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800조 투자 현실성은…증권가 “전력·용수부터 넘어야”
“주가보다 실제 착공 속도 봐야”
정부가 삼성전자와 SK그룹의 총 1500조원 규모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증권가에서는 투자 규모보다 실제 실행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모두 막대한 전력과 용수, 부지 확보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인프라 구축 속도가 프로젝트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진단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가 발표한 메가프로젝트는 서남권 반도체 생산거점 조성(800조원), AI 데이터센터 구축(550조원),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등을 포함해 총 1500조원 규모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은 별도로 전국 단위 장기 투자계획을 공개하며 총 4700조원 규모의 투자 청사진도 제시했다.
증권가는 이번 발표를 국가 차원의 AI 산업 전략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봤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AI 시대의 핵심 병목인 연산 인프라, 메모리 공급능력, 현실산업 적용 역량을 동시에 확충하는 것”이라며 “단순한 개별 기업 투자 발표가 아니라, 반도체 생산거점 확대와 AI데이터센터 구축, 로봇·제조업 AI 전환을 묶어 한국형 AI 생태계를 전국 단위로 재편하려는 산업정책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실제 집행에는 전력·용수·부지·인력 확보가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고, 반도체의 경우 장기적으로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될 수 있음에도 여전히 단기적인 메모리 공급난 해소에 영향을 줄 순 없다”며 “단기 주가 반응은 투자 총액보다 실제 착공 속도, 전력 인프라 확보, 기업별 이사회 승인 및 수요 가시성에 따라 업종별로 차별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투자 발표 자체보다 공장 완공 시점이 훨씬 중요하다고 봤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서남권 클러스터 발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클러스터 발표 자체가 당장의 공급 변화와는 무관하고, 인프라 투자 특성상 완공 시기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장비 투자 시기를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팹(Fab) 완공 시기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메모리 양사에게 용인 이후의 새로운 클러스터 부지가 필요한 순간이었고, 반도체 생산 부지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고 평가했다.

증권가가 공통적으로 지목한 최대 변수는 전력이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모두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생산시설보다 전력망 구축이 더 큰 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현재의 확장된 계획에 따르면 당장 2031년부터 전력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제 5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는 전력망, 용수, 부지, 지역별 전기요금제, 데이터센터(AIDC) 전용 요금제의 실행 속도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총 18.4기가와트(GW)의 IT로드는 약 40GW 가까운 신규 전력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까지 감안하면 더 많은 공급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투자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인프라 구축 여부를 핵심 변수로 꼽았다.
김 연구원은 “이번 발표는 AI 시대 메모리 초호황 지속을 전제로 한 역대 최대 규모 투자로, 글로벌 공급망 강화와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면서도 “메모리 공급 증가폭 및 속도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생기며 수급 밸런스 측면에서는 우려가 상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증설 의지에도 불구하고 전력 및 용수 이슈로 인한 실현 가능성도 점검이 필요하다”며 “향후 정부의 예산 집행 속도와 지자체 간 인허가 조율 과정이 이번 반도체 투자의 실질적 실행 가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986년 4M D램(DRAM) 공동연구개발 이후 국가의 포괄적 지원은 이번이 최초”라며 “반도체 선제 투자를 통해 후발업체들과의 격차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투자 일정 조정에 따른 수급 불안을 표명하기도 하지만, 투자 속도는 해당 기업이 시황에 맞게 조절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급격한 수급 상황의 변동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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