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떠난 외국인 자금… 왜 일본으로 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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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는 돈을 빼고, 일본과 대만 증시에는 돈을 넣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 증시의 어떤 면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를 끌어내고 있을지, 우리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본질적인 측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블룸버그는 지난 6월 3일(현지시간) '글로벌 펀드가 아시아의 가장 뜨거운 증시에서 돈을 빼 일본 주식을 사고 있다'는 기사에서 "올해 들어서 지난 5월 2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 700억 달러어치를 매도하고, 대만 증시로의 자금 유입도 순매도로 전환한 반면, 일본 주식은 736억 달러어치를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 외국인 뜨거운 국장 떠난 배경=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는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와 수익률이 그 절반도 안 되는 일본 증시로 속속 진입하는 미스터리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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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韓서 114조원 순매도
日 증시선 101조원 순매수
도요타 지난 3월 그룹 해체
ROE·PBR 겨냥 밸류업 성공
2014~2024년 증시 비교시
韓日 10년간 수익률 10배
재벌 체제 여전히 공고한 韓
외국인 장기 투자 어려울 수도
올해 들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는 돈을 빼고, 일본과 대만 증시에는 돈을 넣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 증시의 어떤 면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를 끌어내고 있을지, 우리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본질적인 측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한 일본인이 도쿄증권거래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30/thescoop1/20260630180650272tlwe.jpg)
이런 일은 오늘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지난 1주일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 주식 20조1540억원어치를 팔았고, 개인과 기관이 이를 받았다. 1개월, 3개월로 넓혀봐도 똑같은 패턴이다.
■ 한·일·대만 외국인 투심 분석해보니=정부가 주장하듯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서 차익 실현을 하느라 환율도 상승시키고, 코스피 변동성도 만든 걸까. 아니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은 처음부터 단기 투자용으로 준비된 걸까.
국내 주식 투자자들로서는 둘 다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현재 우리 증시를 주도하는 건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소수의 회사 주식이고, 차익 실현을 해도 어차피 다시 들어올 돈이라면 오히려 비용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을 국내가 아닌 아시아로 넓혀 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수가 93% 오른 나라 증시에서 돈을 빼 같은 기간 34% 오른 나라의 증시로 이 돈을 이동시킨다면, 이는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닐 확률이 높다.
블룸버그는 지난 6월 3일(현지시간) '글로벌 펀드가 아시아의 가장 뜨거운 증시에서 돈을 빼 일본 주식을 사고 있다'는 기사에서 "올해 들어서 지난 5월 2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 700억 달러어치를 매도하고, 대만 증시로의 자금 유입도 순매도로 전환한 반면, 일본 주식은 736억 달러어치를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 차이가 레버리지 때문이라고 봤다. 일본 증시는 안정적인데, 한국은 대출로 하는 '빚투(빚 내서 투자)'여서 가격 변동이 급격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연중 내내 이런 흐름이라면 더 많은 해설이 필요하다.
![[사진 |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30/thescoop1/20260630180651563xfnm.jpg)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5월까지는 매월 순매수했고, 6월에 약 190억 달러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자금의 월별 행태를 보면 올해 일본과 대만에서는 대부분 순매수, 우리나라에서는 항상 순매도였다.
■ 외국인 뜨거운 국장 떠난 배경=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는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와 수익률이 그 절반도 안 되는 일본 증시로 속속 진입하는 미스터리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본질적인 부분을 비교해 보는 게 정답에 가장 근접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올해 3월 일본 도요타 계열(한국식으로는 '그룹')이 주도한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사건은 미스터리 추리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도요타 계열은 지배체제의 정점에 있는 모기업 도요타자동직기 지분을 지난 3월 24일 시장에서 5조9000억엔(약 56조3313억원)에 공개매수해 비상장회사로 전환했다. 도요타자동직기를 상장 폐지하면 산하 도요타자동차, 덴소, 도요타통상, 아이신 4개 상장 계열사와의 상호출자가 모두 해소되기 때문이다.
도요타 측은 "자본 효율화를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일부에서는 해외 헤지펀드의 압박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얘기를 믿을 사람은 없다. 도요타 계열이 더 이상 버티다가는 일본 정부에 의해서 해체되기 때문에 스스로 형식상의 해체를 선택했다고 봐야 한다.
