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사임으로 리더십 공백 맞은 원자력연… 차세대 원자로 연구 등 현안 차질 ‘빨간불’

이준기 2026. 6. 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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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규 원장, 30일 이임식 갖고 대학 복귀… 기관장 공백 당분간 불가피
문무대왕과학연구소 개원 차질… SMR·MSR 등 연구·실증 줄줄이 지연
차기 원장 공모도 상당기간 늦어질 전망 제기… 기관 안정적 경영도 우려
대전에 위치한 원자력연 본원.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30일 교수에 복직하기 위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12월 3년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 기관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6개월 넘게 추가 임기를 이어 오다가 결국 스스로 사임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원장 공석에 따른 기관 경영과 각종 현안 대응, 차세대 원자력 연구개발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새로운 전력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용융염원자로(MSR), 신형 연구용 원자로 등 차세대 원자로 연구·실증 지연과 미국이 승인한 핵연료 잠수함,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한·미 간 민감한 원자력 기술·정책 이슈 대응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3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주 원장은 이날 대전 원자력연 본원에서 이임식을 갖고 3년 6개월 간의 임기를 마쳤다.

주 원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재직 중 윤석열 정부 출범 해인 2022년 12월 원자력연 원장에 선임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한 인사로,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원자력 관련 정책에 관여했다.

주 원장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차기 원장이 선임되는대로 직을 내려 놓고 대학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연구원 내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력연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월 차기 원장 3배수 후보 확정 이후 두 달이 넘게 새 원장이 선임되지 않자 시간적으로 더 이상 대학 복귀를 미룰 수 없게 돼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기관장 공백으로 올해 개원 예정었던 경주 감포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시설물 구축을 모두 마무리하고 지난해 12월 사용 승인을 얻었지만, 원자력연 소속 운영 및 연구 인력은 내부 반발에 부딪혀 단 한 명도 배치하지 못하고 있다. 또 전체 7개 시설 중 6개만 완공됐고 나머지 1개(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은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그나마 현재 근무 인력은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1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2021년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예타 보고서 인력투입계획을 보면 2026년 개원해 첫 해 258명으로 시작해 매년 순차적으로 인력 증원이 이뤄져 2030년에는 500명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제시돼 있다.

하지만 보고서와 달리 원자력연은 문무대왕과학연구소에 근무할 인력 배치와 투입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특히 대다수의 연구·행정 인력들이 감포 근무를 꺼리고 있어 내부적으로 선발 절차를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어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연내 개원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정상 가동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선 내년 준공 예정인 해양용 SMR 실증을 위한 '아라(ARA) 연구용 원자로'를 비롯해 2028년 가동 목표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가속화 실험시설', 2029년 완공 예정인 '차세대 핵연료 실험시설', 2030년 운영에 들어갈 '용융염원자로(MSR) 실증시설' 등 차세대 원자로 연구개발과 실증이 줄줄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미국과 합의한 핵잠수함, 농축 우라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을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기술·정책적 대응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차기 원장 선임이 또다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기관장 공석에 따른 기관 경영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계의 한 인사는 "주 원장 임기 동안 기관 차원에서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주요 시설의 완공에 맞춰 어떤 인력을, 어떤 규모로 배치할 지에 대한 논의와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했는데 전혀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의 SMR· 신규 원전 건설 후보지 결정과 AX 시대 원자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리더십과 원자력연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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