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만으로 AI 못이겨 … 엉뚱한 창의력 필요"
AI가 논리적 추론까지 완벽
암기 잘하는 모범생시대 끝
관련없는 것들 연결하는
창의적 역발상 연습해야
AI 이용한 시험부정 늘어
그 활용 과정을 서술하는
'샌드위치 평가법' 도입해

"예전에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했지만, 이제는 모난 돌이 돼야 하는 시대입니다. 정해진 트랙을 잘 따라가는 학생보다 자기만의 문제의식으로 새로운 트랙을 만드는 학생이 살아남습니다."
'읽는 아이가 미래를 지배한다'와 '학습 민첩성의 힘' 저자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의 공부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과거 공부 잘하는 학생의 강점은 성실함과 철저함이었다. 주어진 내용을 빠르게 이해하고, 반복해서 익히고, 시험에서 답을 정확히 고르는 능력이 중요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지식을 요약·정리하는 것을 넘어 논리적 추론까지 수행하는 시대가 되면서 공부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신 교수의 진단이다.
신 교수는 2002년 서울대에 부임해 2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그가 본 서울대 학생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머리가 좋은 것만이 아니었다. 신 교수는 "서울대 학생들은 철저하다"며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과제를 해도 단순히 자료를 조사해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엇이 논쟁이 되는지, 어떤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지, 자신만의 메시지를 어떻게 담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를 '자기 것화'와 '메타인지'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그것을 자기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계속 점검한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이 같은 철저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가 기존 지식과 정보를 종합해 의미를 만들고 전달하는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정해진 트랙을 잘 따라온 학생들이 분명한 강점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별개의 능력이라고 봤다. 그는 "서울대생만 봐도 자사고나 특목고 출신 학생이 1~2학년 때는 미리 배운 것이 있어 잘하는 경우가 많지만 3~4학년이나 대학원으로 갈수록 일반고 출신 중 혼자 힘으로 공부해온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학문에서는 자기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고민하며 자기만의 논리적 근거로 설명하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트랙 바깥에서 자기 트랙을 만들어 들어오는 사람이 결국 더 크게 성장한다"고 말했다.
AI 시대 인간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신 교수는 "엉뚱한 발상"을 말했다. 확률적 연관성에 기반해 답을 제안하는 AI와 달리 인간은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하고 제3의 요인을 끌어들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능력이 '학습 민첩성'이다. 새로운 흐름에 관심을 갖고 그것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고민하며 실제로 시간을 투자해 다시 배우고 자기 것으로 전환하는 힘이다. 그는 "옛것을 충분히 익히고 지금 그것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알아야 틈새를 볼 수 있다"며 "그 틈새를 채우는 힘이 창의적 사고"라고 설명했다.
AI는 평가 방식도 흔들고 있다. 최근 AI 글라스를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 시도가 적발되는 등 교육 현장에서는 AI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신 교수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샌드위치 평가법'이다. 먼저 AI 없이 자기 생각을 정리하게 하고 이후 AI를 활용해 생각을 확장하게 한 뒤 마지막으로 그 과정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설명하게 하는 방식이다.
신 교수는 "AI 활용 전에 자기 생각을 먼저 쓰고 AI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남겨야 한다"며 "초기 생각과 AI를 통해 확인한 결과를 통합해 최종본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쓰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가 패러다임은 결과물 평가에서 사고와 성장 과정에 대한 평가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혜순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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