일본 재벌은 1826년 왕이 국영기업을 휘하 고위 관료들에게 헐값에 매각하면서 만들어졌다. 2차대전 당시 일본 재벌은 군부의 돈줄 역할을 한 죄로 패전 후 미 군정에 의해서 해체됐다. 해체 당시 6대 재벌은 미쓰비시, 스미토모, 미쓰이, 야스다, 산와, 닛산의 모체인 후요, 미즈호은행 모체인 다이이치칸교였다.
재벌은 해체됐지만, 기업 집단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족벌 대주주 대신 은행·상사·신탁이 최대주주가 돼 재벌 계열사들을 운영했다. 이를 '계열'이라고 부른다. 우리 식으로는 그룹이다. 계열이 오랜 기간 일본 산업계를 사실상 독과점 체제로 지배하면서 일본 증시는 맥을 못 췄다.
외국인들은 회사에 현금을 잔뜩 쌓아두고, 배당도 안 하고 주가 부양도 안 하는 일본 계열 산하 상장사에 투자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 증시가 그렇듯 오직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만이 한 나라의 주식시장을 꾸준히 우상향시킬 수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30/thescoop1/20260630180652860cnjm.jpg)
여기에 근거해 도쿄증권거래소는 2022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에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요구하도록 하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거래중지를 통해서 사실상 증시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을 마련했다.
일본 정부 규제의 작동 방식은 이렇다. 일본 상장사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은 스튜어드십코드를 준수해야 한다. 금융청 기준에 맞춰 피투자 기업의 ROE를 높이려면, 업황이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 한 계열 내 회사 지분의 보유율을 낮춰서 자본을 줄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계열 내 회사들의 상호지분 보유가 해소된다.
이렇게 자본을 줄이면, 이는 PBR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 결과로 주가가 오르면, PBR은 더 올라간다. 일본 계열을 유지하던 상호지분 보유율은 1990년대 60%에 달했지만, 지난해 10%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는 곧 중복상장의 자연스러운 해소로 이어졌다. 일본의 중복상장 비율은 2014년 9.7%에서 2023년 6.6%를 거쳐 올해는 4.0%까지 낮아졌다. 도요타의 계열 자진 해체는 오랜 기간의 개선 작업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요타 계열의 해체로 도요타 자동차 등 상장 4개 회사의 ROE와 PBR은 훨씬 더 좋아졌고, 도쿄증시 중복상장 비율은 더 낮아졌다.
■ 일본의 혁신과 한국의 퇴행=한국 증시 상황은 어떨까. 우리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전 상황을 먼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 닛케이 평균지수는 2014~2024년 연평균 상승률 2.51%를 기록해 전체적으로 150.77% 상승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코스피는 같은 기간 연평균 상승률 0.25%를 기록해 전체적으로 25.25% 상승하는 데 그쳤다. 무려 10배 차이다.
일본이 ROE를 개선해 PBR을 띄우고, 동시에 상호지분을 해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중복상장 비율이 4%대로 없어지는 동안 우리나라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재벌들의 상호출자는 법으로 막혀있지만, 어쩐 일인지 재벌들은 상호지분을 더 확대했다. 5대 재벌 계열사가 2007년 227개에서 2023년 504개로 2.22배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0~2021년 신규 상장한 회사의 중복상장 비율은 무려 43.7%에 달했다(자본시장연구원). 일본은 상호지분 비중을 줄이는 데 사실상 모든 밸류업 정책의 칼을 겨냥했는데, 그와 정반대되는 길을 방치한 한국 시장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좋다고 보기는 힘들다.
![30일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고, 기관과 개인이 사들이면서 소폭 상승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30/thescoop1/20260630180654135frbi.jpg)
하지만 우리나라 대법원이 2009년 한 재벌 총수의 재판에서 '경영진이 회사에는 충실해야 하지만, 주주들에게는 충실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개발해 면죄부를 주면서 상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일본 상법에는 이사의 회사 충실의무만 명시돼 있다. 하지만 그리 선진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일본 재판부조차 주주, 회사, 이사 등의 책임과 의무를 명시한 각종 법률에 의거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당연히 주주로까지 확대해 판결한다.
최근 코스피 급등을 주요 국내 재벌이 주도하면서, '재벌 체제의 형언할 수 없는 장점이 우리 경제를 살렸다'는 식의 서사가 자주 노출되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어떨까.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4대 재벌 총수가 그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전체 시가총액의 70%가량이었다.
하지만 현재 그룹 전체의 지분을 불과 1~3% 보유한 재벌 총수 2명이 우리나라 증시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장사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국내 주식 투자자 중에서 과연 누가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2명이 조종하는 해외 증시에 장기 투자를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면, 한일 증시의 본질적인 격차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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