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의 AI 규제 철폐 실험…비용은 결국 시민이 떠안을 것”

“아르헨티나는 지금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실험장이 되고 있습니다. 규제가 없는 곳을 찾던 기업들에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가 문을 열어준 셈이에요. 문제는 그 실험의 비용을 시민들이 떠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23일 다니엘 블린더 아르헨티나 국립과학기술연구위원회(CONICET) 연구원은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밀레이 정부의 인공지능 전략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노선에 발맞추고, 미국 기업들의 이해관계에 정책을 맞춘 결과”라며 “정부는 규제 완화를 한계까지 넓히고 테크 거물들에게 유리한 법안을 마련해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밀레이 정부의 인공지능 전략이 실리콘밸리식 ‘기술 자유주의’를 반영하며, 아르헨티나를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 주체가 아닌 저비용 자원·인력 공급국에 머물게 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밀레이 대통령이 제안한 비인간 인공지능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의 시민적·법적 책무성을 의도적으로 해체하는 행위”라며 “알고리즘이 운영하는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하면 책임을 물을 인간 주체가 사라진다. 결국 고위험 사업의 사회적 비용이 국가와 시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밀레이 정부가 미국·중국·유럽에 이어 ‘세계 4대 인공지능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외 빅테크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한다고 기술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정책은 아르헨티나의 인공지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 인프라를 들여오는 것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고숙련 노동력을 제공하는 공급국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블린더 연구원은 이런 정책의 부담은 결국 미래 정부가 떠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권 교체를 통해 정책을 되돌릴 수 있지만, 밀레이 정부가 남길 취약한 산업·경제 기반은 향후 정부가 산업·기술 정책을 펼 여력을 근본적으로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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