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마이크론 '네 탓 공방'..메모리값 급등 설전

김이슬 기자 2026. 6. 29. 11:5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 호황 속 칩 제조사만 이득" 월가도 지적
메모리값 급등에 빅테크 비용 부담 ↑..투자 위축 위기감

월가에서도 AI발 칩 공급 부족에 따른 수혜를 반도체 제조사만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는 가운데 마이크론이 "업황 침체기에 공격적으로 낮은 가격을 고집했던 일부 고객사로 인해 투자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결과"라고 항변했다. 저격 대상으로 풀이되는 애플은 최근 전례없는 메모리 가격 급등을 이유로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중국 업체와 거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기존 메모리 제조사에 대한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마이크론이 지난 25일(현지시각) 가파르게 치솟은 메모리 가격을 토대로 8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발표한 지 하루 뒤, 애플은 예고했던 대로 아이패드와 맥 등 주력 제품 가격을 올렸다. 최근 팀 쿡 애플 CEO는 가격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40년간 경험해 본 적 없는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했는데,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가 작금의 급등 현상은 일부 고객사의 가격 후려치기가 자초한 현상이라고 맞받아쳤다. 수밋 사다나 CBO는 "메모리 침체기 당시 일부 고객사가 바닥 가격을 요구했고 그 결과 설비투자가 위축됐는데, 건설적이지 않은 방식이었다"고 저격했다.

두 대형 기업의 공개 설전은 그간 을의 위치였던 메모리 제조사와 대형 고객사의 역학 관계가 뒤바뀐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공급망 관리 대가인 쿡 CEO를 앞세워 애플은 부품 가격 인하 효과를 누려왔지만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용 HBM과 서버 D램 수요가 늘고 그에 따라 PC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D램 공급이 줄면서 메모리 제조사의 가격 결정권이 크게 강화됐다. 미국 업체이자 글로벌 메모리 3위인 마이크론이 애플을 지적할 정도로 위상이 달라진 셈이다.

애플은 미중 갈등으로 거래가 막힌 중국 칩 제조사로 손을 뻗으면서 공급망 다각화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중국 CXMT 등 중국산 메모리 구매를 승인해 달라는 로비를 벌이고 있다. 다만 CXMT가 미 정부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실현 가능성은 낮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메모리 제조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대 메모리 기업들이 AI용 메모리 공급을 확산하는 사이, 범용 D램 시장을 적극 파고들며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CXMT는 상장 승인을 통과하며 상하이 증시 입성을 예고했는데, 자금 조달을 통해 생산능력 확충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벌써 델과 HP, 레노버 등이 CXMT 메모리 도입을 위해 테스트 검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중국산을 고려한다는 소식은 메모리 가치가 그만큼 더 높아졌다는 방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동시에 시장에는 대형 IT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져 결국 투자가 위축될 거란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오픈AI의 기업공개(IPO)가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아직까지 빅테크들은 빚을 내 투자를 늘릴 만큼 AI 경쟁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앤트로픽과 오픈AI, 구글, 아마존 등은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현재 수익보다 시장 점유율에 집중하고 있다. 초반 시장 장악을 위해 서비스 비용을 소비자에 전가하는 방식을 꺼려왔고 결과적으로 메모리 급등을 포함한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데이터센터 제공업체나 대형 언어모델 생산업체의 총 수익은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마진은 타격을 받고 수익은 메모리 공급사가 창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스택 최상단에서 메모리 칩 제조사로 수익이 이동하고 있다"며 "메모리 주가 상승세를 보였던 4월 이후 엔비디아를 포함한 모든 하이퍼스케일러가 하락세를 보였다"고 했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주가는 달러 기준으로 약 290%, 삼성전자는 166% 상승한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를 포함한 하이퍼스케일러 클라우드 제공업체는 하락했다. 아마존은 보합세,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8%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도체 쏠림에 대한 경계 속에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장기화하는 메모리 공급 부족과 장기계약 확대 추세를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3분기 실적발표에서 메모리 최고 수준의 가격과 바닥가격을 설정해 3~5년간 거래하는 장기계약이 16건으로 확대됐다는 점을 공개했다. 업황에 따라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도체 사업이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재평가받는 변곡점이라는 평가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조차 반도체 비용 부담이 확대되는 만큼 심한 마진 압박에 직면할 거란 우려가 부각됐다"면서도 "기업 이익 성장세가 견조한 만큼 이번 조정이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질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