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없어도 박사학위… 대학 순위 석권한 중국, 학문 표준까지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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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토목 엔지니어 정허후이는 최근 장쑤성 난징시 둥난대에서 박사학위 심사를 받았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 사례를 소개하며 중국에서 논문이 아닌 제품과 기술 성과로 박사학위를 받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논문 대신 실제 공정 개발과 장비 설계·제작 성과를 바탕으로 구두심사를 통과한 이 대학 최초의 박사가 됐다.
중국 경제매체 이차이는 지난해 6월 신형 연구형 대학의 부상을 다루며 이들 대학의 특징을 고출발점, 대규모 투자, 높은 국제화 수준, 실용적 전공 구성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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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기술 성과로 학위 받는 실천성과 박사 도입
반도체·양자컴퓨팅 등 18개 전략 분야 중심 운영
신형 연구형 대학은 전략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

중국 토목 엔지니어 정허후이는 최근 장쑤성 난징시 둥난대에서 박사학위 심사를 받았다. 일반적인 박사 심사와 달리 100쪽짜리 논문은 없었다. 대신 그는 자신이 개발한 교량 구조물을 설명했다.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사용할 수 있는 파일런(pylon·교각을 지탱하는 대형 구조물)으로, 양쯔강을 가로지르는 대형 사장교 건설에 실제 사용된 기술이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 사례를 소개하며 중국에서 논문이 아닌 제품과 기술 성과로 박사학위를 받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는 이제 연구비를 늘리고 논문을 많이 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박사학위 심사 방식과 대학 교육 모델까지 바꾸며, 무엇을 학문적 성과로 인정할 것인지 '표준' 자체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논문 대신 현장에서 쓰이는 제품과 기술 성과로 학위를 받는 '실천성과 박사(practical PhD)'다. 반도체, 양자컴퓨팅 등 18개 중점 분야를 중심으로 신제품, 신기술, 장비, 공정, 설계 성과를 제출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중국은 2024년 관련 법을 통과시켰고 지난해 1월부터 '논문 없는 박사'를 배출할 수 있게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제도를 '중국의 새로운 기술전쟁 전술'이라고 소개했다.
헤이룽장성 하얼빈공업대는 지난해 9월 진공 레이저 용접 공정과 관련 장비를 개발한 웨이롄펑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그는 논문 대신 실제 공정 개발과 장비 설계·제작 성과를 바탕으로 구두심사를 통과한 이 대학 최초의 박사가 됐다. 심사에는 산업계 전문가들도 참여해 해당 기술의 실용성을 평가했다.
새로운 형태의 이공계 박사가 출현한 배경은 미중 기술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 교육부와 8개 부처는 2022년부터 공학 석·박사 교육 개혁 시범사업을 추진해왔다. 목표는 대학과 기업, 국가연구소가 함께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등 전략 분야의 '병목 기술'을 해결할 고급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것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 사업이 시작된 지 3년여 만인 지난해 6월 기준 60개 대학과 100여 개 기업의 공동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2만 명이 넘는 공학 인재가 선발됐다.
'신형 연구형 대학'의 등장

대학의 형태도 바뀌고 있다. 선전의 남방과기대를 필두로, 상하이과기대, 시후대, 선전이공대, 푸야오과기대 등 이른바 '신형 연구형 대학'은 기존 대학 교육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중국식 실험이다. 이들 대학은 대규모 종합대학을 지향하기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생명과학, 신소재, 스마트제조 등 국가 전략산업과 직결된 분야에 집중한다. 학과 간 장벽을 낮추고, 해외 연구자와 기업 연구개발 인력, 산업계 전문가를 교수진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특징이다.
중국 경제매체 이차이는 지난해 6월 신형 연구형 대학의 부상을 다루며 이들 대학의 특징을 고출발점, 대규모 투자, 높은 국제화 수준, 실용적 전공 구성으로 설명했다. 선전이공대는 교수진의 40%가 해외 유수 연구소 출신이며, 30%는 화웨이·DJI 등 기술 기업 연구개발 부서 출신이다. 교육 과정 역시 합성생물, 컴퓨터과학·제어공학, 바이오의공학, 재료·에너지, 약학, 컴퓨팅·마이크로전자 등 전략산업과 직결된 학과를 우선 배치했다. 지난해 정식 인가를 받고 설립된 푸야오과기대는 첫해 신입생을 50명만 뽑으면서도 예산은 8억 위안(약 1,772억 원)이나 잡았다.
중국의 이런 실험은 고등교육의 평가 기준 자체를 흔들고 있다. 기존 대학 체계에서 연구 성과는 주로 논문, 인용 수, 학술지 등급으로 평가됐다. 실제 세계 유수의 대학 과학 연구실적 평가 순위에서 중국 대학들은 1~10위권 대부분을 휩쓸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더 나아가 전략 산업 분야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기술'도 학문적 성과로 인정하겠다는 방향을 견지하고 있다. 쉬페이 푸야오과기대 상무부총장은 지난해 중국 상관신문 기고문에서 신형 연구형 대학을 가리켜 "교육·연구·산업을 결합해 고등교육을 '지식 전수'에서 '가치 창조'로 전환시키는 대학"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학은 전통적 경계를 깨고 지식 생산 방식을 재구성해, 사회 혁신과 산업 고도화의 핵심 동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2026 차이나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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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 중국 과학굴기 해부: 인재 도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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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2> 중국 과학굴기 해부: 우리가 외면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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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3> 중국 과학굴기 해부: 중국의 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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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4> 중국 과학굴기 해부: 마피아와 카피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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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5> 중국 과학굴기 해부: 기술 포비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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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6> 중국 과학굴기 해부: 공산당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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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7> 중국 과학굴기 해부: 어두운 한국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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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한국일보 '차이나 리포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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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8> 중국 과학굴기 해부: 활기찬 중국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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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9> 중국 과학굴기 해부: 실패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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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10> 중국 과학굴기 해부: 더 나은 실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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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11> 중국 과학굴기 해부: 대륙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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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12> 중국 과학굴기 해부: 그래서 한국은
선전=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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