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보르스카’ 국내에 알린 대산세계문학총서, 25년 만에 200번째 책 출간

한국 시인들의 ‘최애’ 시인으로 꼽히는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린 대산세계문학총서가 200번째 책을 출간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명되어 온 러시아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83)와 그의 장편 소설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이 주인공이다. 문학과지성사가 대산문화재단과 기획·출간해 온 지 만 25년 만의 일이다.
문학과지성사는 29일 “2001년 6월 로렌스 스턴의 ‘트리스트럼 샌디’를 시작으로 대산세계문학총서가 통권 200권을 출간했다”며 “문학적 가치가 뛰어남에도 상업성이 없어서, 또는 난해하다는 이유로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공모를 통해 선발한 번역자의 수준 높은 번역으로 출간하는 것을 원칙으로, 접할 수 없었던 숨은 걸작들을 선보여 왔다”고 밝혔다. 대산세계문학총서(아래 대산총서)가 1차분으로 발간한 5종(7권)에, 파격과 실험성으로 시대를 앞서갔다고 평가받는 18세기 영국 소설가 로렌스 스턴의 소설(1·2권), 스페인어로 쓰인 첫 멕시코 소설 ‘페리키요 사르니엔토’(1·2권) 등이 포함됐다.

이번 출간된 울리츠카야의 2006년 작품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차지원 옮김)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게슈타포의 통역사로 일하며 자신은 물론 숱한 유대인들을 살려낸 폴란드계 유대인 소년 다니엘을 주인공으로 한다. 전후 다니엘은 또 다른 민족 간 분쟁을 겪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에선 가톨릭 사제라는 이유로 배척당하기도 한다. 언어와 역사, 이념, 종교, 민족의 끝없는 충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존엄과 관용의 가치를 갈구하는 행위가 말하자면 ‘통역’이다. 실존 인물 다니엘 오스발트 루페이젠(1922~1998)을 모델로 한 작품으로, 러시아 최고 문학상인 ‘볼샤야 크니가’ 상을 받았고 전세계 20여개국에 소개되어 왔다고 한다.
1998년 출범해 시장의 주도권을 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이후, 문학동네(2009)나 창비(2012)보다 앞선 세계문학 시리즈가 바로 대산총서다. 아이엠에프(IMF) 구제 금융 직후 2년여 준비 과정을 거쳤다. “일거리를 찾지 못한 인문학 인재들이 넘치는 사회 상황과, 유명 작품들이 무분별하게 중복 출간되거나 상업주의적인 작품만 출간되는 현실”이 고려됐다. 당시 ‘기획의 말’대로 △당대 유행과 전통적 고전 너머의 작품 발굴·발견, △‘가장 지역적인 문학이 가장 세계적인 문학’이라는 이상적 호환성의 추구를 목표와 기준으로 하여, ‘국내 초역’이 두드러진다. 번역가가 직접 공모하고 언어, 분량에 상관없이 완역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따라 지난 25년 동안 172종, 34개국 168명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됐다. 이 가운데 120종(69.8%)이 국내 초역이다. 언어별로 보면, 영어(18%), 중국어(17.5%), 독일어(16%), 프랑스어(12%), 일본어(10%) 순으로 집계된다. 그 외 아랍어, 몽골어, 튀르키예어, 루마니아어, 베트남어 작품 등도 볼 수 있다.

대산총서가 국내 파급시킨 대표적인 작가가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이다. 2007년 62번째 작품으로 소개한 그녀의 시집 ‘끝과 시작’(최성은 옮김)이 그간 대산총서의 역대 누적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뒤를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 중국 작가 모옌의 소설 ‘붉은 수수밭’,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초조한 마음’ 등이 뒤따른다. 상위 10위에 시집만 3종, 희곡이 또 1종을 차지할 만큼 소설 주류의 세계문학 시리즈와 차별화하며, 다양다종한 문학적 허기를 달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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