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프랑스 슈발리에 훈장’ 김금숙 만화가, 신작 화두는 고향의 ‘여순 사건’

백효은 2026. 6. 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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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선 할머니 그린 ‘풀’ 등 세계적 명성
“한 권씩 낼 때마다 스스로 단단해져” 소감
강화도 자연과 이웃이 든든한 창작의 뿌리

지난 16일 강화군 양도면 한 카페에서 만난 김금숙 작가. 2026.6.16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그래픽 노블’은 만화와 소설 사이 경계에 놓인 장르다. 익숙한 만화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든다. 국내에서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를 이야기하려면 단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인천 강화도에 터를 잡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금숙(55) 작가다.

묵화(墨畫)로 감정의 농도를 쌓아 올리는 김금숙 작가는 세계 독자들에게 크고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이옥선 할머니의 삶을 그린 ‘풀’(2017)로 프랑스 휴머니티 만화상 심사위원 특별상에 이어 만화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국 ‘하비상’을 수상했다. 이후 이산가족의 시간을 담아낸 ‘기다림’ (2020)은 체코만화협회의 뮤리엘 만화상 최우수 번영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작품으로 김금숙 작가는 또 한번 하비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후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섬세하게 풀어낸 ‘개’(2021), 난임부부가 등장하는 ‘내일은 또 다른 날’(2023) 등으로 그의 작품 세계는 쉼 없이 확장해왔다.

최근 그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예공로훈장 ‘슈발리에’를 받았다. 국내 만화가 중 최초다. 수훈 소식이 전해진 후 지난달 16일 강화도로 향했다. 초여름의 햇살이 내리쬐는 강화도의 한 카페에서 김금숙 작가의 작품과 삶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김금숙 작가의 그래픽노블 대표작


■ “모든 작업은 단단해지는 과정” 김금숙 작가의 철학

“작가는 끊임없이 창작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작품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시도와 함께 항상 초심으로 작업해야 하고요. 이번 훈장 역시 지금까지 해온 작업에 대한 하나의 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금숙 작가는 이같이 수훈 소감을 밝혔다. 대학 졸업 후 프랑스로 유학길에 올라 학업을 마치고, 한국 만화 번역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다 마흔이 가까워져 국내로 돌아온 그에게 이번 훈장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만화를 ‘제9의 예술’로 부를정도로 다양한 작품이 출판되고 소비되는 나라가 프랑스다. 그는 “모든 문화·예술 분야에서 긴 전통을 가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문화 강국으로 인정받아 온 프랑스가 저를 인정해줬다는 건 정말 큰 영광”이라고 했다.

김 작가의 작품은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이탈리아, 브라질 등 각국 언어로 번역돼 출판됐다. 그는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도서전과 북토크 등 다양한 행사에서 독자들을 만나며 큰 사랑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아쉽게도 국내에선 아직까지 그래픽노블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

김 작가는 “그래픽노블 작가들은 매우 열심히 작업하지만, 그에 비해 인정은 부족하고 소설 등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환경이 척박하다고 작업 초기에 느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상황에 대해 그는 “마치 가족에게는 인정받지 못하고 이웃에게 인정받는 느낌이었다”며 웃었다. 이어 “이제는 그런 생각을 내려놓고 제 길을 가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다양한 색깔을 가진 창작자들이 늘어나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작업에 몰입한 시간들은 그를 더욱 단단한 창작자로 만들었다. 그는 “비바람이 치건 햇볕이 나건, 뿌리가 흔들리지 않고 조금씩 자라는 나무처럼 모든 것이 작업의 영양분이 된다”며 “책을 한 권씩 낼 때마다 작업에 임하는 자세와 과정이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해외에서 사인회를 열면 제일 많이 갖고 오는 책이 ‘풀’이고, 그다음이 ‘개’”라며 “스페인이나 남미 쪽에서도 정말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어 “이런 경험이 쌓여 독자를 국내로만 한정하기보다 세계 각국으로 넓혀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강화군 양도면에서 만난 김금숙 작가. 2026.6.16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 ‘이방인’을 사로 잡은 강화의 좋은 이웃들

강화에서의 삶은 어느덧 7년차에 접어들었다. 김 작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웃”이라며 “작은 마을이지만, 좋은 이웃과 책방이 있고, 문화가 있는 동네”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2019년 강화에 터를 잡았다. 강화의 책방 ‘국자와 주걱’ 대표와의 인연을 계기로 이곳에서 ‘풀’ 북토크를 연 것이 시작이었다.

