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에너지시설 피격에 연료난" 시인…美와 협상 속개 기대(종합)
"이란 협상 마무리되면, 美 우크라 협상단 방러 기대…러는 준비돼"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신기림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지속적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인한 자국 내 연료난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이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렘린궁 보도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료 공급 해결을 위한 내각회의를 주재하면서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자동차) 운전자와 기업 모두에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안타깝게도 주유소에는 대기줄이 서 있고, 필요한 등급의 휘발유를 항상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최근 연료난을 설명했다.
이어 농업 분야 연료 공급 문제도 언급하며 "우리는 여름철 농업 생산자와 농가들이 겪는 어려움도 이해하고 있다"며 "농업 기업들에 대해서는 계절별 연료 공급 일정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연료난 대책과 관련,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해 휘발유와 항공유 수출에 대한 전면 금지가 일시적으로 도입됐으며, 디젤유 수출 전면 금지도 검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대형 정유공장의 생산능력이 최대한 가동되고 있고, 중소기업의 역량도 동원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에너지 시설) 보수 작업 기간은 단축됐고, 예정됐던 정기 보수는 연기됐다"며 "이에 7월에는 주요 연료 생산량이 6월을 넘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에 이어 자국 국영방송 '로시야 1'(러시아 1)의 진행자 파벨 자루빈과 한 인터뷰에서도 "핵심 인프라 전반, 특히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우리는 지금 일정한 (연료)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크라이나 드론 요격을 위한) 방공 능력을 강화하고, 특히 크림반도에 대한 연료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물류망과 석유시설 공격으로 연료 부족과 정전 문제가 악화하면서 지난 27일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러시아 본토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의 에너지·군사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타격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전쟁 수행을 계속하는 데 핵심적인 정유공장과 연료 저장시설 등이 주요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도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변경주와 중부 야로슬라블주의 정유공장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는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모든 장거리 제재(타격)는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공급되는 자원을 줄이고, 우리를 평화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데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유 시설 피해로 러시아 연료시장에 대한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러시아 내 다수 지역에서는 자동차용 경유와 휘발유 판매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고, 많은 주유소에는 연료를 사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가 연료난 완화를 위해 이웃 국가 카자흐스탄에 휘발유 5만톤 공급을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이란 간 중동 분쟁 협상이 마무리되면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위한 미국 협상 대표단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로시야 1' 자루빈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문제의 적극적인 국면이 지나가고 모든 상황이 마무리되면, 우리가 이미 여러 차례 모스크바에서 만났던 미국 행정부 대표들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협상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으며 모든 세부 사항을 논의할 준비도 돼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러시아와 미국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중순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에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전쟁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G7에서 젤렌스키를 만나서는 러시아를 상대로 "더 과감하게 행동하라"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초반 러시아에 기운 듯한 입장에서 벗어나 우크라이나 편에서 러시아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최근 이란과의 휴전 유지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둘러싼 협상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중동 긴장이 완화되면 미국이 다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무게를 둘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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