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대옥대도에 글로벌 부호들 휴양지 추진 [화제인물 진현식 회장]

정병선 조선일보 기자 2026. 6. 29.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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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출발해 다섯 개의 해상연륙교를 지나와 배를 타고 5분 남짓 가야 도착하는 태양의 섬에서 진 회장이 섬을 방문한 투자자들과 보트를 타고 섬을 돌며 섬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수에서 출발해 다섯 개의 해상 연륙교를 건넌다. 차창 밖으로 남해가 눈부시다. 고흥 우주발사전망대 앞바다에 이르면, 옥빛과 딥블루가 교차하는 비현실적인 바다 위로 섬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베일에 싸여 있던 곳. 그러나 이제는 대한민국의 자산가들과 글로벌 트래블러들의 시선을 동시에 끌어당기며 '기적의 섬'으로 변모하고 있는 대옥대도大玉帶島다. 이 섬은 섬과 섬 사이 숨겨진 보물처럼 길게 늘어진 형상이 왕이 곤룡포에 두르던 옥대를 닮았대서 옥대도로 불린다. 섬은 전남 여수와 고흥 사이, 고흥 우주발사전망대 정면으로 보이는 황금 해상 거점에 위치한다.

그 중심에는 경희대학교 관광개발연구소 교수이자 이삭그룹을 이끄는 진현식 회장의 야심작 '태양의 섬Island of the Sun' 프로젝트가 있다.

이곳은 단순한 지역 개발 현장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7성급 리조트와 전 홀 오션뷰의 프리미엄 18홀 골프장이 결합하는 거대한 실험장이다.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을 글로벌 경제 거점으로 되살리려는 규제 혁신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진 회장이 태양의 섬 둘레길을 걷고 있는 모습. 그는

규제 혁신이 쏘아 올린 신호탄… '소규모 관광단지' 1호급 수혜지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섬 개발은 거대한 규제의 벽과 싸우는 일이었다. 기존의 관광진흥법상으로는 관광단지 지정 기준이 최소 50만㎡ 이상이었다. 막대한 자본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 때문에 과감한 민간 투자가 들어설 공간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인구 감소 지역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결단이 판을 바꿨다. 국회를 통과해 시행된 개정안은 관광단지 지정 규모를 5만㎡ 이상~30만㎡ 미만으로 대폭 완화하는 '소규모 관광단지' 제도를 도입했다. 시·도지사에게 집중됐던 승인 권한도 시장·군수에게 이양되면서 행정 절차는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2003년 유럽 지중해 연안에 머물던 시절 그는 우리 관광 산업의 한계를 절감하고 휴양지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남해의 빛을 가장 먼저 품는 '황금빛 성지'

원래 대옥대도는 남해 한복판에 외롭게 떠 있는 무인도였다. 진현식 회장이 이곳을 '태양의 섬'이라 이름 붙인 데는 분명한 철학이 담겨 있다.

섬은 지형적으로 동쪽에서 뜨는 태양의 빛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온전하게 받아낸다.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섬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장관이 펼쳐진다.

이 섬의 가장 큰 특징은 '산을 품은 섬'이라는 점이다. 단순한 평지가 아니라 섬 중앙에 완만한 산세를 갖추고 있어, 입체적인 조망과 함께 산과 바다의 매력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섬 중 보기 드물게 때 묻지 않은 천연 백사장을 품고 있다. 요트를 타고 섬 내부로 진입하는 순간 마주하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은 마치 몰디브나 세이셸의 풍광을 연상케 한다. 섬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동백나무 군락과 150여 종의 야생 약초들이 자생하고 있다. 진 회장은 이 자생 식물들을 훼손하지 않고 정원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세계적인 조경 거장 알렉산드르 글로버가 이곳에 '천년의 정원'을 설계하는 이유도 섬 자체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이기 때문이다.

고흥 우주발사전망대 앞바다에 옥빛과 딥블루가 교차하는 비현실적인 바다 위의 섬 옥대도에 도착한 뒤 해안가로 걸어가는 진 회장. 그는

20년의 구상, 유럽 지중해에서 찾은 '휴양의 본질'

진 회장의 프로젝트는 2003년 유럽 지중해 연안에 머물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휴양지 문화를 접하며 우리 관광 산업의 한계를 절감했다.

"휴양은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얻는 보상입니다. 과거 1만~2만달러 시대가 안락함을 찾는 '관광'의 시대였다면, 3만달러 시대는 자신만의 컬러와 고유한 경험을 찾는 '휴양'의 시대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외부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프라이버시는 글로벌 부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고립지가 아니다. 여수공항과 KTX역에서 차량으로 1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하고, 요트 이동 시스템까지 연계된다. 약 15만 ㎡ 부지에 1700억원 규모의 민간 자본이 투입된다. 프라이버시를 극대화하기 위해 객실 수도 과감히 줄였다. 독채형 펜트하우스와 리트릿 숙박 시설 등 객실 51개만 조성된다. 희소성을 상품화한 셈이다.

골프장은 아리아식 해안 지형을 그대로 살린 정규 18홀 챔피언십 코스로 설계된다. 전 홀에서 남해바다를 조망하며 라운딩할 수 있다.

20년 집념이 만든 기적…"한국판 이비자를 넘어선다"

진 회장은 경남 통영 윤이상 음악당 리조트, 제주 세인트포 골프 리조트, 충북 충주 호수 프로젝트 등 국내외 굵직한 관광 개발의 초석을 다진 관광업계 베테랑이다.

진 회장은 2012년 섬을 인수한 뒤 15년 넘게 홀로 마스터플랜을 다듬어왔다. 세계적 설계 거장 레다Reda를 영입해 독창적 건축물을 구상했고, 무인도에 가까웠던 섬에 600세대를 동시에 수용 가능한 2만2900V급 고압 전력망까지 끌어왔다. 이는 단순한 전력 공급이 아니었다. 대부분 섬 리조트가 안고 있는 자가 발전기 소음과 진동 문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 결과 이곳에서는 오직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린다.

진 회장이 꿈꾸는 미래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다. 그는 '태양의 섬'을 한국판 이비자를 넘어서는 글로벌 비즈니스 사교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한국 대기업을 찾는 글로벌 바이어들이 한국에는 비즈니스 이후 제대로 쉬고 즐길 공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들을 요트에 태워 이곳으로 모신다면, 비즈니스의 성과도 훨씬 커질 것입니다."

그는 또 "최고급 쇼핑과 클럽 문화, 해양 스포츠와 골프를 완벽한 프라이버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 그것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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