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곡서 성수까지 '한강' 타고 갔습니다

김진수 2026. 6. 30.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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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버스 2시간14분…'도심 속 여유'는 장점
여의도 환승 표 꼭 챙겨야
대중교통? 마곡~여의도~잠실 '급행'이 관건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누적 40만명이 이용한 '한강버스'. 그 배를 이용해 발산역 사거리에서 성수사거리까지 이동했다. 시작점인 마곡 선착장을 출발해 이달 새로 문을 연 서울숲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은 2시간14분. 선착장과 목적지를 오가는 데엔 42분이 더 걸렸다. 

한강 위를 달리는 데 든 비용은 3000원. 바람을 맞으며 도심 속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지출이었다. 지하철보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지옥철(지옥+지하철)'을 피해 내 자리에 앉아 갈 수 있는 것도 편했다. 다만 바쁜 출근길보다는 휴식이 필요한 퇴근길엔 가끔 요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기사: [교통시대]말 많은 한강버스, 대중교통 vs 관광용?(2025년 10월6일)

한강 위를 달리는 데 든 비용은 3000원. 바람을 맞으며 도심 속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지출이었다. /사진=김진수 기자

"주말엔 한강버스가 빨라요"

지난 25일 오후, 발산역 사거리를 출발한 택시가 길을 헤매어 2시20분 배를 놓쳤다. 발산역 근처에 산다는 택시 기사는 "선착장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3시40분 배를 기다려야 했다. 마곡 선착장 1층에서 번호표를 뽑은 뒤 편의점에서 산 간식을 들고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야외 대기 공간으로 올라갔다. 자전거 라이딩 동호회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출발 5분 전, 평소 쓰던 교통카드를 찍고 배에 탑승했다. 20명 남짓한 승객들이 배에 올라타 곧장 앞자리로 향했다. 배가 한강을 가르며 달리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라서다. 뒷자리에 앉은 한 승객은 "아쉽네, 저기가 명당인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좌석 앞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어 승선신고를 하면 갑판에 나가도 된다는 안내가 나왔다. 이름과 성별, 전화번호,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됐다. 외국인의 경우 여권번호도 제출해야 한다.

20명 남짓한 승객들이 배에 올라타 곧장 앞자리로 향했다. 배가 한강을 가르며 달리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라서다. /사진=김진수 기자

승선신고를 마치고 선수로 나가니 강바람이 시원했다. 제법 빠르게 느껴졌지만 도로 위 자동차를 바라보니 실제 속도는 그렇지 않은 듯했다. 승무원은 "차 막히는 주말엔 우리가 더 빠르다"라고 말했다. 통상 최고 운항 속도는 15노트 안팎, 약 20~30km라는 게 승무원 설명이다. 가장 빠를 때 배 위에서 강변을 보니 둔치의 자전거와 나란히 달리는 듯했다. 

우려했던 안전 문제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구명조끼와 튜브가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 갑판에 승객이 한 명만 나와 있어도 승무원이 동석해 예의주시한다고 한다. 배가 다음 선착장인 망원으로 향할 때는 선내로 들어가야 했다. '접안을 위해 감속 중에 흔들림이 발생하니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고 손잡이를 잡으라'라는 안내도 나왔다.

여의도 선착장엔 편의점뿐만 아니라 치킨집, 카페 등 편의시설이 있어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는 이도 있었다. /사진=김진수 기자

'환승' 여의도에서 38분

배가 망원을 지나 여의도에 도착하자 모든 승객이 내렸다. 여의도 선착장이 환승 지점이라서다. 여기서 더 동쪽(상류 방향) 배로 갈아타려면 38분을 기다려야 했다. 여의도에 온 김에 쇼핑몰을 가볼까 했는데 환승객은 바로 다음 배를 타야만 하는 게 규정이란다.

여의도 선착장엔 편의점뿐만 아니라 치킨집, 카페 등 편의시설이 있어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는 이도 있었다.

5시가 되자 마곡 선착장에서 받은 환승 번호표를 내고 배에 올라탔다. 번호표를 잃어버리면 갈아탈 수 없어 잘 챙겨야 한다. 갈아탈 때는 교통카드를 찍지 않고 별도 게이트를 통과했다. 그 옆엔 새로 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섰다.

마곡, 망원과 달리 여의도에서 탑승한 승객이 많아 선내엔 빈자리가 드문드문했다. 유모차 탄 아이와 함께한 승객은 "문턱이 높았지만 승무원이 유모차를 옮겨줘서 편하게 탔다"라고 말했다.

5시가 되자 마곡 선착장에서 받은 환승 번호표를 내고 배에 올라탔다. 번호표를 잃어버리면 갈아탈 수 없어 잘 챙겨야 한다. /사진=김진수 기자

30분 후 압구정을 건너뛰고 옥수 선착장에 도착했다. 1시간마다 배가 오는 다른 선착장과 달리 압구정과 옥수는 2시간 단위로 운항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인력을 가지고 서울숲 선착장을 신규 운항하다 보니 그나마 승객이 적은 압구정과 옥수는 시간 간격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옥수에서 내리는 승객은 많지 않았다. 20분 뒤 도착한 서울숲은 하선을 위한 긴 줄이 생겼다. 한 승객은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라며 "잠실이나 여의도가 아닌 중간역은 자리가 없어 못 탈 수도 있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서울숲 선착장은 임시 선착장이라 그런지 자판기와 의자 정도가 마련돼 있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다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서울숲역 방면으로 함께 걸었다. 2014번 버스를 타고 성수사거리에 도착하자 6시26분이 됐다. 발산역 사거리를 출발한 지 3시간이 넘어 도착했다.

서울숲 선착장은 임시 선착장이라 그런지 자판기와 의자 정도가 마련돼 있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다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사진=김진수 기자

아침도, 급행도 '미정'

대중교통은 '시민의 발'이어야 한다. 한강버스는 좌석이 편안했고 승하선이 간편했다. 배에 탈 때 키오스크에서 티켓을 구매하거나 평소 쓰던 교통카드를 찍으면 된다. 버스나 지하철로 갈아탈 때 환승도 가능하다.

다만 버스나 지하철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돼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제몫을 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특히 바쁜 출근길엔 무리가 있을 듯했다. 특히 배라는 교통수단 특성 상 선착장마다 접안하고 정박할 때 매우 서서히 속도를 줄여 멈춰서야 했다. 승객을 태우고 내리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마곡~망원~여의도의 경우 운항거리는 10km 정도지만 46분이 걸렸다. 정박 선착장이 1곳뿐인데 표정속도(정차 시간을 포함한 평균 운행속도) 시속 13km다. 다른 대중교통과 비교를 위해 서울교통공사를 찾아봤더니 서울지하철 2호선(성수~성수)의 표정속도는 시속 32.5km, 5호선(방화~마천)은 32.8km였다. 

그래도 속도 문제는 서울시 계획대로 마곡과 여의도, 잠실에만 서는 급행 노선이 운항하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월 운항 예정이던 급행 노선은 미정이다. 오전 7시던 첫 배도 현재는 11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침 시간과 급행 운항 계획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추가로 운항하는 서울숲 선착장이 안정되는 것을 봐서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속도 문제는 서울시 계획대로 마곡과 여의도, 잠실에만 서는 급행 노선이 운항하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진수 기자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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