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곰팡이가 호흡기 감염 위험 높인다?"… 약해진 '코 점막' 방어력 지키려면

장마철에는 실내 습도가 빠르게 오른다. 환기가 충분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습기가 머물면서 벽지·창틀·에어컨 내부 등에 곰팡이가 번식하기 쉽다. 일부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실내 곰팡이 농도가 환경부 권고기준인 500CFU/㎥를 넘어서기도 한다.
문제는 곰팡이가 단순한 불쾌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기 중 곰팡이 포자는 호흡 과정에서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이때 먼저 영향을 받는 부위 가운데 하나가 코 점막이다. 실제로 2018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이 발표한 동물 전임상 연구에서는 알테르나리아(Alternaria alternata)에 반복 노출된 실험동물에서 비강 염증 반응이 증가하고 독감 바이러스 감수성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 점막은 곰팡이 포자와 바이러스 등 외부 자극을 처음 마주하는 1차 방어선이다. 장마철 호흡기 관리를 위해서는 실내 습도와 곰팡이를 줄이는 동시에, 곰팡이 포자가 코로 유입되는 것을 줄이는 관리가 필요하다.
코는 호흡기 감염을 막는 1차 관문… 방어 구조 이해해야
성인은 하루 동안 약 1만 리터 정도의 공기를 호흡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공기 대부분이 비강을 통해 유입된다. 비강의 점막은 호흡기의 첫 번째 방어선으로서, 흡입 공기 중의 입자와 이물질을 여과하는 역할을 한다. 먼저 점액층이 들이마신 이물질을 붙잡고, 이어 섬모가 규칙적으로 움직여 붙잡힌 이물질을 목 뒤 방향으로 이동시켜 결국 몸 밖으로 배출되도록 한다. 이러한 점액과 섬모의 협동 작용을 점액섬모 운동(mucociliary clearance)이라고 한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김홍주 원장(안녕이비인후과)은 "코 점막은 끈끈한 점액이 이물질을 흡착하고, 섬모가 한 방향으로 파도치듯 움직이며, IgA·라이소자임·락토페린 같은 면역 물질이 함께 분비되는 1차 방어 시스템"이라며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하기 전에 물리적·화학적으로 먼저 막아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정교한 방어 시스템도 환경에 따라 제 기능을 잃을 수 있다. 장마철처럼 실내·외 습도가 높아 곰팡이와 세균이 쉽게 번식하는 환경에서는, 공기 중으로 떠다니는 곰팡이 포자와 각종 미생물이 비강 점막에 부담을 준다. 여기에 실내에서 에어컨을 계속 사용하면서 환기가 잘 되지 않으면 오염된 공기가 실내에 머물러, 미세먼지와 곰팡이 포자 농도가 높아지고 점막의 방어력도 더욱 떨어질 수 있다.
곰팡이 포자, 코 점막 방어력을 흔드는 조건 될 수 있어
곰팡이 포자가 코 점막 방어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는 여러 연구 결과로 뒷받침된다. 앞서 언급한 NIH 동물 전임상 연구에서 알테르나리아 포자 추출물에 반복 노출된 실험동물은 비강 점막에서 호산구가 모이는 염증 반응을 보였고, 염증성 사이토카인도 과다하게 분비했다. 이 동물들이 이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자, 특히 고용량 노출군의 사망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흡입성 이물질을 이용한 세포 단계 연구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 준다. 집먼지진드기 성분에 노출된 사람 비강 상피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관찰한 연구(Viruses, 2020)에서, 집먼지진드기 노출 후 아데노바이러스가 세포로 더 잘 들어가고, 3차원 배양 모델에서는 코 안 섬모 구조에도 손상이 생기는 것이 확인됐다. 집먼지진드기 같은 흡입성 이물질이 섬모 기능을 떨어뜨리고 바이러스 감염 취약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결과다. 곰팡이 포자도 흡입성 이물질로서 같은 범주의 자극물로 볼 수 있다.
코 점막의 점액섬모 운동은 외부 자극에 비교적 민감한 방어 기제다. 곰팡이 포자나 알레르겐 같은 흡입성 자극에 거듭 노출되면 섬모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홍주 원장은 "점막의 방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바이러스가 비강 세포에 침투하기 한층 쉬운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모스타트, 바이러스 침투 경로 차단하는 국소 전략으로 주목
최근 글로벌 의학계는 약해진 코 점막 방어력을 보완할 방법으로, 바이러스가 비강 세포에 침투하기 전에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국소 예방 전략에 주목하는 추세다. 바이러스 노출이 예상되는 상황에 앞서 코 점막에 방어막을 마련해 두는 접근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성분이 카모스타트(Camostat)다.
카모스타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로 들어올 때 필요한 숙주 단백질 분해효소 TMPRSS2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 자체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투할 때 이용하는 숙주 측 경로를 겨냥하므로,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식물 유래 다당류인 잔토모나스 발효 추출물(Xanthan gum, 잔탄검)을 함께 적용하면, 비강 점막 표면에 겔 형태의 물리적 보호막이 형성돼 카모스타트의 점막 밀착력과 작용 지속 시간을 보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인플루엔자 A·B형을 대상으로 한 연구(Viruses, 2025)에서는 두 성분을 병용했을 때 항바이러스 효과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에는 이 같은 원리를 적용한 비강 스프레이 제품도 출시되어 있다. 외출이나 식사를 앞두고 하루 두세 차례 콧속에 뿌려주면 점막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니클로사마이드, "바이러스 초기 증식 단계 억제할 수 있어"
외출 전 코 점막에 방어막을 만드는 일만큼 귀가 후 관리도 중요하다. 호흡기 바이러스는 코로 들어온 직후 곧바로 전신 감염으로 번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홍주 원장은 "호흡기 바이러스는 코에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감염을 일으키지 않고, 먼저 상기도 점막 표면에 부착한 뒤, 일정 시간에 걸쳐 상피세포 안으로 침투하여 증식을 시작하고, 이렇게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량이 증가하는 초기 감염·복제기를 거쳐 임상 증상이 나타난다"며 "본격적인 증식이 일어나기 전에 개입해 증식 환경을 억제하면 감염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단계에서 주목받는 성분은 니클로사마이드(Niclosamide)다.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목록에 등재된 이 약물은 수십 년간 경구용 구충제로 사용되며 임상적 안전성이 확인된 바 있다. 니클로사마이드는 단일 표적이 아닌 다중 경로로 작용하며, 세포 실험(in vitro) 단계에서 확인된 주요 항바이러스 기전 중 하나로 숙주 세포의 자가포식(Autophagy) 경로 활성화가 꼽힌다. 자가포식이란 세포가 손상되었거나 불필요해진 물질을 리소좀(분해소체)을 통해 제거하는 작용을 뜻한다.
니클로사마이드에 의해 이 경로가 활성화되면, 세포 안으로 침투한 바이러스 입자나 바이러스 유래 단백질 등 바이러스 관련 구조물의 분해가 촉진되어 세포 내에서 진행되는 바이러스 증식 과정을 전반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곰팡이 늘어나는 장마철, '코 점막' 사전·사후 관리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호흡기 바이러스는 코 점막에 머무는 초기 단계에서 세포 침투와 증식의 기회를 찾는다. 여기에 장마철 실내 곰팡이 포자까지 늘어나면 코 점막의 방어 환경은 더 쉽게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코 점막 관리는 바이러스의 침투 경로를 미리 차단하는 사전 방어와, 유입 이후 초기 증식 환경을 억제하는 사후 관리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호흡기 감염 예방의 출발점을 감염이 시작되는 자리인 코 점막에서 찾는 이중 국소 방어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진우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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