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중동 원유 의존·서학개미…쌍둥이처럼 닮아가는 원·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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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가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되고 한국과 일본 모두 대미 수출 비중이 커지면서 두 통화의 움직임이 더욱 밀접해졌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원화를 엔화의 프록시(대체) 통화로 인식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뜻이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한국은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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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금리차에 엔화 약세 지속
원·달러 환율은 3분기 진정 가능성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가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대규모 경상흑자에도 통화 가치가 굴욕 수준으로 떨어졌다. 성장률 격차에 따른 미국과의 금리 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 따른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 높은 중동 석유 의존도, 가계 자금의 해외 유출 등 닮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향후 두 나라 통화 가치의 운명은 성장률과 금리 향방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함께 움직이는 원화와 엔화
30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의 동조화 상관계수는 0.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동조화 현상이 짙다는 뜻이다. 과거 원·달러 환율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던 중국 위안화 움직임을 따라갔지만 최근 1년간 원·달러 환율과 위안화·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0.85로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되고 한국과 일본 모두 대미 수출 비중이 커지면서 두 통화의 움직임이 더욱 밀접해졌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원화를 엔화의 프록시(대체) 통화로 인식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뜻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두 통화가 강세일 때보다 약세일 때 동조화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이 통화 가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두 나라의 공통점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서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한국은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원화와 엔화가 동반 약세를 보인 배경이다.
가계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일본 정부는 국민이 저축보다 투자를 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소액투자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제도(NISA)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NISA 계좌는 약 2800만 개, 누적 매입액은 70조엔을 넘어섰다. NISA 계좌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팔리는 상품은 세계 해외 주식시장에 골고루 투자하는 ‘미쓰비시UFJ 올컨트리’ 펀드다. 일본의 ‘국민 펀드’로도 불린다. 한국의 서학개미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 美 금리 인상에 압박받는 엔화
최근에는 강달러 현상이 두 통화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취임한 이후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급격히 확산하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일본은행도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1.0%로 올렸지만 엔화 약세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연 3.75%)와의 격차가 여전히 커 엔화를 빌려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 확장을 선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제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엔화 가치는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원화 가치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 영향이 큰데 외국인의 리밸런싱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경제 성장률 회복과 물가 상승 우려로 한국은행이 올해에만 두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펀드 등의 반기·분기 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겹치며 6월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났지만 7월부터는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며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역시 달러 수급에 긍정적 요인인 만큼 3분기부터 원화 약세 흐름이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무라증권은 최근 “Fed의 매파적 성향과 글로벌 기술주에 대한 부정적 심리를 감안할 때 환율은 달러당 16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심성미 기자/도쿄=최만수 특파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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