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부터 무료… 서울시, 지하철 무임승차 줄여 ‘버스비 지원’ 추진[10문10답]
시내버스요금 등 일부·전액지원
재정부담 고려 月 최대 14회 검토
연간 소요예산 약 525억원 추산
교통公 작년 당기순손실 8268억
노인 무임수송비가 4488억 달해
시, 대한노인회와 내달초 공청회
사회적 합의 이뤄지면 내년 시행
법정정년연장 논의도 속도 낼 듯

서울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지난 1984년 제도 도입 이후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무임승차 기준 연령이 높아진다. 이번 논의는 지하철 운송 적자를 줄이는 대신, 그 재원으로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버스비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제안에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가 화답하며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은 버스비 지원 정책 도입과 맞물려 추진될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70세 이상부터 서울 지하철·버스 교통비 지원을 받으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노인 연령 상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정부가 ‘법정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노인 연령 상향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1. 무엇이 바뀌나
서울시는 서울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연령을 기존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서울 지하철을 시간대나 횟수 등에 아무런 제한 없이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작 연령이 5세 높아진다. 65∼69세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사회적 반발이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의 연착륙을 위해 연령별 단계적 적용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 연령 상향 추진 배경은
70세 이상 노인에게 버스비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오 시장의 제안에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가 “환영한다. 재정 여력과 지속 가능성을 감안해 지하철 무임수송 연령 상향을 함께 조정하자”고 역제안하며 본격화했다. 오 시장은 6·3 지방선거에서 ‘70세 이상 어르신 버스비 지원’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시는 버스비 지원 정책의 재원 마련 방안으로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을 꼽았다. 오 시장이 버스비 지원 대상을 70세 이상으로 설정한 것을 지렛대 삼아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을 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부담이 갈수록 커져 무임승차 연령 상향의 필요성은 매년 제기돼 왔다. 지난해 공사의 당기순손실은 8268억 원으로 전년(7241억 원)보다 1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공사가 부담한 공익서비스 비용은 총 8167억 원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의 무임수송 비용이 4488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2020년 무임수송 손실액(2643억 원)과 비교하면 70.4% 증가한 규모다.
3. 지원 기준 70세 이상 설정 이유는
노인으로 규정하는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이 사회적으로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노인 스스로의 수용성이 높다. 2023년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은 평균 71.6세였다.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도 “65∼70세는 경제 활동과 사회 참여가 활발하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법정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을 추진하는 것도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데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기존 법정 정년은 60세였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0년 29.6%에서 2025년 40.7%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4. 언제부터 적용되나
서울시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면 당장 내년부터 시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원활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65세 이상 노인·전문가·시민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이르면 다음 달 초 개최할 계획이다.
공청회 후 공감대가 형성되면 시는 서울시의회 등을 통해 조례 개정 작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65세 이상인 경로우대 기준 연령은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1981년 이후 유지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조례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무임승차 연령을 조정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각 지자체가 100% 출자해 설립한 서울과 부산 등 6대 광역시 교통공사의 무임승차 비용 부담은 지자체 사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5. 노인 무임승차 역사는
1980년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지하철 요금을 50% 할인해 주는 ‘경로우대제’를 시행한 것이 시작이다. 1년 후인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으로 노인 기준 연령이 65세로 조정됐고, 1984년 노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지하철 완전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됐다. 외국인 영주권자도 2013년부터 무임승차 대상에 포함됐다.
무임승차 제도는 1979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공무원이었던 차흥봉 전 복지부 장관이 소련 모스크바 출장 때 노인 대중교통 무임승차 제도를 접한 뒤 이를 정부에 건의하면서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정부는 지하철뿐 아니라 시내버스에도 노인 무임승차를 허용했지만, 승차권 부정 사용 등 제도 악용 사례가 많아지고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1990년대 들어 시내버스 완전 무임승차는 폐지됐다.

