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약탈문화재 '베닌 브론즈' 129년만에 나이지리아 품으로
반환 유물 소유권 둘러싼 나이지리아 내부 갈등은 과제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스위스 정부가 제국주의 시절 약탈했던 나이지리아의 문화유산 '베닌 브론즈' 18점을 공식 반환하며 과거사 청산 흐름에 동참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당국은 29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라고스 국립박물관에서 기념식을 열고 해당 유물들의 소유권을 나이지리아에 완전히 이전했다.
이번에 돌아온 유물들은 1897년 영국군이 옛 베닌 왕국(현 나이지리아 남부)을 침략했을 당시 약탈한 수천 점의 청동 및 상아 조각상 중 일부다.
이 유물들은 취리히 대학교 민족학박물관(14점), 리트베르크 박물관(2점), 제네바 민족학박물관(2점)이 소장해 왔다.
기념식에 참석한 엘리자베스 봄슈나이더 스위스 연방의원은 "오늘 반환된 유물들은 폭력과 약탈, 깊이 불평등한 권력관계의 결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고통스러운 역사를 담고 있다"며 역사의 과오를 인정했다.
한나투 무사 무사와 나이지리아 문화부 장관은 "식민 지배 이전에 이미 기술적, 예술적으로 정교한 청동 주조술을 완성했던 문명의 증거가 돌아왔다"며 환영했다.
그는 이어 아프리카 문화유산을 보유한 모든 국가가 스위스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반환에는 베닌 브론즈 외에도 스위스 내 범죄 수사 과정에서 압수됐던 청동 팔찌 1점과 이콤 거석 4점도 포함됐다.
최근 몇 년간 유럽에서는 약탈 문화재 반환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독일은 2022년 나이지리아에 약 1130점에 달하는 베닌 브론즈의 소유권 전체를 이양했고, 네덜란드는 2025년 119점을 반환했다.
프랑스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등도 반환 행렬에 동참했지만, 900여 점으로 가장 많은 베닌 브론즈를 소장한 영국박물관은 자국법을 이유로 반환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약탈 문화재의 귀향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나이지리아 내부에서 반환된 유물의 소유권을 누가 가질지를 두고 연방 정부와 베닌 왕국의 전통 통치자인 오바(Oba) 왕실 간의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2023년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모든 반환 유물의 소유권을 오바에게 귀속시키면서 갈등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러한 내부 갈등은 반환 유물을 전시하기 위해 베닌시티에 건립 중이던 서아프리카미술관(MOWAA)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MOWAA는 반환된 베닌 브론즈를 전시할 핵심 시설로 기대를 모았으나, 오바 왕실 측 지지자들은 이 프로젝트가 지역의 유산을 가로채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025년 11월 예정됐던 미술관 개관 기념행사는 격렬한 시위 때문에 무기한 연기됐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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