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글로벌AI] 나델라 “모든 기업 자체 AI모델 구축해야… AI 독식은 안 돼”
현 범용 AI만으론 기업 차별화 추진에 한계
오픈소스·SLM AI가 AX 시대 경쟁력 지름길
전 세계 CEO들에 새로운 AI 전략 과제 던져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끌어 온 빅테크 기업의 대표가 연이어 'AI 독점'에 경고음을 내고 있어 주목된다. 불과 며칠 전 소수 거대 AI 기업이 기술과 경제적 가치를 독식하는 구조를 우려했던 사티아 나델라(사진)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기업은 자신만의 AI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새로운 기업 AI 전략을 제시했다.
챗GPT나 클로드 같은 범용 AI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각 기업이 고유의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를 반영한 맞춤형 AI를 직접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AI 시대 경쟁력은 더 이상 외부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 얼마나 독자적인 AI 역량을 내재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나델라 CEO가 AI 스타트업 '어플라이드 컴퓨트'(Applied Compute) 공동창업자 야쉬 파틸과의 대담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직접 자기 회사만의 AI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밝힌 그의 문제의식을 더욱 구체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WSJ 인터뷰에서 나델라는 AI 산업이 소수 초거대 기업 중심으로 흘러가는 현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일부 AI 기업들이 세상을 바꿀 기술의 가치를 독점하면서 동시에 AI 위험과 일자리 감소를 과장해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와 자원 확보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델라는 "모든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사라지고 AI가 무기가 될 수 있으니 데이터센터 건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단 몇 개의 AI 모델이 모든 학습을 담당하는 미래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기업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초거대 AI 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오픈AI 최대 투자자인 MS 수장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다.
이 같은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나온 해법이 바로 '1기업 1AI 모델' 구상이다. 나델라는 "내 단순한 생각은 세상에 존재하는 기업 수만큼 AI 모델도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모든 기업이 동일한 범용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현재의 구조에서 벗어나 금융, 제조, 의료, 유통 등 각 산업과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인 AI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이 축적한 데이터와 업무 노하우, 고객 정보, 운영 방식은 그 기업만이 보유한 경쟁 자산인 만큼, 이를 학습한 AI 역시 기업마다 달라야 한다는 논리다.
나델라는 특히 기업의 본질 자체를 AI와 연결해 설명했다. 그는 "기업은 본질적으로 '학습 시스템'(Learning System)이다"라고 정의했다.
기업은 시장 변화와 고객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업무를 개선하며 성장하는 조직이다. 이러한 학습 과정을 AI가 함께 수행하도록 만들어야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와 업무 지식은 외부 범용 AI에 단순히 입력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사 AI를 성장시키는 학습 자산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의 DNA가 반영된 AI만이 장기적으로 경쟁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발언은 기존 기업들의 AI 도입 방식과도 결을 달리한다.
현재 상당수 기업은 챗GPT나 코파일럿 같은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을 업무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나델라는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기업 간 차별화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모두가 동일한 AI를 사용할 경우 생산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경쟁우위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나델라가 거대한 자체 LLM을 처음부터 개발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오픈소스 AI 모델이나 중소형언어모델(SLM)을 기반으로 기업별 맞춤형 AI를 구축하는 전략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한다.
기업은 공개된 기반 모델 위에 자사 데이터를 결합하고 미세조정(Fine-tuning)을 거쳐 업무 특화 AI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설명이다. 이른바 '소버린 AI'(Sovereign AI) 또는 '엔터프라이즈 AI' 전략에 무게를 둔 발언이라는 평가다. 이는 최근 MS의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MS는 최근 저가형 AI 모델 제품군을 확대하고, 자율형 AI 에이전트인 '코파일럿 코워크'(Copilot Cowork)에서 다양한 AI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특정 모델 하나에 종속되는 구조보다 다양한 AI를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오픈AI 최대 투자자인 MS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MS는 오픈AI 성장 과정에서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최근에는 앤트로픽과도 대규모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그럼에도 나델라는 AI 시장이 특정 모델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보다 기업들이 각자의 AI를 보유하는 방향이 산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는 MS의 사업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 기업들이 자체 AI를 구축할수록 이를 학습시키고 운영하기 위한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개발 플랫폼 수요는 더욱 늘어난다. 결국 MS는 하나의 초거대 모델을 판매하는 기업보다 수많은 기업이 각자의 AI를 만드는 기반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도 읽힌다.
나델라가 연이어 내놓은 두 메시지는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AI의 미래는 소수 기업이 모든 지식을 독점하는 중앙집중형 구조가 아니라, 수많은 기업이 각자의 데이터를 학습해 독자적인 AI를 보유하는 분산형 생태계라는 것이다.
AI 전환(AX) 시대를 맞은 글로벌 기업 CEO들에게 나델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떤 AI를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회사만의 AI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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