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육아휴직 축하”… 속으론 “휴직자 업무 누가 하나” 눈치
업무 증가로 동료에게 권장은 못 해
업무분담금 월 최대 60만 원이지만… 회사마다 수당 기준 달라 체감 적어
장기 공백에 휴직 사용도 어려워… “인력 지원하고 수당 체계 바꿔야”

정부가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를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업무 공백’이 가장 큰 장벽으로 남아 있다. 남성 육아휴직이나 배우자 출산휴가에 대한 인식은 개선됐지만 같은 부서 동료가 휴직하면 남은 직원들이 업무를 떠안는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무분담 수당이나 정부 지원금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 직원들이 체감하는 보상 수준은 낮아 ‘휴직자와 남은 직원 모두 눈치를 보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 육아휴직 사용 많아져… 빈자리는 동료 몫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배우자 출산휴가를 20일 연속 사용한 근로자의 업무를 대신 맡은 직원에게 보상한 사업주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육아휴직 등으로 생기는 인력 공백을 줄이기 위해 대체 인력을 뽑은 사업주에게 대체인력지원금을, 기존 직원이 업무를 나눠 맡도록 한 사업주에게 업무분담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부터 육아휴직 대체인력지원금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기존 월 120만 원에서 최대 140만 원으로, 업무분담지원금은 월 2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으로 올랐다. 다만 지원금은 사업주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실제 업무를 대신 맡은 직원들이 받는 수당은 회사 기준에 따라 달라져 체감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원 대상을 넓히고 금액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상당수 사업장이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한 명이 빠지면 남은 직원들의 업무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남은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수당도 늘어난 부담을 보전하기에는 부족하다. 유통회사에 다니는 손모 씨(28)는 “직원 한 명당 원래 13개 점포 관리를 담당했는데 올해 2월 퇴사자가 발생했고 육아휴직자까지 추가돼 현재 직원 1명이 17개 점포를 맡고 있다”며 “담당 점포가 17개를 넘으면 점포 1개당 월 5만 원의 수당을 받는데 업무량을 고려하면 적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31.3%), ‘대체 인력 구인난’(26.8%) 등의 순이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업무 공백을 처리하는 방식도 ‘남은 인력으로 나눠 해결한다’는 응답이 72.6%로 가장 많았다.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사업장 규모별 격차도 컸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2월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5.2%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66.9%가 육아휴직 사용이 어렵다고 답해 300인 이상 사업장(30.8%)의 두 배를 넘었다. 법적으로 보장된 제도라도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인력 공백과 조직 분위기 때문에 사용하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일·가정 양립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휴직자 개인의 급여 보전뿐 아니라 남은 동료와 사업장의 부담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은 사람들이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대체 인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업무분담 수당도 단순히 나눠 주기보다 실제 업무를 주로 맡는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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