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직장 떠나야 하나”…운명의 일주일 앞두고 숨죽인 홈플러스 직원들[르포]

김지우 2026. 6. 2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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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회생 핵심’ 자금조달계획 제출 하루 전
상품 공급 차질에 입점매장 이탈까지
줄줄이 퇴사에…남은 직원들은 폐점 우려
입점업체, 매출 감소·퇴점…“보증금 반환 걱정”

[이데일리 김지우 기자] “10년 넘게 근무했는데, 이 점포가 문 닫으면 저도 퇴사해야겠죠.”

법원의 기업 회생 계획 인가 시한을 나흘 앞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영등포점은 근무하는 직원조차 뜸해 적막했다. 이곳의 직원 A씨는 “같이 일하던 직원들이 지난 5·6월 여럿 퇴사했다”면서 “상품만 있으면 고객도 많이 찾고 매출액도 잘 나올 텐데 상품 자체가 없다보니 어려운 상황”이라고 씁쓸해 했다.

29일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내 두부 콩나물 매대에 프라이팬이 놓여있다. (사진=김지우 기자)
메가푸드마켓은 홈플러스가 신선식품에 특화해 선보인 매장이지만 진열대엔 두부나 달걀 등 신선식품 대신 가위, 국자, 프라이팬 등 조리도구가 자리했다. 제수를 준비하는 고객이 옥수수 기름과 정종을 찾았지만 A씨는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는 다음달 3일 법원의 회생 계획 인가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30일까지 법원이 제출을 요구한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 계획안이 인가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이날 법원에 수정회생계획안 변경안을 제출했지만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간 이견이 여전해서다.

홈플러스 매장은 정상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장 분위기는 회생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함이 묻어났다. 회사의 존폐 기로가 달린 문제에 대해 현장 직원들은 인터뷰를 고사하며 말을 아꼈다.

홈플러스 매장 내 회 매대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그릇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지우 기자)
이미 매장을 떠난 협력업체도 상당수였다. 영등포점 푸드코트는 7곳 가운데 3곳만 정상 영업 중이었다. 영등포점과 같은 층에 있는 한 옷 가게 점주는 “바로 옆 가게는 5개월 전에 나갔고 우리 가게도 월 매출액이 70% 줄었다”며 “식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니 장 보러 오는 고객이 줄고, 옷 가게도 덩달아 영향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본점인 홈플러스 강서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참치회를 판매하는 협력업체 직원 B씨는 “활어회 업체는 지난달 말 이미 철수했고, 우리도 내일(30일)까지만 운영하고 전 점포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입점 매장 점주는 “보증금이 수천만원인데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다른 곳에 새로 매장을 차리려면 수억원이 들 텐데 생계를 어떻게 유지해나갈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영등포점 내 일부 패션 매장이 비어있다. (사진=김지우 기자)
아직 정상화를 기대하는 점주도 있었다. 한 식음료 매장 직원은 “지난 2월부터 정산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뉴스에서 자금 문제가 해결되면 정상화될 수 있다고 하니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단골손님들을 생각하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은 회생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홈플러스 직원대의기구 한마음협의회는 최근 협력사와 입점점주 등 1만 1480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도 대주주와 채권단, 정부가 홈플러스의 파산을 막기 위한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126개 대형마트를 67개 핵심점포로 재편하고 임대료 조정,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 등 그동안의 자구 노력에 따른 사업성 개선 효과를 반영해 수정회생계획안 변경안을 법원에 제출한다”며 “다만 외부자금 확보 관련 계획은 미정인 상태”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강서점 앞에 걸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호소문 플래카드. (사진=김지우 기자)

김지우 (zuz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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