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불 사용 180만년 전부터?…‘새 단서’ 남아공 동굴서 찾았다

곽노필 기자 2026. 6. 3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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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원더워크 동굴에서 불에 탄 뼈 등 발견
올빼미가 토해낸 먹이 찌꺼기 덩어리
불타는 풀더미에서 불씨 얻어 관리한 듯
180만년 전 불의 사용 흔적이 나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원더워크 동굴 입구. 원더워크 동굴 프로젝트 제공

인간 역사에서 불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은 말 그대로 인간 진화를 촉발시킨 불쏘시개나 다름없었다.

불의 사용은 뇌 발달을 이끈 결정적 사건으로 꼽힌다. 음식을 불에 익혀 먹기 시작하자 소화력이 높아져 뇌 발달에 필요한 영양을 더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불은 또 따스한 온기로 몸을 보호해주고 뜨거운 열기로 포식자의 공격을 막아줬다.

그러나 인류의 조상이 언제부터 불을 사용하고 피우기 시작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처음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불을 채취해 사용했을 것으로 본다. 고대 인류가 실제로 불을 피운 증거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영국에서 발견된 40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유적지에서 나왔다. 불을 사용한 가장 오래된 증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칼라하리사막 안쪽 원더워크 동굴의 100만년 전 지층에서 발견됐다.

예루살렘 히브리대 국립자연사박물관의 리오라 콜스카 호르비츠 박사와 캐나다 토론토대 마이클 차잔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이 새로운 분석 방법을 이용해, 인류의 조상이 약 180만년 전부터 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단서가 나온 곳은 100만년 전 불에 탄 뼈와 재 등이 발견됐던 원더워크 동굴이다. 이곳에선 1940년대부터 선사시대 유물 발굴 작업이 진행돼 왔다.

뼈의 연소 단계를 보여주는 사진. 가장 왼쪽의 노란색-베이지색 조각은 타지 않은 뼈를, 오른쪽의 흰색 조각은 가장 많이 탄 뼈를 나타낸다. 원더워크 동굴 프로젝트 제공

동굴 입구에서 30m...자연발생 불이 아닌 듯

연구진은 이번엔 100만년 전 지층(10번 지층) 아래쪽에 있는 108만~179만년 전 지층(11번 지층)을 조사한 결과, 올빼미 펠릿 화석에서 연소의 흔적으로 보이는 색상과 질감을 발견했다. 팰릿이란 올빼미가 설치류 등을 잡아먹은 뒤 소화하지 못하고 토해낸 뼈, 털 등의 찌꺼기를 말한다.

연구진은 올빼미 펠릿에서 고온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는 회백색 뼈와 불에 그을린 듯한 검은색 뼈를 골라 두 가지 방법으로 분석했다. 우선 기존의 적외선 분광법(FTIR)으로 검은색 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고온에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화학적 변화, 즉 불에 탄 흔적이라는 걸 확인했다.

결정적인 것은 회백색 뼈를 발광 기법이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였다. 불에 탄 뼈는 화학적 변화를 겪어 청색광 같은 단파장 빛을 흡수하고 적색광 같은 장파장 빛을 방출한다. 연구진은 뼈에 청색광을 쏜 뒤, 광학 필터를 사용해 어떤 뼈가 붉게 빛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11번 지층에서 나온 뼈 32개 모두가 불에 탄 것으로 나타났다. 발광 분석법은 표본을 일부 떼내어 가루로 만들지 않아도 되고, 조명을 비춰 즉각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이 펠릿이 동굴 입구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자연적인 산불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불의 흔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독일 메트만에 있는 네안데르탈인박물관에 전시된 호모 에렉투스 소년의 모형. 위키미디어 코먼스

동굴에 거주한 이들은 호모 에렉투스

공동저자인 차잔 교수는 불을 직접 피우지는 못했고, 대신 불타는 풀더미에서 불씨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연에서 발생한 산불의 불씨를 동굴로 옮겨와 지속적으로 관리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옮겨온 불씨를 오래도록 살려놓는 연료로 사용한 것이 바로 올빼미 펠릿이었을 것으로 본다. 오늘날 말린 소똥 같은 배설물을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것과 같았다는 것이다.

이 동굴에선 돌도끼 등 고대 인류의 흔적은 나왔지만 아직 실제 고대 인류의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당시 불을 사용한 인류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연구진은 “당시 남부 아프리카에는 여러 종류의 고인류가 살았다”며 “어떤 종이 ​​동굴에 살았는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발굴된 유물의 특징으로 보아 호모 에렉투스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들이 동굴에서 불을 사용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금까지의 증거로는 동굴 안에서 고기를 익혀 먹는 식의 조리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다음엔 이 동굴에서 가장 깊은 12번 지층에서 불 사용 증거를 찾아 분석할 계획이다.

*논문 정보

New evidence for Early Pleistocene use of fire at Wonderwerk Cave (South Africa).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347480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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