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성당 400주년… ‘가톨릭의 심장’이 축제로 물든다

면적이 서울 창경궁보다 살짝 큰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 하나인 바티칸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인 성 베드로 대성당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이자 최초의 교황인 사도 베드로가 순교한 무덤 위에 세워진 이곳은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르네상스 시기 천재 예술가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 세계적 건축물이다. 세계 가톨릭의 영적 지도자인 교황이 선출 뒤 처음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곳도, 성탄절과 부활절에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는 곳도 성 베드로 대성당이다.
바티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이 올해 축성 400주년을 맞았다. 1626년 11월 18일 교황 우르바노 8세가 축성식을 주재했기 때문에 공식 준공 기념일까지는 다섯 달가량 남았지만 29일 열린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을 시작으로 연중 이어질 ‘400살 축하 잔치’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지구촌 방문객 맞이 위해 ‘디지털 성당’으로 변신
교황 레오 14세는 29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새로 임명된 대주교들에게 양털로 만든 띠 형태의 예복으로, 목과 어깨에 둘러 착용하는 ‘팔리움(Pallium)’을 수여하는 전통 의식도 열었다.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목숨을 걸고 기독교 신앙을 전파하던 두 사람은 모두 로마에서 순교했다고 알려졌다. 이들의 희생으로 기독교는 로마 제국을 통해 ‘세계 종교’로 뻗어나가는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황청이 베드로·바오로 축일을 400주년 기념행사의 출발점으로 삼은 이유다. 이날 축일 미사를 시작으로 각종 학술행사와 특별 순례, 연극 공연 등 문화행사가 오는 11월까지 이어진다.
엄숙함이 감돌았던 성당은 400주년을 맞아 순례객·관광객들의 방문을 앞두고 변신을 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디지털화’다. 성당 곳곳에 QR코드를 부착하고 방문객들이 휴대전화로 스캔해 최대 60개 언어로 미사 해설과 전례문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하루 평균 3만~4만명 안팎이 찾는 방문객의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예약 기반의 ‘스마트 패스’도 도입하기로 했다.
순례객 편의 시설도 대폭 확대된다. 지금까지 일부만 공개됐던 대성당 테라스 등을 추가 개방하고, 역사 전시 공간과 휴게 공간도 대폭 확충했다. 특히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돔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테라스에는 새 카페도 들어선다. 축성 400주년을 맞아 올해 수천만 명의 관광·순례객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성당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방문객 수요 급증으로 인해 성 베드로 대성당 돔 입장은 선착순으로 진행된다”며 “돔 방문을 미리 계획하고 온라인으로 예약해달라”고 공지했다.
축하 행사는 오는 11월 교황 레오 14세가 집전하는 축성 400주년 기념 미사로 대장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르네상스 천재들이 불어넣은 숨결

성 베드로 대성당은 1506년 교황 율리오 2세의 명으로 착공돼 1626년 11월 18일 축성되기까지 120년이 걸렸다. 공사 기간이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정) 성당과 맞먹는 셈이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당대 천재 건축가·예술가들이 성 베드로 대성당 건립에 참여했다. 도나토 브라만테가 초석을 놓았고, 라파엘로가 설계를 이어받았으며 미켈란젤로는 뼈대를 구축했다. 특히 지금 기준으로 100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71세에 건축공사 책임자로 임명된 미켈란젤로는 인생의 끝 무렵 17년을 성당 건설에 매진했다.
성당 내부는 세계적 예술품들이 포진한 거대한 박물관이기도 하다. 천재 조각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가 만든 ‘발다키노’는 높이가 무려 29m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청동 구조물이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를 조각한 피에타는 작가 미켈란젤로가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새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직경 약 42m의 거대한 돔은 로마 어디에서나 보이는 랜드마크이며, 성당은 약 6만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교회 건축물로 꼽힌다.
성 베드로 대성당은 교황청의 일거수일투족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 무대이기도 하다. 교황 즉위 미사와 성탄절·부활절 미사, 교황 장례식 등이 모두 이곳에서 진행된다. 콘클라베에서 새 교황이 선출되면 정면 중앙 발코니에서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는 교황이 있다)”이라는 선언과 함께 새 교황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장소 역시 이곳이다. 지난해 5월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도 성 베드로 대성당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이라는 말로 지구촌에 첫 인사를 전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있는데, 2023년에는 대성당 외벽에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년)의 대리석 성상이 설치됐다. 가톨릭 세계의 중심인 로마 바티칸에 동아시아 성인의 상(像)이 세워진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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