6. 70세 이상 노인 버스비 지원도 추진
서울에 사는 70세 이상 노인 중 서울시장이 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시민에게 시내·마을버스 교통비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 24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서울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며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대상·범위·방식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재정 부담을 고려해 버스요금 지원 횟수를 월 최대 14회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월 15회 이상 이용할 때는 정부의 K-패스를 통해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시는 월 최대 14회 버스비를 지원할 경우 연간 약 525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대상자들의 연간 버스 이용량(약 3500만 건)에 평균 운임(1500원)을 적용한 수치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면 연간 약 572억 원의 운임 수입 증가 효과가 발생해 추가 재원 투입 없이 제도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횟수 제한 없이 70세 이상 노인 전체를 대상으로 버스비 지원을 할 경우 연간 비용은 내년 1047억 원을 거쳐 오는 2031년이면 127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시의회는 예상하고 있다.
7. 버스비까지 지원하는 이유는
도심 핵심지를 지나는 지하철보다 마을 곳곳을 누비는 시내·마을버스가 노인 실생활에 더욱 가깝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버스 이용의 문턱을 낮추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령일수록 장보기, 병원 진료 등 일상생활을 할 때 단거리 교통수단인 버스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령층일수록 버스 이용률이 높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연령대별 버스 이용률은 65∼69세 12.8%, 70∼74세 16.0%, 75∼79세 21.3%, 80∼84세 26.9%, 85∼89세 32.9%, 90세 이상 37.8%로 나타났다.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는 “70세 이상의 어르신의 경우 고령일수록 버스 이용에 대한 선호가 높아 지역 민원 요청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하철 이용을 버스로 분산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간 교통복지 형평성도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역세권 거주 고령층과 달리 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강북권과 외곽 지역 노인들은 비교적 교통복지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8. 다른 지자체 교통비 지원 현황은
대구시는 2023년 7월 전국 최초로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시내버스 무임교통 지원 사업을 도입했다. 이후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은 매년 1세씩 상향하고, 시내버스 무임승차 연령은 매년 1세씩 하향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해 2028년에는 시내버스와 지하철 모두 70세 이상이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사업 시행 이후 611억 원의 경제효과를 거뒀다고 추산했다. 어르신들의 전통시장과 공원, 문화시설 등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지역 소비 활성화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대전시도 2023년 9월부터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내·마을버스, 간선급행버스(BRT) 무료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중구와 강남구, 종로구 등이 65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교통비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
9. 해외 주요국 대중교통 복지 사례는
해외 주요국들은 고령자 대상 대중교통 복지와 관련, 연령·소득·구간·이용횟수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오사카(大阪)는 70세 이상 노인 대상으로 지하철,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 시 50엔(약 476원)의 할인 요금을 받고 있다. 도쿄(東京) 역시 70세 이상에 한해서 소득에 따라 대중교통 요금을 차등 지원하는 ‘실버패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각 주나 도시별로 연령·소득·이용목적에 따라 대중교통 요금을 할인받도록 지원하거나 무료 셔틀을 운영한다. 가령 뉴저지주에선 62세 이상의 노인 혹은 장애인은 일반 편도 요금 기준 50% 할인받는다.
프랑스 파리는 62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의 월 정기권을 50% 할인해주는 제도를 채택했다. 영국, 헝가리 등은 한국처럼 연령에 따른 무임승차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영국은 버스 무임승차 기준을 국가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연동하고 있다. 헝가리에선 65세 이상이 모든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0. 제도 시행 후 나타날 영향은
당장 서울교통공사의 대규모 적자가 줄어들 수 있다. 70세 이상 노인에게 버스비를 일부 또는 전부 지원하는 정책은 노인의 이동권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자체의 ‘맏형’ 격인 서울시가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해당 제도들을 도입하면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노인 연령 상향 논의에도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000만 시민이 사는 서울이 일종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65∼69세의 반발과 고령층 교통복지 확대에 따른 재정 악화 우려는 서울시가 풀어야 하는 숙제다.
민정혜·전세원·조언·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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