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영도 봉래산 복천사서 점안 법회 완호 스님 맥 잇는 최경교 석장 사리탑 제작 전혜경 장인 지칠(紙漆)사리함·후령통 봉안 1920년대 ‘복천사 불화소’ 역사적 흐름 계승
지난 27일 부산 영도 복천사에서 '부처님 진신사리탑 점안 법회'가 열리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27일 부산 영도 복천사에서 열린 ‘부처님 진신사리탑 점안 법회’가 끝난 뒤 참석한 스님들이 탑돌이를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27일 ‘복천사 부처님 진신사리탑 점안 법회’ 후 모습을 드러낸 사리탑 모습. 최경교 제공
전혜경 지승공예 장인이 한지에 옻칠을 더해 제작한 지칠(紙漆) 방식의 사리함과 후령통. 전혜경 제공
지난 27일 부산 영도 봉래산 중턱에 자리한 사찰 복천사(주지 혜진 스님) 산령각(산신각) 앞에서는 부처님 진신사리 2과를 모신 사리탑 점안식이 봉행됐다. 혜진 스님을 비롯해 약 300명의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복천사 부처님 진신사리탑 점안 법회’는 오전 10시부터 1부와 2부로 나뉘어 약 3시간 동안 이어졌다. 부산시 무형문화유산 ‘부산영산재’를 이수한 대범 스님 등이 참여한 점안 의식은 1시간가량 진행됐고, 이후 베일에 가려졌던 사리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장을 찾은 기자는 한지로 만든 사리함과 후령통(불상 조성 시 가슴 부위에 봉안하는 복장물을 담는 통)을 직접 확인하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그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사리공(舍利孔)의 덮개돌을 닫기 전, 이미 사리 봉안과 밀봉이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석공의 지휘 아래 사리가 안치된 층 위로 탑신석(몸돌)과 옥개석(지붕돌)을 차례로 올려 사리탑을 완성한다. 외부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불교 의례와 장인의 손길이 긴밀하게 맞물리는 전통 불사의 한 단면이다.
지난 27일 부산 영도 복천사에서 '부처님 진신사리탑 점안 법회'가 열리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27일 부산 영도 복천사에서 '부처님 진신사리탑 점안 법회'가 열리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사리탑 제작은 전통공예 작가이자 석장인 최경교가 맡았다. 종 모양의 사리탑은 상부에 연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중심으로, 좌우에는 비천상 두 구를 배치하고 중앙에는 보리수 아래에서 가부좌를 틀고 선정에 든 석가모니의 모습을 새겨 넣었다. 하단부에는 향·등·꽃·과일·차·쌀로 이루어진 육법 공양을 올리는 동남과 동녀를 각각 여섯 명씩, 총 열두 명을 조각해 단정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더했다.
이번 작업이 주목되는 이유는 사리탑이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 복천사의 전통 불교미술 계보를 오늘로 잇는 시도라는 점에 있다. 최경교 석장은 1920년대 복천사에서 불화소를 운영했던 근대 영남 불교미술의 대불모(大佛母·불상과 불화를 만드는 최고의 장인) 완호(1869~1933) 스님의 계보를 잇는 장인으로, 완호의 제자 권종두(1913~1969)를 거쳐 권정환으로 이어지는 4대 전승 맥락 위에 서 있다. 복천사 불화소는 한때 영남 일대 불모 양성의 중심지로 기능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사리탑 조성은 그 역사적 흐름을 오늘의 작업으로 되살린 사례로 읽힌다.
부산 영도 복천사 주지 혜진 스님. 김은영 기자 key66@
전혜경 지승공예 장인이 한지에 옻칠을 더해 제작한 지칠(紙漆) 방식의 사리함과 후령통. 전혜경 제공
사리탑 내부에 봉안된 한지 사리함과 후령통 역시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금·은·동·신주(황동) 등 금속으로 제작되는 사리구와 달리, 복천사는 전통 한지를 선택했다. 혜진 주지 스님은 “우리나라의 전통 한지는 ‘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이라는 말처럼 금속에 뒤지지 않는 내구성과 보존성을 지닌 재료로, 불교미술에서도 신성하게 여겨져 왔는데 여기에 옻칠을 더했으니 방충·방습·방부 효과가 완벽해져 내부의 사리를 안전하게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속 함이 시간이 지나 녹이 슬어 내부 유물을 오염시키는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해 준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작업은 충남 무형문화유산 최영준 지승장의 제자 김금자 장인을 사사한 부산의 전혜경 지승공예 장인이 맡았다. 그는 “지리산 자락에서 생산된 닥나무로 만든 함양한지(경남 무형유산)와 남원 옻칠(전북 무형유산)을 사용하고, 전통 지승공예 기법으로 완성했다”고 밝혔다. 지승공예(紙繩工藝)란 종이 지(紙)에 새끼 또는 줄을 뜻하는 승(繩)이 합해진 말로 종이를 새끼처럼 꼬아 만든 공예다. 한지를 여러 겹 겹치거나 꼬아 형태를 만든 뒤, 그 위에 천연 옻칠을 수십 번 덧바르는 지칠(紙漆) 기법을 사용했다.
부산 영도 복천사 산령각에서 내려다본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한편 이번 복천사 진신사리탑 제작과 봉행 등에는 약 4억 3000만 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했다. 복천사는 석각영산회상도(제35호), 독성도 및 복장유물(제38호), 현왕도 및 복장유물 일괄(제39호), 석조석가여래 및 보살좌상(제49호), 지장시왕도(제61호), 아미타극락회상도(제62호), 조상경(제65호), 선원제전집도서(제66호) 등 다수의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리탑 조성은 이러한 문화적 기반 위에 새로운 층위를 더하며, 전통과 현재가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