강화의 자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집 테라스에 반한 그는 팍팍한 서울 살이를 정리하고 강화행을 선택했다. 반려견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도 또 하나의 이유였다.

그는 “자연이 주는 평온함이 있다”며 “집 앞뒤가 산이라 모두 초록색이 보이고, 아침마다 온갖 새들이 지저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집과 풍경이 아름다워도 이웃이 좋지 않으면 지옥”이라며 “다행히 정말 좋은 이웃을 만났다. 동네 어른들이 직접 지은 상추를 나눠주고, 쑥떡을 챙겨주기도 한다”고 했다. 김 작가의 수훈 소식에 동네 주민들이 축하 자리를 마련해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국내에서 다양한 반응을 불러 일으킨 최근작 ‘내 친구 김정은’(2024) 역시 강화에서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접경지인 강화에 터를 잡은 만큼 남북 관계의 영향을 생활에서 체감할 수밖에 없다.

그는 “대중의 큰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며 “출판 이후 반응을 통해 분단의 잔재와 아픔, 공포와 적대감이 여전히 크게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지난 16일 강화군 양도면 한 카페에서 만난 김금숙 작가. 2026.6.16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 ‘여순사건’ 다룬 신작 출간 준비

강화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 작가는 현재 신작 작업을 마치고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취재하는 작가의 시선이 자주 등장한다. ‘풀’에서도 이옥선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작가가 등장하는데, 이러한 취재 과정을 포함해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는 통상 1~2년의 시간이 걸린다. 한 작품을 진행하면서도 동시에 다음 작품을 구상하기도 한다.

김 작가는 새로 선보일 그래픽 노블에 대해 “여순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난 그는 다시 찾은 고향에서 만난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열심히 작업했다”며 “1년 전 순천에서 전시와 북토크를 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시민이 ‘제주 4·3은 작품으로 다루면서 왜 고향의 이야기는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때 언젠가는 다루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래픽노블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어떻게 읽으면 좋겠느냐고 묻자 그는 “시나 소설 읽을 때, 그림 감상할 때 따로 정해진 방법이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웃었다.

이어 “굳이 추천하자면 두 번 정도 읽어보면 좋겠다”며 “처음에는 이야기를 따라 읽게 되지만, 한 칸 한 칸이 모두 그림으로 된 텍스트인 만큼 두 번째에는 그림을 중심으로 다시 읽어보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무거운 주제라고 생각하기 보단 가볍게 읽는 게 중요하다”며 “부담감 갖지 말고 읽기 싫으면 멈췄다가 나중에 읽고 싶을 때 꺼내 읽으면 좋겠다”고 미소지었다.

■ 김금숙 작가는?
1971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세종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장식미술학교(현 라인고등예술학교)에서 공부했다.
이후 프랑스 출판사에서 한국 만화를 번역하는 번역가로 활동하면서도 프랑스 한인 신문에 만화를 연재하며 작품 활동을 병행했다.
그래픽노블 ‘아버지의 노래’를 시작으로 제주 4·3사건을 다룬 ‘지슬’, ‘풀’, 발달장애 청년 이야기 ‘준이 오빠’, ‘기다림’, ‘개’, ‘이방인’ ‘내일은 또 다른 날’ 등 작품을 펴냈다.
‘풀’로 하비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이달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예훈장을 받았다. 현재 강화에 거주하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6일 강화군 양도면에서 만난 김금숙 작가. 2026.6.16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백효은 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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