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무채색 삶이 핑크빛" 음악으로 다시 보는 세상
[앵커]
어두컴컴한 회색빛 세상에 핑크빛 한 줄기가 내려왔습니다. 갑자기 시력을 잃고 안마사를 준비하는 맹학교 학생들이 가수 선생님에게 노래를 배우면서 이렇게 느꼈다고 말하는데요.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이 수업에 함께했습니다.
[기자]
[정인서/국립서울맹학교 학생 :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눈을 꼭 감은 이 청년은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노래할 때만은 시력이 없어도, 눈을 감아도 빛이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교실에 앉은 다른 학생들도 비슷합니다.
[윤주환/국립서울맹학교 학생 : 모든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슬픔. 기쁨.]
이곳은 시각장애인 학생 61명이 다니는 국립서울맹학교입니다.
졸업 학생들은 안마사 자격을 얻습니다.
이들이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
취향도, 희망도 구분하지 않는 건조한 삶입니다.
한때 윤씨 꿈은 수영 국가대표였습니다.
하지만 점점 약해지던 시력을 5년 전 잃었습니다.
이제 이 암흑에 적응해야 합니다.
[윤주환/국립서울맹학교 학생 : 이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 아세요? 정문이라는 소리예요. 여기만 통과하면 학교 밖이라는 거죠. {저희 신랑 신부 입장하는 것 같은데요?}]
빛이 없던 이곳에 어느 날 소리가 찾아왔습니다.
[김현정/국립서울맹학교 교사 : 노래가 끝났어도 반주가 끝날 때까지 가슴으로 따라가 줘야 노래가 완성되는 거거든.]
가수 BMK. 시각장애인 지인에게 맹학교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학생들 삶에 소리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김현정/국립서울맹학교 교사 : 음악을 들을 때 다 상상을 하잖아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여유나 또 어떤 위로가 누구나 다 필요하지 않을까요?]
학교에 음악 수업 개설을 제안했고 면접도 거쳤습니다.
벌써 2년째 한 학기에 스무 번씩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대부분 평범하게 살아가다 질병이나 사고로 시력을 잃은 학생들입니다.
[장호철/국립서울맹학교 학생 : 환경 플랜트 엔지니어였고요.]
[김연희/국립서울맹학교 학생 : 아파트 소독을 하게 됐어요. 벌레 생기기 쉬운 데 약을 뿌려주죠.]
얼굴이 안 보여 이 가수가 누군지도 몰랐지만 이제 친해졌습니다.
[장호철/국립서울맹학교 학생 : {잘 아세요?} 그분인지 몰랐었거든요. {노래는 잘 아세요?} 좋아하는 노래 스타일은 아니라서…잘 웃으세요. 이 수업에 진심이시구나.]
덕분에 달라진 게 많습니다.
[김연희/국립서울맹학교 학생 : {바라보는 세상을 색깔로 묘사하신다면…} 회색이죠. {음악을 들을 때는요?} 핑크색. 마음이 편안하고 아름다운 것 같아요.]
색깔이 늘어난 만큼 꿈도 늘었습니다.
[김연희/국립서울맹학교 학생 : 안마사가 아니라도 좋아요. 그냥 뭐든지 도전하고 뭔가 그랬으면 좋겠어요. {할 수 있을 거예요.} 네. 뭐든지 하려고 하고 있어요.]
선생님은 그 꿈을 믿습니다.
[김현정/국립서울맹학교 교사 :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다는 것. 꿈을 일단 꿔야겠죠. 꿈을 꾸고 그걸 믿는다면 누구나 다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과 함께라면 말입니다.
[김현정/국립서울맹학교 교사 : {가수님은 언제 위로받고 싶으세요?} 아침의 시작이 기분 좋아야… 인트로만 딱 들었을 때 정말 물방울이 막 톡톡 떨어지는 행복이 몽글몽글 터지는…(스티비 원더의) 오버조이드.]
좁은 길도 여럿이 함께 가면 넓어집니다.
[영상취재 김재식 영상편집 김동준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이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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