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 공격한 이란, 왜?…호르무즈 통제 주도권 위협 받자 '도박'
협상 타결할 의지는 여전…"모즈타바, 전쟁·합의 둘 다 준비돼"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놓고 국지적 무력 충돌을 벌이는 것과 관련, 이란이 미국과의 후속 협상에서 결정적인 협상 카드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것이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의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상선을 공격하면서 미국과 벌인 공방이 이란 입장에서 보면 협상 카드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도박"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오만과 국제해사기구(IMO)가 이란 영해를 우회해 오만 영해만 통과하는 새로운 호르무즈 해협 항로를 지정해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란, 자국 영해 우회하는 항로 지정에 위기감 느껴"

이란은 자국을 배제한 새로운 항로 지정이 미국과의 종전 MOU 제5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5항은 "이란은 국제법 및 연안국의 주권적 권리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관리 및 해사 서비스 정의를 위해 오만 술탄국 및 기타 페르시아만 연안국들과 논의를 진행한다"고 명시한 조항이다.
또한 미국과 오만을 비롯한 걸프협력회의(GCC) 외무장관들이 지난 25일 공동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무조건적이고 통행료 부과와 어떠한 제한도 없는 재개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란의 위기감을 더하는 요소가 됐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8일 "이란이 현재 시행 중인 방식과 다른 새로운 통과 체계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더 지연시키고 긴장만 고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전문가인 스위스 제네바 대학원의 파르잔 사베트 연구원은 "이란 측은 자신들이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며 이란이 "전시나 적대적인 휴전 상태, 즉 정기적인 적대 행위가 벌어지는 상황"에서만 자국의 영향력이 통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담당 국장도 "최상의 시나리오든 최악의 시나리오든, 이란은 이 협상력(호르무즈 해협)이 필요하다"라며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전에 그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이란 입장에서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협상 의지는 여전…"모즈타바, 전쟁·합의 모두 할 수 있다"

다만 이란의 호전적 태도가 협상 의지마저 없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엘리 게란마예 선임연구원은 협상 도중 갈등을 유발하는 이란의 태도가 전쟁을 벌일 의지가 있는 만큼 협상을 타결할 의지도 보여주려는 이란 지도부의 접근 방식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그의 측근 그룹이 "(아버지와) 다른 수준의 위험 감수 성향을 갖는다"고 말했다.
모즈타바는 아버지와 달리 더 대담한 방식으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동시에 미국과의 직접적 협상 채널을 구축해 합의를 이룰 준비도 돼 있다는 것이다.
바에즈 국장도 "분쟁으로 돌아갈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군사적 비용은 양측 모두에게 MOU를 유지하려는 충분한 동기를 부여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이 협상을 계속할 동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종전 합의를 유지하는 데에만 급급하면 최종 합의는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베트 연구원은 "그들은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를 파악하기 위해 계속 움직여야 할 것"이라며 "이는 이번 2차 회담에서 다뤄질 예정이었던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진전에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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