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부족’ 인정한 푸틴, 미국에 ‘종전 중재’도 요청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내륙 정유시설 등에 연일 드론·미사일을 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연료 부족’ 위기를 인정했다. 전쟁 장기화와 휘발유 구매 통제로 험악해진 여론을 달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과 르몽드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러시아 국영 방송 소속 파벨 자루빈과의 대담에서 “우리 인프라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군) 공격은 물론 문제를 일으킨다. 그점은 명백하다”며 “우리는 일정 정도의 연료 부족을 겪고 있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부족분은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피격된 시설을 서둘러 복구해 회복하겠다고 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집권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 연설에서도 “우리는 문제를 발견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대응하고 있다”며 “의심의 여지 없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을 향해서는 “지금은 러시아에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단결해 승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 지도부가 전쟁으로 빚어진 국가적 위기를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연료 부족을 인정한 건 처음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은 짚었다.

어조가 바뀐 배경엔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공습이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연말께부터 사거리 500㎞ 이상 장거리 자폭 드론과 자체 개발 순항미사일 ‘플라밍고’ 등으로 연일 러시아 내륙을 때리고 있다. 특히 25일부터는 장거리 타격을 더 늘리는 ‘40일 작전’에 들어갔다. 28일 우크라이나군은 국경에서 각각 300㎞, 700㎞ 떨어진 크라스노다르와 야로슬라블의 정유공장을 타격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가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약화시키는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며 “러시아 전쟁 기계에 공급될 자원을 줄이는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러시아 당국은 21일부터 크림반도 주유소에서 연료 판매를 중단하고, 필수 공공서비스에만 휘발유 공급을 제한한 상태다.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의 경우 28일부터 주유소에서 살 수 있는 연료를 차량 1대당 하루 50ℓ로 통제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러시아 최소 13개 지역에서 연료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날 대담에서 “이란 관련 중대 국면이 마무리되면, 우리는 미국 행정부 대표들이 (러시아에)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는 협상을 계속하고 모든 세부 사항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종전을 중재하기를 기대하는 푸틴 대통령이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쪽에 기운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다시 잡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합의해야 한다”며 대러시아 제재를 다시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매체 액시오스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현재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꽤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고, 심지어 알래스카에서 (푸틴과 맺은) 양해를 되돌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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