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팀 스포츠에 진심인 美정치인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6. 6. 29.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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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슈미트 공화당 상원의원이 10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의회 자선 야구 경기에서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만큼 스포츠에 진심인 나라도 없을 것이다. 이런 열정이 지금 북중미 월드컵이나 프로 풋볼(NFL)·농구(NBA)·야구(MLB) 같은 엘리트 체육에만 국한돼 있는 건 아니다. 도시의 피트니스센터는 대개 새벽 4~5시면 문을 여는데, 해가 뜨기도 전부터 운동으로 아침을 여는 남녀노소로 열기가 후끈하다.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체육을 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해선 종목을 하나 정해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될 만한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동네 리그는 물론 전국을 누비며 각종 대회에 참석하는데, 이걸 따라다니며 서포트하는 게 부모의 임무다.

이러니 정계에도 왕년에 잘나갔던 체육 선수 출신이 많다. 지난 10일 의회 자선 야구 경기에서 좌익수로 나와 명품 다이빙 캐치를 선보인 에릭 슈미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대학 시절 야구 선수로 뛰다 로스쿨에 진학한 뒤 정계에 입문했다. 선발투수로 출전해 7이닝을 완투하며 공화당의 승리를 이끈 그렉 스투비 하원의원도 고교에서 야구를 했다. 해군사관학교 재학 중 축구 선수로 활동한 토드 영 상원의원은 미국의 월드컵 조별 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그림 같은 발리슛을 영상으로 인증하며 “국가대표에 남는 자리 하나 없냐?”고 물었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프린스턴대 유니폼을 입고 수준·인기가 NBA 못지않은 대학 리그를 누빈 적이 있다.

야구, 농구 같은 팀 스포츠의 힘은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혼자만 잘해서 이길 수 없으니 역할 분담, 리더십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항상 룰 안에서 경쟁해야 하고, 동료는 물론 감독·심판과도 보조를 맞춰야 하니 규율이 몸에 밴다. 혈기가 왕성할 때 부대끼며 같이 땀 흘린 경험은 강렬하다. ‘함께 일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란 걸 보여주는 사회적 증명이기도 하다. 미 주류 사회의 정치인, 기업인들이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의 선수 경력을 어필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물론 미국 정치도 아름답지 않다. 당파 싸움이 빈번하고 보는 이들을 낯 뜨겁게 하는 수준 낮은 언쟁도 종종 벌어진다. 그래도 스포츠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그게 정치 양극화 시대에 숨구멍을 틔워주고, 최소한의 품격을 유지하게 만든다.

문득 여의도의 정치인들은 신체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 궁금해졌다. 스마트폰 속 한 줌 소셜미디어가 세상의 전부인 양 말하고 행동하는 금배지나 그 지망생들은 누군가와 같이 땀 흘려가며 무언가를 성취하고 실패해 본 경험이 있나. 시끄럽다는 주민 민원 때문에 학교에서 운동회를 못 하고, 내 아이가 다치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부모 등쌀에 교사들이 소송이 무서워 체육 수업을 꺼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무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잘 나가고, K컬처가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들 이런 나라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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