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환자, 시각 복원 치료 ‘한 발짝’… 78% 일치 ‘인공시각’ 생성
머리카락 굵기 15분의 1, 동물실험서 인공시각 신호 생성 확인

망막색소변성증와 같은 실명 환자의 뇌 시각 중추를 빛으로 자극해 시각을 복원할 수 있는 전극 기술이 개발됐다.
빛 자극과 신호 기록을 동시에 할 수 있어 뇌 신호를 읽고 자극을 스스로 조절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핵심 부품에 쓰여 시각 복원 치료에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성혜정·임매순 박사 연구팀이 빛을 뇌에 전달해 빛 자극으로 발생한 신경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초박막 투명 신경 전극'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망막이 손상돼 빛을 감지하지 못하는 실명 환자들은 신경신호를 해석하는 뇌 시각 중추는 정상 기능을 유지한다. 인공시각을 구현하기 위해선 신경세포에 빛을 전달하는 광유전학 기술이 필요하다.
아울러 인공시각의 품질을 확인하고 빛 자극의 효율을 높이려면 뇌에서 나타나는 신경 신호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신경 전극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존 금속 전극은 광유전학을 위한 빛 투과를 막거나 통과시켜도 강한 전기 잡음이 생겨 신경 신호를 읽어낼 수 없다.
연구팀은 머리카락 두께 15분의 1 수준인 4나노미터 크기의 투명 전극을 개발했다. 이 전극은 금속을 입히기 전 표면에 특수 코팅으로 금 원자가 물 위 기름처럼 얇고 고르게 펼쳐져 기존 100나노미터 금 박막 두께를 10나노미터로 줄였다.
개발된 전극은 빛을 65% 이상 통과시키면서 빛 자극 시 발생하는 전기 잡음은 최대 74% 줄였다. 또 2만 번 구겼다 펴는 실험에서도 성능이 유지됐다.
연구팀은 실명한 실험쥐의 뇌 표면에 이 전극을 올리고 광유전학 기술로 신경세포를 자극했다. 그 결과 정상 시각 실험쥐의 뇌 신호와 78% 일치하는 인공시각 신경신호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뇌의 시각 중추를 빛으로 자극해 실제 보는 것에 가까운 반응을 유도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임매순 박사는 "빛과 신호 기록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첨단 BCI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난치성 신경·감각 질환으로 고통받는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26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스'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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