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가는 것이 사명”…KAI 품은 한화, ‘한국판 스페이스X’ 승부수
발사체·위성·지상체계·우주서비스 밸류체인 구축
엔진·항전·무장 등 패키지 수출…지역 균형발전도
방산 대형·통합화는 세계적 추세 “덩치 키워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손잡고 미래 먹거리인 글로벌 우주항공·방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낸다. 우주 산업이 기술력을 넘어 자본력과 규모, 수직 통합 밸류체인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 ‘한국판 스페이스X’로 발돋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양사 합작 통해 국가 차원 우주역량 강화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특별관계자(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를 포함한 KAI 주식 보유 비율이 기존 10.15%에서 11.21%로 1.06%포인트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보유 주식 수는 989만6023주에서 1093만623주로 늘었다. 이로써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26.41%)에 이어 확고한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에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5월 KAI 지분 및 경영권 참여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지분 5% 초과 공시를 통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으며, 주주로서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KAI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향후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나 이사 선임 제안 등 주주권 행사를 통한 경영 영향력 확대 가능성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그룹 외에도 LIG, 현대차 등도 KAI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자금 규모나 투자 여력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다만 아직 국내 우주산업은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다. 선진국들은 우주산업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주요 기업들에 대한 장기 투자 및 대형·통합화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민간 자본도 부족하고 정부 예산도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우주항공청 예산은 1조1201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우주산업 분야에서 소모적인 중복 투자보다 하나의 사업 구조로 역량을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발사체부터 위성 제작 및 운용까지 통합 솔루션 제공을 요구한다. 한화와 KAI의 결합은 발사체부터 위성·지상체계·우주서비스까지 연결하는 국내 최대 우주산업 밸류체인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국가 차원의 우주산업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차세대 엔진 개발해 독자수출 체계 기대
이미 한화는 30년 이상 항공엔진, 항공전자, 레이더, 위성, 우주 발사체, 지상방산 등의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사업 성과를 올리고 있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로 KF-21 보라매 전투기·T-50·FA-50 경공격기·수리온 헬기 등을 개발·생산해왔으며, 위성개발 및 공중전투체계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KF-21에 탑재되는 F414 엔진을 공급하고, 한화시스템은 AESA 레이더·임무컴퓨터·IRST 등 핵심 항전 장비를 납품하는 등 KAI의 핵심 파트너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 자율체계 시대에는 기체·엔진·항전 장비의 통합 최적화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양사가 보유한 역량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면서 한화의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 경험과 선제적 투자, 해외 수출 성공 노하우를 접목하는 게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양사의 합작은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긍정적일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창원, KAI는 사천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경남지역 우주·항공·방산의 선도 기업이다. 한화와 KAI의 결합은 경남 창원-사천과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을 잇는 남부지방 우주·항공 종합벨트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또 우주·항공·방산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협력업체들과의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 및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한화의 KAI 인수 가능성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방산 독점’을 지적하지만, 글로벌시장에서 대형·통합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미 미국의 항공·방산 산업은 1980년부터 2015년 사이 약 85개 기업에서 보잉·록히드 마틴·노스롭 그루먼·레이시온·제너럴 다이나믹스의 단 5개 메이저 플레이어로 압축됐다. 유럽에서는 에어버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아에로스파시알, 독일 DASA, 스페인 CASA가 국경을 넘어 통합했으며, 지난해 에어버스·탈레스·레오나르도 3사는 우주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 위성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특성상 수요자 독점 시장으로 독과점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 가능할 수가 없다”며 “이미 해외 경쟁사들이 국내 경쟁이란 개념을 버리고 글로벌 생존을 위해 덩치를 키우는 상황인 만큼 국내 독점 논란에 매물돼 골든 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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