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김 음악에세이]유월의 서러운 풀꽃들에게 바치는 화답, ‘6·25의 새 노래’

2026. 6. 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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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유월이면 마음속에는 흐느끼는 강물처럼 차오르는 노래가 있다. 이름 없는 풀꽃으로 피어난 호국영령들을 기리며 추모곡 '유월에'를 부를 때면 가슴 한구석이 서글픔으로 깊게 저려온다.

매년 목놓아 부르는 '6·25의 노래'를, 이제는 시대의 아픔을 품어 안고 미래의 희망을 피워내는 찬가로 승화시킬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6·25의 노래'에 염원을 담은 조심스런 제안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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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세페 김

“유월, 유월이 오면 그들도 온다 / 햇살 부서지는 서러운 몸짓으로 떼지어 온다 /

와서, 장미 넝쿨도 되고 또 더러는 들녘의 이름없는 풀꽃으로 피어 /

시퍼런 하늘자락 움켜쥐고 흐느끼는 강이 된다“

- 호국영령 추모곡 ‘유월에(이상백 시)’ 중에서

해마다 유월이면 마음속에는 흐느끼는 강물처럼 차오르는 노래가 있다. 이름 없는 풀꽃으로 피어난 호국영령들을 기리며 추모곡 ‘유월에’를 부를 때면 가슴 한구석이 서글픔으로 깊게 저려온다. 반면 지난 원주의병추념식에서 울려 퍼진 학생들의 ‘의병출정가’는 거대한 전율이었다. ”내 몸이 백만 번 더 죽어서 백골이 먼지 되어도 꼭 원수를 갚겠네“라는 처절한 노랫말에는 나라를 빼앗긴 겨레의 분노와 의기가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 뜨거운 유월의 길목에서 성남의사단추모제에서 공연을 하던 중 한 가지 깨달음이 스친다. 매년 목놓아 부르는 ‘6·25의 노래’를, 이제는 시대의 아픔을 품어 안고 미래의 희망을 피워내는 찬가로 승화시킬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냉혹한 실리주의

물론 이러한 제안이 모두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는 없겠다. 아직도 전쟁의 고통 속에 살아가는 생존 6·25 전상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어제의 적을 용서하고 화해하자는 말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가혹한 요구일 수 있다. 그날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거창한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화해의 분위기 속에서 헤어진 가족을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절박한 생존의 시간이 흐른다. 더구나 오늘날의 국제 정세는 오직 국익만을 우선하는 냉혹한 실리주의가 들어선 지 오래다. 어제의 적대국들이 손을 잡는 흐름 속에서, 우리 역시 오래된 아픔과 마주 앉아 적개심을 털어내고 국익과 미래를 위한 결단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이에 ‘6·25의 노래’에 염원을 담은 조심스런 제안을 건넨다. 대립과 원한으로 얼룩진 기존의 노랫말은 그대로 부르며 상처와 교훈을 기억하되, 화해와 용서의 2절, 평화로운 미래로 나아가자는 희망의 3절을 더해 ‘민족 화해와 통일의 찬가’로 이어 부르면 어떨까.

1절: 있던 그대로 부르기 (대립과 갈등)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

맨 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

이제야 갚으리 그 날의 원수를 /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새롭게 그려본 2절의 중심에는 ‘용서와 화해’가 있다. 서로에게 총칼을 겨눠야 했던 비극을 날 선 적대감이 아닌 ‘피를 나눈 형제의 피눈물’로 바라보고, 다툼의 세월을 화해의 품으로 안아 주자는 다짐을 노래하면 어떨까.

2절: 분열과 다툼을 넘어 (용서와 화해)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 적들의 꾐에 빠져 아픔에 울던 날을 /

피를 나눈 형제끼리 원수 되어 싸웠으니 / 발을 굴러 땅을 치며 눈물 흘린 날들 /

이제는 끝내리 분열의 아픔 / 다툼의 세월들을 화해로 품고 /

갈등의 장벽들을 허물어 버려 / 이제는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마지막 3절은 ‘진리와 통일’의 물결을 노래하고자 한다. 이 통일은 결코 감상적인 타협이 아니다. 이념의 그늘을 지우고 진리 위에 세워야 할 공고한 가치이며, 헤어져 살던 일가친척이 마주 앉아 마침내 가슴 벅차게 웃을 수 있는 진정한 평화의 완성이다.

3절: 그릇됨을 넘어 평화로 (진리와 통일)

아아 이으리 우리 마주 잡은 손 / 이 땅에 평화의 빛 가득히 퍼지도록 /

거짓과 그릇됨을 진리로 바로 세워 / 가슴 벅찬 감격 속에 함께 웃을 날들 /

이제는 이루리 민족의 통일 / 흩어진 일가친척 찾고 또 만나 /

한라에서 백두까지 하나가 되어 / 영원히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사명

유월의 들녘에 피어난 이름 없는 의병의 풀꽃들이 이 땅의 거름이 되었다면, 이제 우리 세대의 사명은 명확하다. 전상자들의 거룩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으면서도,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눈물을 닦을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 상생과 화합의 민족통일 대서사를 완성하는 일이다.

미래의 아이들에게 평화의 조국을 물려주기 위해, 온 겨레가 마주 잡은 손으로 이 화해의 찬가를 부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 새로운 노랫말이 대립의 1절과 용서의 2절을 거쳐 통일의 3절로 울려 퍼질 때, 들녘을 맴돌던 호국영령들의 서러운 몸짓도 비로소 진정한 위로를 얻고 편안히 안식할 것이다. 주세페 김(랑코리아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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