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취업했는데… 2030 직장인 62% “번아웃 경험”
과중한 업무와 민원 스트레스
월급도 만족스럽지 않아 ‘갑갑’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한 2030 청년들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도 직장 내에서 ‘번아웃(소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본지와 KB 유스 클럽 설문조사에서 ‘최근 직장에서 번아웃을 경험하거나 업무 의욕을 완전히 상실한 적이 있다’고 언급한 20·30대 직장인 청년은 전체의 62.3%였다.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답한 이는 10명 중 2명도 채 되지 않았다.

특히 사회 초년병에게 강도 높은 업무가 집중되는 업종에서 이런 일이 빈번하다. 경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2년 차 교사인 이모(32)씨는 교편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다. 무너진 교권 상황을 다뤄 최근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의 내용처럼, 올 초 이씨가 담당하는 학급의 학생이 이씨 앞에서 욕설을 내뱉고 가위를 들고 이씨를 해하려 했다고 한다. 이씨는 “학창 시절에 열심히 공부해 교사가 된 이유가 결국 이런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인가 싶은 생각에 우울해질 때가 많다”며 “업무 스트레스를 상쇄할 만큼 월급도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를 생각하면 갑갑한 마음”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 병원의 5년 차 간호사 이모(30)씨는 수년째 3교대 근무와 보호자 스트레스 등으로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이씨는 과도한 업무 부담과 경직된 조직 문화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무력감이 심리적 어려움을 증폭시킨다고 했다. 이씨는 “미국은 간호사 1인당 환자 3~4명을 맡는데 우리나라 대학 병원은 보통 간호사 한 명당 환자를 11명씩 돌봐 업무 부담이 크다”며 “미국 간호사 연봉은 한국 간호사 연봉의 2~3배 많다는데 한국에서는 과로에 따른 경제적 보상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씨는 “동료들끼리 ‘한국 간호사가 우울증을 안 겪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청년들이 호소하는 정신 질환에는 경제적 격차뿐 아니라 악성 민원이나 살인적인 업무량이라는 ‘직업적 부조리’를 개인이 온몸으로 받아낸 측면도 크다”며 “청년들이 일하는 일터를 점검하고 불합리한 노동 환경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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