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도, 베네수 귀국 추진”···재난 정국 새 변수되나

국외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지진 피해를 본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의 재난 대응 역량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마차도의 귀국은 베네수엘라 정국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차도는 28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귀국 시점에 대해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내 국민 곁에 있는 것은 나의 의무”라며 “우리는 함께 있으면서 서로 끌어안고 함께 슬퍼하고 애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베네수엘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연쇄 강진이 발생한 지난 24일 “곧 우리는 베네수엘라에서 서로를 끌어안게 될 것”이라는 영상 메시지를 공개한 데 이어 귀국 의사를 거듭 밝힌 것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전 정권 시기 국내에서 은신 생활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베네수엘라를 떠나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마차도가 지난주 민간 보안업체를 통해 미국에서 네덜란드령 퀴라소로 이동한 뒤 베네수엘라에 입국하려 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퀴라소는 베네수엘라에서 북쪽으로 약 65㎞ 떨어져 있는 카리브해 섬나라로, 지난해 마차도가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베네수엘라를 탈출해 노르웨이로 향할 당시 거친 경로로도 알려져 있다.
보도에 따르면 마차도의 귀국 계획은 민간 보안업체가 지난주 퀴라소에서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구체화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영향으로 무산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정부의 지원 없이 모든 위험을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자 마차도가 결국 귀국 시도를 철회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지진 피해가 발생한 현시점에서 마차도의 귀국이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와의 충돌을 초래하고 구조 활동에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차도는 현재 유효한 베네수엘라 여권을 소지하지 않고 있어 입국 과정에서 당국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또 베네수엘라 내에서 민간 보안업체가 마차도의 경호를 맡는 계획 역시 양측 간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료 중 최소한 한 명 이상은 마차도의 귀국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은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와 합의가 이뤄진 이후 귀국하는 방안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차도의 귀국 여부는 지진 대응과 관련해 정치적 시험대에 오른 로드리게스 대통령에게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생포한 마두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집권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여왔다. 지난 24일 연쇄 강진 이후 당국이 수색·구조 작업을 제대로 주도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수도 카라카스의 지진 피해 현장을 찾은 로드리게스 대통령에게 주민들은 “나가라”며 야유를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높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마차도가 귀국할 경우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마차도의 귀국이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에 국가 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마차도가 귀국해 구호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은 마두로 전 정권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가 보다 개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지원 아래 마두로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추진하는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는 지진 발생 이후 엘살바도르 등 한때 갈등을 빚었던 국가들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시기부터 마두로 전 대통령 집권기까지 군부의 권한이 강화된 중앙집권적 통치 체제가 이어졌다. 마차도는 2024년 대선 이후 마두로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에 맞선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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