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아픔도 혐오놀이로 소비하는 10대…배재고만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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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서울 배재고 야구부가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중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가를 부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김병성 서울 경성중 교사는 이번 사안을 두고 "청소년들이 숏폼 미디어나 온라인 게임 등에서 접한 차별·혐오적 밈을 단순한 놀이로 소비하던 문화가 오프라인 공간으로 터져 나온 현상"이라며 "(남자 청소년이 선망하는 기업인이나 유명인을 좇아) 자극적인 조롱을 유희이자 또래 집단의 유대감 형성 도구로 삼는 디지털 하위문화의 무비판적 수용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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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일상, 오프라인서 표출됐을 뿐
시교육청, 배재고 방문해 조사할 것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서울 배재고 야구부가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중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가를 부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단순 일회성 사건이라기보다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만연한 '혐오의 놀이문화'가 드러난 상징적 장면"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배재고를 방문해 조사하고 필요한 교육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30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역사적 아픔을 희화화하거나 특정 지역을 조롱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은 교육적으로 절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학생 스포츠 현장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즉시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으며 담당 부서가 배재고를 방문해 사안 발생 경위와 현장 제지 여부, 학생 선수 지도 과정, 학교의 후속 조치 및 재발 방지 교육 계획을 종합적으로 확인·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혐오의 놀이문화'... 오프라인에서 표출

사건은 29일 서울 양천구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에서 발생했다. 덕아웃에 있던 배재고 선수들이 일제히 상대팀인 광주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를 응원가에 넣어 부르고 느닷없이 "탱크데이"를 외친 것이다. 이는 상대팀 연고지의 역사적 비극을 최근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과 결부해 희화화한 행위로, 해당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지역 비하·혐오 논란을 불렀다.
10대 남성 청소년 사이에서 혐오와 조롱이 일종의 놀이문화처럼 소비되는 현상은 최근 일이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SNS를 통해 쏟아지는 혐오성 콘텐츠가 비판 없이 수용되고 알고리즘이 만든 필터버블(확증 편향) 속에서 이런 인식이 반복, 강화되면서 청소년의 역사인식과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병성 서울 경성중 교사는 이번 사안을 두고 "청소년들이 숏폼 미디어나 온라인 게임 등에서 접한 차별·혐오적 밈을 단순한 놀이로 소비하던 문화가 오프라인 공간으로 터져 나온 현상"이라며 "(남자 청소년이 선망하는 기업인이나 유명인을 좇아) 자극적인 조롱을 유희이자 또래 집단의 유대감 형성 도구로 삼는 디지털 하위문화의 무비판적 수용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데... 어른들 책임은 없을까?

특히 이번 사건이 스포츠 경기 중에 벌어졌다는 맥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교사는 "스포츠처럼 거친 신체 활동을 통해 남성성을 과시하고 승패를 겨루는 경쟁 공간에서는 상대보다 우월함을 증명하려는 욕구가 극대화된다"며 "온라인 공간에서 가장 손쉽게 유통되던 또 다른 취약성인 '지역 비하'를 공격 무기로 선택해서 승리감과 집단적 우월감을 손쉽게 획득하려는 왜곡된 경쟁의식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백승진 청주 신흥고 교사(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정책위원장)도 "10대 남학생들 전반적 성향이 조롱이나 혐오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하나의 문화처럼 돼 버린 것 같다"며 "무엇보다 공정 경쟁이 원칙인 스포츠 경기에서 상대방 멘털을 흔들리게 하겠다고 학생들이 비하, 조롱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개탄스러웠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책임도 간과하기 어렵다. 광주일고 측에서 강하게 항의하기 전까지 배재고 코치진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심판진이 중재에 나서고서야 학생들은 응원가를 멈췄다. 배재고가 전날 내놓은 사과문도 '진정성이 없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과문에 "해당 학생 선수에 대해선 학칙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마치 한 학생이 벌인 일처럼 표현했으나 촬영된 당시 영상엔 다수 선수가 해당 응원가를 '떼창'하는 모습이 담겼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 올라온 사과문 하단에는 구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워터마크가 찍혀 있었다. 지금은 워터마크가 삭제된 상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관련 성명서를 내고 "우리 사회가 역사 왜곡과 혐오 표현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가 결국 청소년들의 언어와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를 현장에서 제지하는 지도자조차 없었다는 사실은 교육적 방임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교 스포츠를 포함한 모든 교육활동에서 혐오 표현과 역사 왜곡을 방지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즉각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일고는 이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공식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경위 파악,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징계 처분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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