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반도체 투자 발표에 주가 하락…외국인 7조원 팔아치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정부와 함께 서남권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두 기업의 주가는 하락 마감했다. 투자 확대와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감보다 미국 반도체주 급락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외국인 매도세 등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장 대비 4.86% 내린 32만3000원에, SK하이닉스는 1.68% 내린 26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종목은 이날 오전 한때 5~6% 급락세를 보이다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발표된 뒤 낙폭을 줄였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0.20% 내린 8394.65에 마감했다. 이날 하락 출발한 코스피도 오전 한때 8100선까지 밀렸지만 국민보고회 이후 낙폭을 축소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이 7조7557억원을 순매도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개인과 기관은 4조5963억원과 2조9328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정부는 이날 국민보고회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수도권에 이은 제2의 반도체 생산 거점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총 800조원을 투자해 2개씩 반도체 메모리 팹(공장) 4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세부 투자 계획이 나오지 않은 데다 정부 주도 투자에 따른 경제성 우려가 시장의 경계감을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3조8675억원, SK하이닉스를 3조2981억원 팔아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두 종목은 이날 외국인 순매도 1~2위를 기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기대감은 긍정적이지만 세부 계획이 발표되기 전 상방 압력은 제한적”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메모리 가격 담합 혐의로 미국 연방 집단소송에 직면한 점도 불확실성 요인으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다시 부상하며 반도체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도 반도체주 하락의 배경이 됐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기업공개(IPO) 일정 연기와 애플의 반도체 비용 부담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주 말 뉴욕증시에서도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거래일 대비 13.2원 오른 1545.2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달 15일부터 한달 이상 1500원대에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40원대까지 오른 상태다. 이날 환율 상승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7조7000억원 가량 주식을 팔아치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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