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려고 하는 건 아니쥬”…예산시장서 엿본 ‘백종원식 지역상생’ [르포]

박연수 2026. 6. 2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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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누적 1000만 돌파, 활기 되찾은 예산시장
매출 비중 2% 불과하지만, 데이터 확보에 중점
향후 문경·군산 이어 여주 등 전국 확장 가속화
지난 26일 오후 찾은 예산시장 장터광장.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시장을 찾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박연수 기자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늙은이들만 왔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오니까 내가 젊어진 기분이야.”

지난 26일 오후 충남 예산군 예산시장. 시장 중심부에서 52년째 대흥상회를 운영해 온 김지준(75) 씨는 집게로 노릇하게 익은 쥐포를 뒤집으며 이같이 말했다. 건어물과 식재료를 팔던 대흥상회는 2023년 더본코리아의 컨설팅을 거쳐 즉석에서 건어물을 구워주기 시작했다. 지금은 시장의 대표 볼거리가 됐다.

예산시장의 변화는 더본코리아와 예산군이 2018년부터 추진해 온 ‘예산형 구도심 지역 상생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를 개발하고 청년 창업을 지원하면서 한때 침체됐던 시장은 새로운 활기를 찾았다.

‘광암슈퍼마켙’도 ‘광시카스테라’로 탈바꿈했다. 예산 특산물인 사과를 이용한 카스테라를 판매한다. 점주 남승우(45) 씨는 “시부모님이 15년간 운영하던 슈퍼를 처분하려 했는데 백종원 대표의 컨설팅을 계기로 사과 카스테라를 판매하게 됐다”며 “빵을 만들어본 적이 없어 막막했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매장으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실제 예산시장은 여느 전통시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통로는 깔끔했고, 떡볶이·국수·불고기 등 식사 메뉴부터 카스테라·사과파이 같은 디저트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모여 있었다. 공용 취식 공간 ‘장터광장’에는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중국에서 온 관광객 퓌퓌(23) 씨는 “투어스(TWS) 신유의 고향이라 예산을 찾았는데 시장이 너무 깔끔해 좋았다”며 “다양한 음식을 한곳에서 맛볼 수 있는 점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단오를 맞아 충남 서산에서 체험학습을 온 김태우(8) 군도 “시장 구경이 재미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백종원 대표를 둘러싼 논란으로 줄었던 방문객은 계속 늘고 있다. 장터광장 재개장 등에 힘입어 올해 1~5월에만 140만명이 찾았다. 2023년 프로젝트 시작 이후 누적 방문객도 1000만명을 돌파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 26일 충남 예산개발원에서 열린 ‘예산 지역개발 미디어 간담회’에서 셜명하고 있다. 백 대표는 “지역 개발사업은 돈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더본코리아 제공]

외지 출신의 청년 창업자들도 꾸준하다. 대전에서 예산으로 내려온 박유덕(37) 씨는 시범사업을 통해 ‘백술상회’를 열었다. 예산 사과로 만든 막걸리를 비롯해 지역 전통주와 특산품을 함께 판다. 박 씨는 “2020년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시장은 셔터가 대부분 내려가 있어 폐허 같았다”며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지금은 공실이 거의 없을 정도로 활기를 되찾았다”고 했다.

더본코리아가 구상하는 ‘지역개발 ESG 사업’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먹거리·특산물·상권을 관광자원과 결합해 체류형 소비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백종원 대표는 미디어간담회에서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접근”이라며 “특산물과 음식이 결합되면 자연스럽게 방문 동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개발사업은 돈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더본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개발 사업 매출은 81억원으로 전체 매출 3612억원의 2.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더본코리아가 지역개발사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데이터’에 있다. 현장에서 축적되는 소비자 반응과 상권 구조, 메뉴 개발 노하우를 데이터화해 활용하려는 구상이다.

이러한 기능은 더본외식산업개발원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개발원은 지역별 문화·경관·식문화 자원을 기반으로 고유 지역 콘셉트를 기획하고, 이를 토대로 상권 분석과 사업 타당성 검토를 수행한다. 예산에 이어 2024년 4월과 2025년 7월에는 문경센터·군산센터를 열었다. 더본외식산업개발원의 2호·3호 센터다.

백 대표는 “기업이 커질수록 ESG 사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첫 시작점인 예산시장에서는 투자가 많았지만, 기업의 ESG 활동을 넘어 지역과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로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더본코리아는 예산시장에서 축적한 경험으로 지역별 여건과 특성에 맞춘 지역개발 모델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충남방적 유휴공간의 복합 콘텐츠화, 삽교시장 곱창특화거리 조성, 전통주 체험단지 구축 등 산업·상권·관광 자원을 연계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6일 찾은 예산시장 전경. 박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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