의 직접적인 효력은 소송이 제기된 2개 주에만 미치지만, 유사한 규제를 시행 중인 다른 27개 주에도 결정적인 명분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 성소수자 재단 ‘MAP’(Movement Advancement Project)에 따르면 현재 텍사스,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25개 주가 법률로, 버지니아와 알래스카 등 2개 주가 기관 정책 등으로 트랜스젠더 학생의 성정체성에 따른 운동종목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번 판결을 “큰 승리”라고 환영하며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이제 종결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트랜스젠더의 여성 종목 출전 금지를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유권자 신분검사 강화 법안’에 관련 내용을 담아 추진 중이다. 해당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 계류돼 있다.

반면 성소수자 진영과 진보 매체들은 이번 판결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CNN 방송은 “이번 판결은 성소수자 운동이 입은 중대한 패배”라고 평했다. 이어 “대법관들이 사춘기 억제제와 호르몬 치료 같은 미성년자 대상 트랜스젠더 의료를 주들이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한 지 1년 만에 나온 결정”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연방대법원은 최근 2년간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제한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해 트랜스젠더 청소년 대상 성전환 치료 금지법을 합헌으로 판결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트랜스젠더 학생에 대한 보호 규정(부모 통지, 대명사 사용)을 요구한 캘리포니아주의 규정을 금지했다. 지난해에는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하고 여권에 성정체성 기재를 막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허용하기도 했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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