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가야지’ 외친 학생들…우승보다 먼저 배워야 할게 있다 [배우근의 롤리팝]

배우근 2026. 6. 2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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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야구는 잘하는데, 역사는 모른다. 고교야구장에서 벌어진 씁쓸한 풍경이다.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 경기. 배재고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를 반복하며 응원했다.

광주일고 코치진이 항의했고 경기는 잠시 멈췄다. 도대체 배재고 선수들은 왜 그 말을 응원으로 외쳤을까.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5월 18일 민주화운동 기념일 무렵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표현이 포함된 프로모션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5·18 민주화운동과 고(故) 박종철 열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교체됐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두 차례 사과했다. 역사 인식 교육 강화 약속까지 내놓았다. 그 정도로 사회는 이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였다.

광주제일고 코치진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그런데 한달 남짓 지난 뒤, 고교야구 더그아웃에서 같은 단어가 응원 구호로 등장했다. 더욱이 상대는 광주제일고였다.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본 밈을 따라 했을 수도 있다. 깊은 의미를 몰랐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안타깝다.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혐오는 놀이가 되고, 조롱은 유행이 된다. 학생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더그아웃에는 감독과 코치가 있었다. 누군가는 “그건 안 된다”고 즉각 말했어야 했다.

지도자들은 학생선수에게 야구기술 뿐 스포츠맨십도 알려줘야 한다. 상대를 존중하는 법, 지역의 아픔을 희화화하지 않는 법, 경기장 안에서는 실력으로만 경쟁하는 법 역시 지도자의 몫이다.

더군다나 고교야구는 프로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프로가 되려면 공을 잘 던지고 잘 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성과 품격도 실력이다. 최근 프로야구 구단들이 드래프트에서 인성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행태를 각 구단 스카우트는 노트에 남겼을 것이다.

스타벅스 가야지에 맞춰 응원하는 배재고 선수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너무 많이 인용돼 진부해졌지만, 이번 일을 보면 여전히 유효하다. 5·18은 특정 지역의 기억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치른 대가다. 그 아픔을 희화화하는 순간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타인의 상처를 소비하는 행위가 된다.

야구 잘하는 선수는 훈련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역사를 알고 사람을 존중하는 시민이 우선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승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배재고는 이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학교 측은 “일부 학생 선수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로 광주제일고 선수단과 학부모, 동문, 광주 시민께 깊은 상처와 실망을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해당 학생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고 야구부 전원을 대상으로 스포츠맨십과 인권 감수성, 공동체 의식에 대한 특별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도 경위 파악에 나섰다. 교육청은 국민신문고 민원이 접수된 사실을 확인하고 학교 측으로부터 당시 상황을 확인 중이다.

고교야구는 프로 선수를 길러내는 무대이기도 하지만, 학교 스포츠의 현장이기도 하다. 승패를 떠나 상대를 존중하고 역사와 공동체에 대한 기본적인 감수성을 배우는 것 역시 교육의 일부라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학생 개인의 일탈을 넘어 학교와 지도자의 교육 역할까지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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